존중 빠진 캠페인의 결말, W코리아의 뒤늦은 사과를 보며
[이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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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샴페인 |
| ⓒ Unsplash의Mads Eneqvist |
박재범은 곧바로 사과문을 게시했다. '암 환자 분들 중 공연을 보고 불쾌하거나 불편했다면 죄송하다', '좋은 마음으로 무페이로 공연을 한 것'이라고 말이다. 대부분 이런 행사는 주최 측에서 공연을 관리하기 마련이다. 특히 암 환자들을 위한 기부금 모금 관련 행사라면 어떤 노래를 부를지 가수와 협의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일까? 우리는 비판과 논란의 뉴스 기사 속에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본질을 찾아야 한다. W코리아는 2006년부터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한 블로그에 남아 있는 10년 전 같은 행사 사진에도 셀럽들은 각자 자기에게 어울리는 다양한 패션으로 참석했고, 공간 역시 화려한 조명과 인테리어로 패션 매거진이 주최하는 바자회 느낌이 물씬 풍겼다. 역시 유방암과 관련된 그 어떤 상징성도 찾아보긴 어려웠다.
유방암 캠페인 하면 '핑크리본'이 떠오른다. 우리나라에선 아모레퍼시픽이 2000년에 <재단법인 한국유방건강재단>을 설립해 2001년부터 20회 넘게 핑크런(1회 이름은 핑크리본 사랑마라톤)을 개최해 왔다. 핑크리본과 핑크색이라는 상징성을 활용해 누가 봐도 유방암 관련 자선 행사라는 걸 알 수 있다. 한국유방건강재단에 따르면 참가비 전액은 유방암 환우 지원, 유방암 예방 교육 등으로 기부된다고 한다.
사과도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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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핑크워싱 핑크워싱 |
| ⓒ AI 생성이미지(chat gpt) |
온탕에서 유방 절제술을 한 가슴을 본 적이 있다. 40대의 그녀는 손으로 가슴을 살짝 가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얼마나 용기를 내어 온탕에 왔는지 알 수 있었다.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에 참여한 셀럽들이 유방 절제술을 한 사람의 가슴을 한 번이라도 봤다면, 그렇게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할 수 있었을까? W코리아의 잘못된 기획과 진행도 문제지만, 참여한 셀럽들의 태도도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패션계는 '힙'함을 유지했다. 화려하고, 옷 잘 입고. 유행이나 트렌드를 선도함에 있어 패션은 중요한 요소이다. 늘 그렇듯 논란 전의 몇몇 기사는 이 캠페인에 참여한 셀럽의 패션을 칭찬하기 바빴다. 드레스 코드는 증발했고, '상황과 사람에 대한 존중을 표현하는 옷차림'이 없는 자리에 유방암 환자들은 어떤 존중감도 느끼지 못했다.
W코리아는 다소 늦었지만 사과했고, 향후 캠페인에서는 존중과 진심을 담아야 할 것이다. 참가했던 셀럽들 역시 어떤 생각으로 샴페인을 들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특정 대상이 있는 행사와 캠페인에서는 당연히 주최 측이 의도와 목적을 설명해야 하지만, 초청되었다고 그냥 참여하는 것은 '힙'하지 않다.
참가자들이 '유방암 인식 향상'이라는 문구를 보았을 때 유방암 환자들이 이 캠페인을 어떻게 생각할지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어땠을까. 이번 캠페인의 참가자 명단을 보니 평소 좋아했던 배우도 있었다. 배우는 좋은 취지로 캠페인에 참여했고, 일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결심했다. 그 배우를 내 마음 속에서 떠나보낼 결심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참고기사 : https://www.goodhousekeeping.com/life/money/a39027557/what-is-pinkwashing-breast-can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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