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빵순이·빵돌이 다 모여”…대전 빵 축제 17만명 찾았다

김방현 2025. 10. 21.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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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대전 빵 축제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부스에서 빵을 고르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지난 19일 오후 대전시 동구 소제동 ‘2025 대전 빵 축제’ 현장. 대전역 뒤편 도로에 빵집 102곳이 부스를 차린 축제장은 인파로 북새통이었다. 부스마다 빵을 사려는 사람이 수십m씩 줄을 이었다. 서울에서 친구들과 함께 온 임수빈(25)씨는 “성심당 빵이 먹고 싶어 대전을 찾았다”며 “대전 이곳저곳을 둘러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온 정인선(24)씨는 “축제장 곳곳을 돌며 빵을 한 보따리 샀다”며 “대전 맛집도 탐방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전관광공사가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 동안 개최한 빵 축제에는 16만8000여명이 찾았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축제는 대전시와 대전 동구, 대한제과협회대전광역시지회, 성심당이 후원했다. 대전관광공사측은 “대전 빵이 맛있다고 소문나면서 대전시민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많은 사람이 찾은 것 같다”며 “올해 방문객은 지난해 14만명에서 2만8000여명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2021년 첫 축제 때 방문객은 1만5000명이었는데 4년 만에 10배 이상 늘었다. 이에 “전국 빵순이빵돌이가 다 모였다”는 말도 나왔다. 또 대전관광공사와 업무협약 기관인 일본 삿포로국제플라자의 마치다 다카토시 이사장이 찾기도 했다.

이번 축제 주요 프로그램으로 10m 대형롤케이크 커팅 퍼포먼스와 대전 유명 102개 빵집에서 다양한 빵을 파는 ‘백빵백중’ 등이 열렸다. 또 참가업체가 시그니처 빵을 전시하는 베이커리 100갤러리, 지역 소상공인 플리마켓, 지역대학과 연계한 베이커리 체험 등도 있었다.

올해는 빵축제 행사장 면적이 지난해보다 2배 정도 커졌고, 참가업체도 81개에서 102개로 늘었다. ‘성심당’ ‘빵 한모금’ ‘연이가 베이크샵’ ‘하레하레’ ‘다소리과자점’ 등 대전에서 유명한 빵집이 대거 참여했다.

대전 빵 축제는 원도심 상권을 살리기 위해 만들었다. 원도심에 있는 성심당 등 여러 빵집에 착안했다. 대전에는 6·25전쟁을 겪으면서 밀가루가 널리 보급됐다. 전쟁 때 미국에서 구호물자로 받은 밀가루는 빵·국수·수제비 등으로 시민에 공급됐다. 호남선과 경부선 철도가 만나는 철도운송 거점이 된 대전역이 구호물자 집산지 역할을 했다. 덕분에 대전에는 빵집이 많다. 대전세종연구원에 따르면 대전에서 영업 중인 빵집은 2023년 말 기준 849개로 인구 1만명당 5.9개꼴이었다. 이는 6.1개꼴인 서울과 대구에 이어 셋째로 많다.

성심당도 이런 배경으로 탄생했다. 성심당은 임길순(1997년 별세)씨가 1956년 미군이 나눠준 밀가루 2포대로 빵을 만들어 팔면서 시작됐다. 임씨는 1950년 12월 23일 흥남부두에서 메러디스 빅토리호(7000t급)를 타고 피란, 대전에 정착했다. 성심당은 현재 임영진씨가 2대째 운영하고 있다.

빵 축제가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성심당 영향이 크다. 성심당은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아침 식사에 성심당의 치아바타와 바게트가 오르면서 주목받았다. 요즘은 KTX 등 열차를 타고 와 성심당 빵을 사 갈 정도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성심당을 찾는 관광객이 주변 빵집은 물론 음식점까지 찾고 있다”며 “빵을 테마로한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 대전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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