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지금 재판소원 가능하다면... 헌법학자인 내가 조희대 탄핵 주장하는 까닭

이준일 2025. 10. 20.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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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정파적으로 움직인 대법원 수장이 침해한 중요한 원칙들... 법리적으로 불가능한 재판 진행 확인

[이준일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설전을 지켜보다 눈을 감고 있다. 2025.10.13
ⓒ 연합뉴스
지난 주 대법원에 대한 현장 국정감사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대법관 네 명으로 구성되는 대법원 소부(박영재, 오경미, 권영준, 엄상필 대법관)에 사건(2025도4697)이 배당되자마자 곧장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뒤 이틀 만에 최종합의가 이루어지고, 불과 일주일만인 2025년 5월 1일 대법원이 항소심의 무죄판결을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하는 판결을 선고한 '이례적 사건' 때문이다. 전대미문의 광속으로 진행된 사건의 피고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였다.

2025년 6월 3일에 실시된 제21대 대통령선거의 후보자 등록일은 5월 10일과 11일이었으므로, 더불어민주당은 4월 27일 이재명 전 대표를 대통령후보로 최종 확정한 상태였다. 예상대로 이재명 전 대표는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이 그대로 유지되었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이 될 수 없었다.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경과
2025. 3. 26. 이재명 전 대표 공직선거법 항소심 무죄판결
2025. 3. 27. 검찰 상고장 제출
2025. 3. 28. 대법원 소송기록 접수
2025. 4. 10. 검찰 상고이유서 제출
2025. 4. 21. 피고인(이재명) 답변서 제출
2025. 4. 22. (오전) 소부 배당 (오후) 전원합의체 회부 및 1차 합의기일
2025. 4. 24. 대법원 전원합의체 2차 합의기일
2025. 5. 1. 대법원 파기환송(유죄취지) 판결 선고

대법원은 왜
 천대엽 법원행정처 처장과 직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준비한 인사말을 하지 못한 채 현장점검으로 이어지자 법사위원장석 상황을 살피고 있다.
ⓒ 오마이포토
소송기록이 7만여 쪽에 달했기에, 전원합의체를 구성하는 대법관 열세 명 중 공정한 재판을 이유로 회피한 노태악 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제외한 모든 대법관들에게 배부될 복사본을 만드는 데만 물리적으로 족히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상고심은 대법원이 '상고이유서'에 따라 심판해야 하므로(형사소송법 제384조), 법적 절차에 따라 검찰 측의 상고이유서가 제출되고 그에 대한 피고인 측의 답변서가 제출된 2025년 4월 22일에서야 대법원은 사건을 소부에 배당한다.

당일 오전에 소부에 배당된 사건은 곧바로 오후에 전원합의체에 회부된다. 그때야 비로소 대법관들은 소송기록의 열람을 개시할 수 있는데 실제로 대법원의 내부문건에서도 사건기록의 인계 시점은 4월 22일로 확인된다. 전원합의체 회부와 동시에 1차 합의기일이 지정되고, 단 이틀만에 2차 합의기일이 지정된다. 아무리 매일 소송기록에 파묻혀 사는 대법관이라고 하더라도 이틀만에 7만여 쪽에 이르는 소송기록을 읽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논쟁의 여지 없이 명징하다.

법원행정처장의 주장처럼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하여 종이문서를 스캔한 전자문서로 대법관들이 직접 혹은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이 소부에 배당하기 전에 소송기록을 열람했다면 항소심에서 소송기록을 전자문서로 변환하여 대법원으로 송부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지만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듯이 대법원규칙인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형사소송에서 전자문서는 2025년 10월부터 활용될 수 있게 되었으므로 당시에는 애초에 위법한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

당연히 대법원이 왜 이렇게 이례적으로 파기환송 판결을 서둘러야 했는지가 의문이다.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는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이유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을 한다. 대통령의 파면으로 6월 3일이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일로 지정되었다. 신속하게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확정되면서 미래권력을 차지하게 될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부상한다.

매우 중요한 두가지 헌법적 가치 : 재판의 신속성과 공정성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고, 법리적으로도 허용되지 않는 이례적으로 신속한 재판진행은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한 재판을 통한 일종의 '쿠데타', 즉 사법쿠데타로 지칭할 수밖에 없는 상황적 맥락을 만들었다.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인정되었다면 이재명 후보로서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헌법 제27조 제1항)에 대한 심각한 침해를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도 있었지만, 이러한 재판소원 제도는 당시에도 그리고 현재도 인정되지 않고 있다. 재판소원 제도가 왜 사법부의 폭주를 막기 위하여 신속하게 도입되어야 하는 헌법적 장치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재판의 공정성은 늘 재판의 신속성과 대립되는 헌법적 가치다. 오로지 재판의 신속성만을 보장하기 위하여 재판의 공정성을 일방적으로 희생시킬 수는 없다. 최대한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범위 안에서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정언명령을 실현하기 위하여 재판의 신속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단지 재판의 신속성만 고려한 채 일방적으로 희생된 재판의 공정성으로 유력한 대선후보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뿐만 아니라 공무담임권(헌법 제25조)에 포함된 피선거권마저 박탈당할 위험마저도 초래될 뻔했다. 이것은 유력한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국민의 선거권(헌법 제24조)을 박탈하는 위험까지도 초래할 수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게다가 선거제도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필수적 요소이므로 선거권과 피선거권의 부당한 박탈은 헌법적 가치인 민주주의에 대한 침해를 의미하기도 한다. 또 다른 헌법적 가치인 평등의 관점에서도 굳이 이재명 후보의 재판을 다른 재판보다 더 신속하게 진행해야 할 합리적 이유는 없었으며, 오히려 그가 유력한 대선후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재판보다 더 공정하게 진행해야 할 합리적 이유가 있었다.

점점 커지는 사법부에 대한 극도의 불신
 조희대 대법원장이 5월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장내 정돈을 선언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조희대 대법원장의 주도로 혹은 그와 공동으로 대법관들은 판결이라는 형식으로 명백하게 선거에 개입했다. 헌법은 모든 공무원에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공익실현의무를 부과한다(헌법 제7조 제1항). 이러한 공익실현의무의 핵심은 중립의무와 공정의무이며 중립의무에는 정치적 중립의무가 포함된다. 특히 정치적 중립의무가 강조되어야 하는 영역은 선거절차다.

조 대법원장 혹은 그를 포함하여 대법관으로 구성된 전원합의체는 유력한 대선후보의 재판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공정하게 진행되었어야 하는 재판의 공정성을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면서까지 무리할 정도로 신속하게 진행된 재판으로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 더욱이 그것이 특정한 정파에 유리하게 작동하도록 정파적이었기 때문에 선거절차에서 요구되는 헌법적 의무로서 정치적 중립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했다.

선거절차에서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의무를 공무원의 공익실현의무뿐만 아니라 헌법상 선거원칙인 자유선거원칙(헌법 제41조 제67조)과 정당의 기회균등원칙(헌법 제116조)에서 도출하는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헌법적 의무가 공직선거법에 따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공직선거법 제9조)로 구체화된다고 이해한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정치적 중립의무가 부과되는 공무원에는 사법부의 공직자(법관)도 포함된다고 본다. "선거에 있어서의 정치적 중립성은 행정부와 사법부의 모든 공직자에게 해당하는 공무원의 기본적 의무이다"(헌재 2004. 5. 14. 2004헌나1).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선거절차에서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의무의 위반으로 국회에서 탄핵소추되었다. 원칙적으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에 참여한 모든 대법관이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적어도 현행 사법제도의 특성상 이를 주도한 조희대 대법원장은 비상식적으로 신속하게 진행된 판결을 주도하여 선거에 개입함으로써 선거절차에서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탄핵소추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신속한 내란종식을 원하는 시민들의 염원을 걷어차며 속절없이 지연되고 있는 내란재판, 특검이 내란재판에서 공개한 내란 당일 CCTV를 통해 확인된 내란 주요임무종사자에 대한 구속영장청구의 빈번한 기각사태를 목도하면서 시민들은 사법부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키워가고 있다. 그 중심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있고, 그는 국정감사를 통해 무리하게 신속한 파기환송 판결로 사법쿠데타를 주도한 인물로 부각되고 있다.

국회는 어설프게 선거에 개입하여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사법부의 독립성을 방패막이 삼아 스스로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더욱이 정파적으로 변질된 법원의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를 신속하게 추진하여 사법부의 진정한 독립성을 회복시켜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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