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상생 정신'으로 돌아와야 지속할 수 있다

김지수 2025. 10. 2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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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B 배달망 신설 의혹, 라이더·자영업자 이어 배달대행시장까지 잠식 우려

[김지수 기자]

배달의민족이 또다시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이번엔 '배달대행사 직접 운영'이라는 새로운 의혹이다.

지난 14일자 <아주경제> 보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배민)은 최근 B2B 영업기획·운영정책·푸드 B2B 제휴영업 등 기업 간 거래(B2B) 관련 인력을 채용 중이다. 특히 서비스·마케팅 제휴 기획과 관리 전반을 담당할 10년 차 이상 B2B 영업기획팀장 모집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직무는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 배달 서비스가 아니라, 프랜차이즈 본사나 대형 식품기업을 상대로 한 B2B 배달망 구축을 위한 조직이다. 겉으로는 단순한 사업 확장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배민이 직접 배달대행 시장으로 진입하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위원장은 "맥도날드, 버거킹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의 배달 물량은 현재 동네 배달대행사들이 주요 수입원으로 삼고 있는 영역"이라며 "배민이 이 물량을 직접 확보하려는 것이라면 사실상 지역 대행사들의 생존기반을 잠식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 구조가 현실화되면 배민은 단순한 주문중개 플랫폼이 아니라, 직접 배달망과 인력을 운영하는 실질적인 배달회사로 변모하게 된다. 다만 배민 측은 "결원 충원 및 인력 보강 차원"이라며 "배달대행시장에 들어갈 계획은 아직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배민이 직접 뛰는 구조, 시장 재편 시나리오

배달의민족의 배달 서비스는 그동안 세 단계로 진화해왔다.
▲ 배민 B2B 배달망 사업 추진 의혹 현재 배민의 배달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논란이 되고 있는 ‘직영 배달대행’이 추가될 경우 아래와 같은 구조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 라이더유니온
첫째, '배민커넥트'는 누구나 앱을 켜고 단건 배달을 수행하는 자유형 구조다.

둘째, '배민플러스'는 자회사인 우아한청년들이 전국 지사를 통해 라이더를 모집·관리하는 하청형 구조다.

그리고 지금 논란이 되는 세 번째 형태가 있다. 바로 B2B 배달망이다.

이는 프랜차이즈 본사 단위로 계약을 맺고, 가맹점 전체의 배달을 배민이 통합 운영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A치킨 본사와 계약을 맺고, 전국 가맹점의 배달을 배민이 책임지는 방식"이다. 이 모델이 현실화되면 도심 지역은 배민이 직접 운영하는 대행사가 맡고, 외곽 지역은 기존 대행사들이 하청 형태로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지역 대행사들은 독립사업자에서 배민 물류망의 하청 파트너로 전락하게 된다.

점주 통제, 라이더 통제에 이어 '대행사 통제'까지

배민의 행보는 최근 몇 년간의 일관된 흐름과 맞닿아 있다. 통제 방식을 바꿔가며 시장의 영향력을 넓히는 것이다. 불과 3개월 전에는 '배민온리' 정책으로 교촌치킨이라는 특정 프렌차이즈를 전속 입점시키려 했다. "배민에만 들어오면 수수료를 깎아주겠다"는 조건이었지만, 사실상 전속계약 유도 정책이었다. 하지만 두 회사 사이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협상이 무기한 중단됐다. 그 배경을 두고 독점 구조 강화 정책에 대한 거센 비판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최근 배민은 DH의 통합 운영 시스템 '로드러너' 도입을 추진해 왔다. 라이더 입장에선 이동·대기·지연 사유까지 실시간 기록되는 '감시·성과압박' 장치, 상점주는 조리 지연 책임과 노출 패널티로 이어질 수 있는 '압박 시스템', 본사 노동자는 데이터 효율을 근거로 한 '조직 슬림화·구조조정 압박'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우려 속에 라이더유니온·점주단체·본사 노동자들의 반발이 이어지며 제주 시범 도입은 연기됐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프렌차이즈 전속 경쟁 유도(배민온리)·현장 통제(로드러너)가 막히자, 배민이 배달대행사 직접 운영 등 구조적 통제 강화로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 배민의 배달대행사 밀어내기 배민은 이미 지난 4월 구조 개편을 단행, ‘알뜰배달(배민 자체)’은 싸고 빠르게, ‘가게배달(외부 대행사)’은 비싸고 느리게 표시됐다.
ⓒ 미디어데모스 (현장제보 편집)
교묘한 구조 변경, 배달대행사 밀어내기 신호

배민은 이미 지난 4월 구조 개편을 단행하며 '배달대행 밀어내기'의 신호를 보냈다. '울트라콜(정액제 광고)'을 폐지하고 주문당 수수료 체계로 바꾸면서, 가게 입장에서는 외부 대행사를 쓸 이유가 줄어들었다.

앱 화면 구성도 바뀌었다. '알뜰배달(배민 자체)'은 싸게, '가게배달(외부 대행사)'은 비싸게 표시됐다. 소비자와 점주는 자연스럽게 배민 자체 배달망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였다. 결국 이 정책은 '가게배달'을 배민 내부 시스템으로 흡수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노란봉투법' 회피 구조? 복잡한 책임망

이런 구조는 법적 책임 문제와도 연결된다. 최근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된 '노란봉투법'은 실제 지시·통제한 원청을 사용자로 인정해 책임을 묻는 내용이다. 그러나 배민처럼 하청·용역·자회사 구조를 여러 겹으로 쪼개면 실제 책임 주체는 모호해진다. 배민이 직접 대행사를 세우거나, 기존 대행사에 용역을 주는 식으로 구조를 복잡하게 설계하면 법적 책임을 늦추거나 분산시키는 효과가 생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배민이 노란봉투법 적용은 피할 수 없겠지만, 효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구조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의도를 단정하긴 어렵지만, 결과적으로는 통제는 강화되고 책임은 분산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코로나 이후, '상생의 배민'은 사라졌다

배달의민족의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한 시점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였다.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면서 배민의 거래액과 매출은 몇 배로 뛰었다. 같은 시기 직원 규모도 크게 늘었다. 그러나 2019년 12월 창업주 김봉진 의장이 회사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당시 우아한형제들과 DH는 싱가포르에 합작법인 '우아DH아시아'를 세웠고, 이후 DH의 지분율은 2021년 89.54%에서 현재 거의 100%에 근접했다. 2021년 대비 2022년 매출은 1.5배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수십 배로 폭증했다.

문제는 그 성과가 직원 처우나 서비스 개선, 상생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익은 본사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 형태로 집중됐고, 현장의 라이더와 점주, 하청사들은 오히려 더 큰 압박을 받게 됐다.

공시자료에 따르면 2023~2024년 2년간 약 9499억 원이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 명목으로 해외 본사로 이전됐으며, 이는 '1조 원 약탈 구조'라는 비판을 낳았다. 상생의 플랫폼으로 출발했던 배민은, 2025년이 된 지금 착취적이고 침략적인 '제국형 플랫폼'으로 변모했다. 배달료 삭감, 수락률 통제, 미션제 경쟁 등 모든 변화가 플랫폼의 수익 극대화에 맞춰 설계되고 있다.

배민 다시, 상생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 라이더유니온, 우아한유니온, 공플협 연대 기자회견 사진 2025년 10월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배달의민족 로드러너 강제도입 중단 촉구 기자회견」 가운데 연단에는 한창민 국회의원이 발언 중이다.
ⓒ 라이더유니온
배달의민족은 한국 배달시장의 1위 플랫폼이다. 그 영향력만큼 책임도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통제가 아니라, 더 많은 상생이다. 점주, 라이더, 소비자, 직원이 함께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시장도 플랫폼도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본사의 단기 실적보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이 개선되는 구조가 진정한 혁신이다. 지금의 배민은 효율과 통제, 수익 중심의 길로 달려가고 있다. 그러나 '상생의 정신'으로 돌아올 때만이 이 회사가 진정으로 존중받는 이름으로 남을 수 있다. 그 선택이야말로 배민이 스스로를 지키고, 한국 배달노동의 미래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라이더유니온은 상점주(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본사 노동자(화섬식품노조 우아한유니온)들과 함께 연대하여 이 구조를 바꾸고, 진짜 상생의 플랫폼이 무엇인지 실천으로 보여줄 것이다. 그 선택이야말로 배민이 스스로를 지키고, 한국 배달노동의 미래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사무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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