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파마, ‘PPI 개척자’ 프로티나에 왜 반했나
글로벌 바이오 업계의 최대 화두는 인공지능(AI)이다. 신약이나 바이오베터(잠깐용어 참조) 개발에 AI를 활용하면 개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서다. 보스턴컨설팅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절반 수준으로 시간이 단축된다.
하지만 아직까진 AI 신약 개발은 한계가 명확하다. 우리 몸의 생명 활동은 수많은 단백질이 서로 복잡하게 만나고 소통하는 상호작용(PPI·Protein-Protein Interaction)으로 이뤄진다. 이 중에선 몸에 해로운 상호작용도 있다. 이를 잡아내는 게 신약 개발의 열쇠다. 문제는 어떤 게 해로운 상호작용인지 파악하기 위한 빅데이터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 부문에 뛰어든 게 프로티나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로 시야를 넓혀도 PPI 빅데이터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덕분에 빅파마도 프로티나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와 12억원 규모 추가 계약을 체결한 배경이다.
창업자인 윤태영 프로티나 대표는 “사업 초기에는 기술 자체에 대한 의구심도 있었다”며 “현재는 그런 건 전혀 없고 기존 단백질 분석법(단일 구조 분석 등)과 비교했을 때 실질적인 효과가 있느냐를 묻는 질문이 대부분이다. 이를 입증해가는 게 우리의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전기전자제어공학과 박사/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물리학과 영년직 부교수/ 서울대 자연과학 생명과학부 교수, 프로티나 대표(현) [프로티나 제공]](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0/mkeconomy/20251020101503743cdhr.jpg)
패스파인더·랜드스케이프 양축
프로티나는 전형적인 교원 창업 바이오텍이다. 윤 대표는 2015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부교수 재직 당시 프로티나를 설립했다. 윤 대표는 “처음 기술 연구에 뛰어든 건 2010년이다. 당시만 해도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등 DNA 시퀀싱 기술은 꽤나 개발돼 있던 상태였다. 그대로 좇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단백질 상호작용에 관심을 가졌다”며 “처음에는 미연구개발 분야인 만큼 학습 차원이었지만 하다 보니 상업화의 가능성을 봤다”고 덧붙였다.
창업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창업 이후 연구 기술을 적용할 임상 샘플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 윤 대표는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2020년 연구년에 MIT(매사추세츠공과대)를 골랐다. 근처에 PPI에 관심이 많은 빅파마 한 곳의 주요 지사가 있어서였다. 교수들에게 부탁해 저곳과 연결해줄 수 있겠느냐고 부탁했고, 세미나 자리에 초청됐다. 큰 기대는 없었는데 우리의 기술이 ‘말이 된다’고 판단했는지 계약까지 이어졌고 임상 샘플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빅파마를 홀린 건 프로티나의 SPID (단일분자 단백질 상호작용) 플랫폼이다. PPI를 고속·대량으로 측정하고 분석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SPID 플랫폼은 세 가지 요소(Pi-Chip·Pi-View·Pi-InSight)로 구성된다.
Pi-Chip은 단백질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반도체 공정 기술을 응용해 표적 단백질 PPI 신호만 선택적으로 포집하는 형태다. Pi-View는 포집된 단백질 간의 복잡하게 얽힌 관계도를 포착하는 역할이다. 마지막으로 Pi-InSight는 관계도를 분석하고 기록한다. 개별분자 형광 이미지 식별 알고리즘으로 미세한 형광 신호를 단일분자 단위로 구분하고 카운팅해 극한(fM) 수준의 민감도와 정밀도를 확보하는 구조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게 PPI 빅데이터다.
프로티나는 SPID 플랫폼을 활용해 두 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① PPI 패스파인더(PathFinder)와 ② PPI 랜드스케이프(Landscape)다.
패스파인더는 PPI 데이터를 분석해 바이오마커를 찾는 일종의 내비게이션이다. 바이오마커는 질병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예를 들어 당뇨병의 경우 혈액 속 혈당 수치가 바이오마커다. 바이오마커가 중요한 건 신약 개발의 첫 단계여서다. 신약 투입 시 바이오마커가 개선됐는지를 통해 신약 효능을 확인할 수 있어서다. 윤 대표는 “현재 패스파인더의 주력은 BCL-2(B세포 림프구-2) 단백질 쪽인데, 점차 자가면역 질환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랜드스케이프는 신약·바이오베터 후보물질 발굴과 직결된다. SPID 플랫폼으로 만들어낸 항원-항체 빅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해 항체의 핵심 결합 부위를 찾아내고, 신약 후보물질 설계와 최적화에 활용하는 구조다.

정부 과제 선정 촉각
“패스파인더와 랜드스케이프 모두 프로티나에 중요한 사업군이다. 그런데 최근 시장에서 랜드스케이프에 관심을 보이는 건 주도권과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 패스파인더 사업 주도권은 아무래도 고객사가 쥐고 있다. 본인들의 신약 개발 타임라인에 맞춰 프로티나가 주문을 받는 형태여서다. 하지만 랜드스케이프는 다르다. 랜드스케이프가 성과를 내고 프로티나가 자체적인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 가능한 상황이 되면 주도권은 프로티나 쪽으로 넘어온다. 사업적 측면에서도 패스파인더는 점진적인 매출 상승이 기대된다면 폭발적인 성장은 랜드스케이프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윤 대표와 황성택 프로티나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의 설명이다. 프로티나는 궁극적으로 랜드스케이프를 신약·바이오베터 개발 플랫폼을 구축할 방침이다. 이후 빅파마와 협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자체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프로티나는 기술력 입증을 위해 적극적으로 정부 과제를 수행 중이다.
프로티나는 백민경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등과 협력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클라우드 인공지능(AI) 항체 은행 구축’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백 교수는 지난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데이비드 베이커 워싱턴대 교수와 함께 단백질 구조 예측 프로그램 ‘로제타폴드’를 개발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윤 대표는 “정부 차원에서도 관심이 많고 내부 평가가 좋다”며 “순차적으로 두세 번에 걸쳐 결과물을 릴리스(발표)할 것 같은데 첫 번째는 10~11월 중, 두 번째는 12월~내년 초로 예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다. AI 모델을 활용해 실질적인 항체 바이오의약품 개발 가능성을 입증할 기회도 잡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135억원 규모의 ‘2025년도 AI 모델을 활용한 항체 바이오베터 개발·실증사업 신규지원 대상과제 공고’를 냈다. 바이오의약품 후보물질 10종 발굴과 물질특허 출원 10건, 임상 1상 시험계획 신청 1건 또는 기술이전 1건 등을 목표로 추진되는 정부 과제다. 프로티나는 국내 대표 바이오 업체와 손을 잡고 지원했다. 바이오 업계는 늦어도 10월 중에는 선정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표는 “랜드스케이프가 추구하는 방향성이나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은 해소가 됐다고 판단한다”며 “남은 건 항체 의약품을 개발 가능하느냐인데 이번 정부 과제에 선정돼 성공적으로 진행을 마치면 입증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잠깐용어*바이오베터 바이오베터는 기존 오리지널 약을 더 나은(Better) 방식으로 개량하는 게 핵심이다. 치료율을 높이거나 치료 기간을 단축하는 방식일 수도 있고 투약 방식이나 횟수 등 편의성을 개선한 형태일 수도 있다. 어찌 됐건 오리지널 약 대비 뛰어난 점이 인정돼야 ‘베터’를 붙일 수 있다. 오리지널 약보다 성능이 좋기 때문에 바이오시밀러(복제약)는 물론 오리지널 약보다도 비싼 가격이 책정된다. 20년간 독자적 특허도 인정을 받는다. 또 바이오베터는 오리지널 약의 특허 만기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개발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1호 (2025.10.22~10.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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