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 향한 저격? 이청용의 골프 세리머니 적절했나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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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HD의 이청용이 골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 ⓒ 한국프로축구연맹 |
노상래 감독대행이 이끄는 울산은 10월 18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33라운드에서 광주 FC 전에서 2-0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신태용 전 감독이 경질되고 치른 첫 경기였다. 최근 7경기 연속 무승(3무 4패)의 사슬을 끊어내고 오랜만에 승리를 따낸 것. 10승 10무 13패(승점 40)를 기록한 울산은 9위로 한 계단 올라 파이널라운드를 앞두고 강등권을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날 뜻밖의 논란이 된 것은 득점 직후 이청용이 보여준 의문의 세리머니였다. 울산은 루빅손의 선제골에 이어 후반 종료 직전 교체투입된 이청용이 PK 추가골을 뽑아냈다. 이청용은 오랜만에 골을 넣고 나서 돌연 관중석을 향하여 다가가더니, 골프 스윙을 하고 날아가는 공을 쳐다보는 듯한 동작을 펼쳤다. 경기가 끝난 후 관중석에 인사하는 상황에서도 다시 한번 '골프 세리머니'를 펼치고는 활짝 미소를 짓기도 했다.
노상래 감독대행은 경기후 "이청용이 PK 전담키커가 아닌데, 골에 대한 욕망이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청용이 굳이 본인의 역할도 아닌 PK를 찬 것과, 그 이후 골세리머니가 다분히 사전에 계획한 의도성이 있었음을 보여준 장면이다.
많은 축구팬들과 전문가들은 이청용의 골프 세리머니를 신태용 전 감독을 조롱하는 '저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울산 사령탑 시절 골프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신 감독이 원정 경기를 위하여 이동하면서 개인 골프백을 선수단 버스에 실었다는 사진이 외부 유출되면서 논란이 됐다. 이를 두고 신 감독이 구단의 위기 상황에서도 개인 취미를 즐기느라 팀에 소홀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또한 신 감독은 울산에서 베테랑 선수들과 심각한 갈등이 있었음을 밝혔다. 신 감독은 일부 베테랑 선수들이 감독을 무시하고 팀 기강을 흐리는 행동을 일삼았으며, 구단도 선수들 편만 들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울산 구단 측은 신 감독이 선수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등, 구시대적인 리더십이 문제였다고 반박했다. 이에 신 감독은 'KBS' 'MBC' 등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하여 골프와 폭언 논란에 대하여 모두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실제로 신 감독이 경질되는 과정에서 일부 베테랑들이 선수단 여론을 주도하여 "신 감독과 함께 할수 없다"는 뜻을 구단에 전달한 것이 결정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신 감독은 본인이 울산에서 '바지 감독'(실권이 없는 허수아비)이었다"는 발언까지 하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동안 실명이 직접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정황상 신태용 감독과 불화를 빚은 선수중 하나로 유력하게 추정된 인물이 바로 이청용이었다. 누가봐도 신태용 감독을 겨냥한 이청용의 골프 세리머니 저격은 역설적으로 신 감독과 대립한 베테랑이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공개 자백한 꼴이 됐다.
사실 스포츠계에서 선수와 감독간 갈등이나 파워게임은 종종 일어날수 있다. 누가 옳고 그른지는 외부에서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어쨌든 신 감독은 '65일만의 초고속 경질'이라는 불명예로 모든 책임을 뒤집어썼다. 이미 사임한 전 감독에게 선수가, 그것도 축구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내용을 들먹이며 조롱하고 비웃는 세리머니를 한다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들 법하다.
경기 후 이청용의 해명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청용은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팀을 사랑하는 마음이 누가 더 진솔한지는 나중에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1부 잔류라는 목표를 달성한 다음에 말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세리머니 관련 답변을 유보했다.
이청용 본인의 주장처럼 그리 진솔했다면 굳이 조롱하는 세리머니가 아니라, 신태용 감독처럼 공개적으로 사실관계를 밝히고 자신의 입장을 당당하게 해명하면 될 일이었다. 만일 정말 팀 잔류가 우선이라 말을 아끼고 싶었다면, 애초에 논란이 될 게 뻔한 그런 세리머니를 하지말았어야 했다.
무엇보다 이번 울산 사태의 본질은 결코 감독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년까지 K리그를 3연패했던 팀이 강등권까지 추락했고, 한 시즌에 감독이 두 번이나 경질되는 사태를 맞이했다. 심지어 그중 한번은 선수단이 집단으로 항명하여 감독을 몰아낸 초유의 상황이다. 이청용과 울산 선수단은 일련의 사태로 구단 성적과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진 책임에 먼저 자신들부터 자중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했다.
그토록 무기력했던 울산 선수들은 공교롭게도 신 감독이 오명을 혼자 뒤집어쓰고 떠나자마자 무승에서 탈출했다. 아직 파이널라운드가 남았지만 울산의 이름에 걸맞는 성적과는 거리가 멀다. 이럴 때 차라리 팬들 앞에서 그동안의 부진을 사죄하거나, 팀의 단합을 강조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더라면 오히려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팀의 베테랑이고 스타인 선수가 오랜만에 PK골을 넣고 보여준 행동이 전 감독에 대한 감정을 품은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경질논란과 진실공방에 또다시 불을 붙인 격이 됐다. 과연 적절한 행동이었을지, 'K리그 명가' 울산이 왜 올해 이런 지경이 되었는지 많은 것을 시사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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