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속 비하인드 스토리가 '여심 저격'…부자들 전유물 벗어나 '대박'친 F1 인기
팀 고충 다룬 다큐로 신규 팬층 유입
"각 선수, 팀은 쇼의 캐릭터 된 것"
부자들의 스포츠, 폐쇄적인 스포츠라는 인식이 깔려 있던 경주용 차량 대회 포뮬러원(F1)에 여성, 청년층 팬이 늘고 있다. 차량, 고액 후원가에 집중하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팀·선수 개개인을 조명하는 '스토리텔링'에 집중한 마케팅 전략이 체질 개선의 비결로 꼽힌다.

지난 3~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F1 '그랜드 프릭스 2025' 대회에는 30만641명의 관객이 몰렸다. 전년 대비 11.7% 증가한 수치로, 싱가포르 인구의 약 5%가 결집한 셈이다. 현지 매체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따르면, 현장의 열기를 주도한 팬층은 젊은 여성이었다. 일부 여성 팬은 경기가 열리기 전부터 패독(paddock·F1 드라이버와 크루가 지나다니는 통로) 근처에 텐트를 친 채 좋아하는 선수가 나올 때까지 대기했다고 한다.
F1 팬층의 변화는 공식 통계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F1 글로벌 팬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F1의 여성층 비중은 40%로 집계됐다. 2017년 조사 당시 8%에서 5배 높아졌다. 미국 10·20세대인 Z세대 팬도 대거 유입되면서 팬층 평균 연령도 같은 기간 36세에서 32세로 대폭 낮아졌다.
F1을 즐기는 팬 수는 8억2700만명으로 2018년 대비 63% 증가했으며,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그랜드 프릭스에 직접 방문한 인원도 전년 대비 9~11% 늘었다. F1은 지난해 광고·티켓 판매·경기 중계 구독료 등으로 36억달러(약 5조1200억원) 매출을 거뒀다. 프로 스포츠 중 미국 내셔널풋볼리그(NFL),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하는 시장 규모다.
'억만장자 클럽' F1, 다큐 성공으로 전환점불과 수년 전만 해도 F1의 별명은 '부자들의 스포츠'였다. 높은 티켓 가격, 고액 후원가에게 초점을 맞춘 폐쇄적인 운영 방침 등 때문이었다. F1에 참가하는 각 팀은 매년 2대의 경주용 차량을 직접 제작하는데, 온갖 최신 기술이 동원된 탓에 제조비, 연구개발비(R&D)를 합쳐 수백억원 이상을 지출한다. 이 때문에 F1 운영 위원회도 고가의 굿즈, 티켓을 판매하거나 VIP 팬들을 우대하며 수입을 충당해야만 했다. 선수들이 지나다니는 통로인 패독에 특별석을 마련하고, 고급 식사와 샴페인까지 제공하는 '패독 클럽'이 대표적이다.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 양성 비용도 상당하다. F1 드라이버들은 어려서부터 엘리트 훈련을 받는 유럽 중상류층 출신이 많다. 영국의 유명 드라이버 루이스 해밀턴은 2021년 "이곳은 억만장자 소년들의 클럽"이라며 "서민인 제 아버지는 훈련비를 마련하느라 자기 인생을 희생하셨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런 F1이 체질 개선의 기회를 잡은 계기는 2019년 개봉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본능의 질주'다. 이 다큐멘터리는 F1에 참가하는 10개 팀과 넷플릭스가 합작한 콘텐츠로, 매년 경기 뒤에서 벌어지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집중 조명했다. F1 경기는 트랙을 달리는 차량이나 선수들의 개인 시점만 보여주지만, 다큐멘터리에서는 경쟁 압박에 시달리는 선수들, 군소 규모 팀의 재정 위기 등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본능의 질주는 방영 내내 넷플릭스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새로운 팬층을 유입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첫 방영 시기인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년의 기간 동안 경기를 직접 관람하러 오는 관중 수는 3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5년 개봉한 영화 'F1 더 무비' 또한 글로벌 박스 오피스 수입 6억2900만달러(약 9000억원)를 달성했으며, 상대적으로 F1이 덜 알려진 국내에서도 3주 만에 100만명 이상의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F1 영화로 모터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30대 여성 A씨는 "처음에는 드라이버만 좋아했다. 하지만 점점 경기를 볼 줄 알게 되면서 팀, 차량 기술, 경주 전략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며 "국내 F1 팬들은 영문으로 된 기술 매뉴얼을 직접 번역해 공유하는 등 열정이 깊다"고 전했다.
"목숨 거는 드라이버들, 캐릭터 활용 좋은 조건"
F1이 스토리텔링을 통해 브랜드 재단장에 성공한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의 TV쇼 평론가 잭 실은 일간지 가디언에 기고한 칼럼에서 "본능의 질주는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가 아니다. 2019년부터 5년 사이 스포츠 업계에선 선수나 팀의 고된 생활, 심리적 압박 등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왔다"며 "본능의 질주도 유사한 포맷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본능의 질주가 그토록 효과적인 이유는 F1 특유의 성격 때문이다. F1은 특성상 돈 문제가 중요할 수밖에 없고, 드라이버들은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경기에 임한다. 각 선수와 팀이 쇼를 위한 캐릭터가 되기에 좋은 조건"이라며 "무자비한 경쟁자, 결단력 있는 캐릭터, 라이벌의 자존심 등 흥미로운 구도가 나타나고, 덕분에 경기의 가장 큰 문제였던 '중계 자체의 지루함'을 해결했다"고 전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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