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을 못 찾았대요" 택시 안에서 들은 그날의 참상
[이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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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천 도로 화단의 꽃댕강나무 |
| ⓒ 이완우 |
지난 15일 아침, 열차를 타고 순천역에 내렸다. 순천역에서 죽도봉과 매산등을 잇는 도보 여행을 계획했다. 순천역 역사에는 "남해안 여행의 새로운 길, 지금 떠나세요"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지난달 27일, 목포시 임성리역과 보성군 신보성역을 연결하는 79.2km의 '목포보성선' 철도가 신설되었다. 영암, 해남, 강진과 장흥 지역을 연결하는 철도 노선이 생겨 남해안 교통 시대를 새롭게 열게 됐다. 도로 화단에는 꽃댕강나무의 하얀 꽃이 줄지어 피어 있었다.
순천역에서 서쪽으로 400m 걸었다. 순천 시내를 관통해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동천을 만났다. 동천 산책로에서 아침 운동을 하는 분께 죽도봉과 매산등 찾아가는 길을 물었다. 그는 순천의 산천과 역사를 잠시 친절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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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천 동천 산책로 |
| ⓒ 이완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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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천 동천 경전선 철도 교량 |
| ⓒ 이완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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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천 조곡동 여순10·19평화공원 |
| ⓒ 이완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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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천 조곡동 여순10·19평화공원 희생자 추모 헌화 철판 시설물 |
| ⓒ 이완우 |
두 번째 철판에는 한 소녀의 형상에 하얀 글씨가 빼곡히 씌어 있었다. 소녀의 형상에 새겨진 이야기를 천천히 읽었다.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를 해줄게. 이리 와 잠시 들어봐. 평화로운 동네에 나팔 소리 들리던 가을날, 한밤중 이야기. 그들은 손가락 총성에 맞춰 이유도 없이 우리를 쏘았지. 그 뿐인가? 골짜기 속으로 몰아넣고 불태워 흙과 돌로 덮어 버렸지.
이 불행의 넋이여. 나 영영 울지도 못하네. 이 불행의 넋이여. 나 영영 울지도 못하네. 바른길 앞서 걷던 그들의 눈물을 지금껏 알아주는 이 없네. 버드나무 아래서 살려 달라 비는 말도 없이 눈을 감은 그들을. 아 불행의 넋이여 나 영영 울지도 못하네. 아 불행의 넋이여. 나 영영 울지도 못하네.
한평생 풀지 못한 그날의 밤이 그 이름이 사라질까 무서워. 싸늘한 그 계절이 돌아오며는 살아 있는 게 죄인 같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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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순10·19평화공원 희생자 추모 헌화 철판 시설물 |
| ⓒ 이완우 |
누구의 아들이고, 가장이었을 남자들. '나 죄 없응께 괜찮을 거네' 했는데. 젊다, 머리가 짧다가 이유였다. 삶과 죽음을 가른 '손가락총'. 순천, 順天, PEACEFUL HEAVEN. 첫 교전지 동천 제방. 응징과 보복, 그 악순환. 죽음, 가해자는 누구인가?
여순10·19평화공원 상징 조형물이 우뚝 서 있었다. 좌우의 엇갈린 형상은 얽혀진 이념에 의해 뒤틀린 총의 형상을 나타내며 중앙의 오브제는 이때문에 피 흘린 희생자의 아픔을 표현하였다고 한다. 제목은 '뒤틀린 총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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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순10·19평화공원 상징 조형물 |
| ⓒ 이완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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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순10·19평화공원 조각품 |
| ⓒ 이완우 |
우리가 너무 몰랐음을 반성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공간으로 나타내고자 하였다. 크고 작은 '구' 형태의 미러에 굴곡지고 일그러져 비치는 풍경과 본인 모습을 통해 왜곡되고 다르게 알려진 시대의 아픔을 똑바로 직시하자는 의미를 내포한다.
여순10·19평화공원은 여순사건의 아픈 과거가 머물러 있는 공간이었다. 여순사건은 육군 14연대 군인들이 제주4·3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면서 일어났다. 이 여순사건 진압 과정에서 군인과 민간인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였다. 사건 진압 후 부역자 색출 과정에서 민간인 1만 1000여 명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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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순10·9평화공원 금목서와 민들레 |
| ⓒ 이완우 |
"어차피 역사의 아픔이죠. 유족이라고 해도 대개 80대가 넘어요. 제가 알기로는 600여 명 정도가 유족으로 지정되었다고 해요. 외할아버지의 시신을 그때 못 찾았대요. 그냥 산소를 만들어 모셨어요. 지금 유족이라고 월 10만 원이 지급돼요. 어머니는 '한평생 억장 가슴으로 숨죽였는데, 이 돈이 무슨 의미 있냐?'라고 하셔요."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여순10·19항쟁 희생자 유족의 한스러운 아픔이 가시지 않았음을 택시 안의 짧은 대화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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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순10·19평화공원 녹슨 철판 속의 소녀 |
| ⓒ 이완우 |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를 해줄게. 이리 와 잠시 들어봐."
한 소녀가 녹슨 철판 속에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잊히지 않고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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