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복판 뮤지엄 약국, OWM 가보니
잘못 들어온 걸까. 서울 강남대로 인근 골목 ‘옵티마웰니스뮤지엄(OWM) 약국’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드는 생각이다. 보통 약국에서는 계산대에 서서 약사에게 처방전을 내밀고 약을 받아 나오는 게 전부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고객이 직접 진열대 위 약품을 고르고, 약사는 그 옆에서 큐레이터처럼 설명을 이어간다.
이곳 OWM 약국은 ‘약국의 역할’을 되돌리려는 공간이다. 과거 약국은 동네 사랑방 역할을 했다.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요즘 어디가 아프다’며 수다를 떨었다. 약사는 약뿐 아니라 건강습관까지 챙겨주는 조언자였다. 그러나 2000년, ‘진료와 처방은 의사에게, 약품 조제는 약사에게’로 대표되는 의약 분업 이후 약국의 동네 사랑방 모습은 사라졌다. 처방약 조제 중심으로 변하며 환자가 병원 들렀다 잠시 머무는 곳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달라졌다. 건강에 관한 관심은 노년층을 넘어 MZ세대까지 확대됐다. 보디 프로필, 다이어트, 영양제 섭취 문화가 대중화하며 ‘미리 관리하는 건강’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외국인 관광객들의 ‘드럭스토어 쇼핑’ 수요가 겹치며 약국을 새롭게 정의하려는 시도가 나타났다. 그 실험의 산물, OWM 약국은 어떤 모습일까.

약 비교·체험·상세 상담까지
9월 30일 오후 2시, 강남역에서 나와 신논현역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유리 외벽으로 둘러싸인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간판에는 ‘약국’ 앞에 ‘웰니스뮤지엄’이란 단어가 붙어 있다. 외관 역시 약국이라기보다 전시장에 가깝다. 약사의 전문성과 웰니스 체험을 결합한 ‘도심형 큐레이션 약국’ 모델이라는 설명이다. 매장 공간은 총 140평 규모로 지상 1층과 지하 1층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챠(뽑기) 기계가 먼저 방문객을 맞는다. 계절 비타민이나 굿즈가 담긴 작은 캡슐을 뽑을 수 있다. 한쪽 벽에는 에코백, 모자, 티셔츠가 놓여 있다. 마치 약국이 아니라 편집숍에 가까운 풍경이다.
매장 1층은 ‘큐레이션존’이다. 따뜻한 우드톤 전시대와 한쪽 벽면에 진통제, 감기약, 알레르기약, 위장약, 소독제 등 다빈도 의약품이 카테고리별로 정돈돼 있다. 마치 도서관 서가처럼 가지런한 진열 방식에 약 이름과 가격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었다. 특이한 건 약들이 단순히 박스째 쌓여 있는 것이 아닌, 아크릴 박스에 알약과 캡슐을 그대로 담아 색감과 형태까지 보여준다는 점이다. 흰 알약, 붉은 캡슐, 파란 알약이 전시품처럼 배열돼 있어 약이 ‘판매 품목’이 아니라 ‘전시 콘텐츠’로 다가온다.
매장을 둘러보다 보면 가운을 입은 약사가 다가온다. 한 고객이 “두통에 좋은 약 없느냐”고 묻자, 약사는 제품 성분, 복용 시간, 주의사항을 자세히 설명한다. 약사가 단순 판매자가 아닌 도슨트처럼 큐레이션을 해주는 순간이다. 매장에는 4~5명의 약사가 상주한다고.
지하로 내려가니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상담존과 체험존, 소규모 카페가 눈에 들어온다. 이른바 ‘웰니스존’이다. 이 공간에는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더마 화장품 등 3000여종의 웰니스 제품이 가득하다. 가장 안쪽에는 스마트 측정 의료기기 2대가 있다. 혈압과 체성분, 스트레스 지수, 피부 수분도 등을 한 번에 측정할 수 있는 기계다.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니 검사 결과가 카카오톡에 전송된다. 이후 측정 결과를 토대로 약사와 심화 상담이 이어진다. 상담 이후엔 맞춤 소분한 건강기능식품을 아침·점심·저녁 패키지로 구매할 수 있다.
‘창고형 약국’ 아닌 웰니스 사랑방
외국인·반려인 공략해 ‘3호점’ 목표
OWM 약국은 ‘웰니스 사랑방’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우선 OWM 약국은 최근 의약 업계에서 논란이 된 ‘창고형 약국’과는 선을 긋는다. 지난 6월 경기 성남에 문을 연 메가팩토리 창고형 약국은 대량 할인 판매를 내세우며 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가격만 보고 약을 고르는 구조에 복약지도 부재와 오남용 위험을 키운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일부에서는 법 개정을 통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약사 커뮤니티에서는 창고형 약국 근무 약사를 비방하는 일도 벌어졌다. 반면 OWM 약국은 이 같은 논란과는 다른 길을 간다. 무엇보다 가격 경쟁을 전면 배제했다. 판매 가격은 전국 약사회 지부·분회별 ‘최다 빈도값’을 기준으로 책정하고, 대량 구매도 제한한다.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은 아예 취급하지 않아 기존 조제 약국과의 충돌도 피했다. 모든 구매에 상담 절차를 의무화해 단순히 ‘값싼 약국’이 아니라 ‘상담과 큐레이션’으로 차별화한다는 구상이다.
차별화 전략은 외국인 관광객 공략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외국인의 의료 소비 가운데 약국 이용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53%에서 올해 58%로 늘었다. 결제 금액은 60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강남점은 호텔 밀집 지역에 위치해 외국인 방문객이 많다. 이에 맞춰 OWM 약국은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를 지원하는 다국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또 OWM 약국은 ‘웰니스 플랫폼’으로의 확장도 모색한다. 반려동물 영양제를 별도 공간에 배치하고, 일부 건강기능식품은 뷰티 제품과 패키지로 묶어 판매한다. 매장 내에서는 사일런트 요가, 필라테스, 러닝 프로그램 등 체험형 콘텐츠를 제공하며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자체 앱 멤버십을 통한 ‘록인’ 효과도 노린다. 향후 강남점 성과를 토대로 프랜차이즈형 확장도 구상 중이며 2년 내 수도권에 2~3호점 개설을 검토하고 있다.
‘약은 약사에게’에서 ‘건강은 약사에게’로

A. 약국이 ‘조제 중심’으로만 운영되는 현실이 아쉬웠다. 소비자 건강 니즈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는데, 오히려 약국의 역할과 카테고리는 점점 축소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유통이 강세를 보이는 시대에 오프라인 약국만이 줄 수 있는 고유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약국은 단순한 약 판매 공간이 아니라, 상담과 체험이 어우러진 ‘건강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다. 마치 올리브영이 뷰티를, 다이소가 생활용품을 재정의했듯, 건강이라는 카테고리에서는 약국이 그 중심이 돼야 한다.
Q. 일부 약사들은 대형 약국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A. ‘대형 약국’이라는 말만 듣고 부정적인 시선이 적잖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직접 방문하면 “창고형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모델”이라는 점을 금세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젊은 약사들 사이에서는 이런 새로운 모델에 대한 호기심과 응원이 커지고 있다. 물론 동네 밀착형 약국은 그 역할대로 유지돼야 한다. OWM 약국은 또 다른 상권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미래의 약국은 어떤 모습일까.
A. 약국은 더 이상 ‘아플 때만 잠깐 들르는 곳’이어서는 안 된다. 미래의 약국은 예방, 관리, 체험을 통해 건강을 생활 속에서 설계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소비자는 쇼핑의 자유와 전문가의 상담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야 하고, 약사는 단순한 판매자가 아니라 ‘도슨트’처럼 고객의 건강 루틴을 큐레이션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앞으로 더 많은 약사님과 함께 새로운 약국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0호 (2025.10.15~10.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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