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김정관, 美러트릭 만나러 출국…“협상에 박차 가할 것”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6일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하면서 한·미 양국 간 관세협상 줄다리기가 다시 개시됐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DC에 머물고 있는 구윤철 경제 부총리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잇달아 합류해 사실상 정부 협상단의 총력전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실장은 이날 출국 직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다 모이는 기간이고, 우리가 목표로 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의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준비하기도 적절하다”며 “여러 갈래로 이뤄지는 논의를 한 자리에 모아 서로 입장을 조율하고 협상에 박차를 가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같이 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 기간 정부 대표단은 미국 정부 각 부처와 교차 협상을 진행한다. 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구 부총리는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여 본부장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각 협상할 예정이다. 김 실장도 러트닉 장관을 함께 만나고, 각 단위 협상을 총괄 조정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김 실장은 “(협상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이전에는 미국 내 관련 부서들이 긴밀하게 소통하는 인상은 보이지 않았는데, 이번엔 미국도 재무부와 USTR, 상무부가 긴밀히 서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APEC 정상회의 기간 관세 협상 최종 타결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두 정상이 만나는 기회이기에 양국 협상단 간에 이를 활용하자는 공감대는 있다”면서도 “다만 우리 국익과 국민의 이해에 맞게끔 가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협상 진행 상황과 관련해 김 장관은 “외환시장과 관련된 여러 부분에서 미국 측과 상당 부분 오해, 격차, 이해의 간극이 많이 좁혀졌다는 정도 말씀드릴 수 있다”고만 했을 뿐,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액의 조달·구성 방식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일각에선 대규모 대미 투자에 따른 외환시장 충격을 방어하기 위해, 한·미 통화스와프나 그에 준하는 별도 장치가 논의 중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협상이라는 게 이랬다저랬다 하는 상황이라 아직까진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은 지난달 한국 정부가 미국에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관련 양해각서(MOU) 수정안을 보내고, 이에 대한 양국 간 피드백이 오가는 과정에서 바련됐다. 앞서 베센트 장관은 15일(현지시간) CNBC방송 대담에서 “한국과의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we are about to finish up with Korea)”고 말했다. 양국간 이견이 있지 않냐는 질문엔 “악마는 디테일에 있지만 우리는 디테일을 조정하고 있다”며 “IMF와 세계은행의 회의 주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돼 그 부분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과 김 장관이 함께 러트닉 장관과 담판을 벌이는 건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 전날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이들은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러트닉 장관과 2시간 가량 컨퍼런스 콜(conference call) 방식으로 협상을 벌였다. 김 실장은 “하고 싶은 말을 다했고, 중간 부분엔 (분위기가) 험악해져서 ‘이러다 정상회담 망치는 것 아닌가’ 할 정도로 웅성웅성했다”며 “후반부로 가니 처음으로 (미국 측에서) 대한민국이 문제를 제기하는 게 뭔지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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