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대론 씻어낸 부마항쟁 기념식... 김민석 총리 "정신 새길 것"

김보성 2025. 10. 1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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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주년 행사 4년 만에 국무총리급 참석, 윤 정부 때와 달라져... '다시 만난 세계'도 눈길

[김보성, 윤성효 기자]

 김민석 국무총리가 16일 경남 창원시 3·15아트센터에서 열린 제46주년 부마민주항쟁 국가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5.10.16
ⓒ 연합뉴스
"부마민주항쟁은 유신독재의 어둠을 뚫고 민주주의의 새벽을 연 위대한 시민항쟁이었습니다. 부마에서 타오른 불굴의 용기와 의기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 1987년 6월민주항쟁으로, 2016년 촛불혁명, 2025년 빛의혁명으로 이어졌습니다. 대한민국의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운 위대한 동력입니다."

46년 전 박정희 유신독재를 무너뜨린 항쟁을 기리며 김민석 국무총리는 그 정신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국무총리가 부마민주항쟁 국가기념식을 찾아 기념사를 낭독한 건 이전 윤석열 정부 때에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지역의 지속적 요청에도 지난 정부는 행안부 장·차관만 보내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12.3 내란으로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가 파면되면서 항쟁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완전히 달라졌다. 일정 문제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하진 않았지만, 실질적 국정 조정 등 내각을 책임지는 국무총리가 4년 만에 부마항쟁 기념식 연단에 올랐다.

박정희 유신과 12.3 계엄, 부마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민주화에도 다시 군을 동원한 비상계엄이 반복된 만큼 김 총리는 헌법 1조(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내용을 소환하며 항쟁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는 "부마항쟁이 헌법적 가치의 토대가 됐고, 국민의 힘으로 불의한 정권과 불법적 권력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남겼다"고 말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도 지난해 12월, 반헌법적 계엄과 내란으로 굳건히 지켜왔던 민주주의가 한순간에 흔들렸습니다. 그러나 일상을 멈추고 민주주의의 광장으로 나선 시민 여러분께서 국민주권에 대한 믿음을 행동으로 보여주셨습니다."
 16일 경남 창원시 3·15아트센터에서 열린 제46주년 부마민주항쟁 국가기념식. 왼쪽부터 박형준 부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 등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025.10.16
ⓒ 연합뉴스
김 총리는 "1979년 부마의 외침이 빛의 혁명으로 되살아난 순간이었고, 민주주의를 지켜주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부마항쟁의 정신이 없었다면 지난해 장갑차와 헬기까지 동원해 무장한 군인들을 막아내지 못했을 거란 게 김 총리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부마의 뜻을 계속 계승해 나가겠단 새 정부의 방침을 확고히 했다. 김 총리는 "민주주의는 완성된 제도가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과 실천의 과정"이라면서 "(이것이) 우리가 부마의 정신을 기리고 기억하며 계승·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과제인 진실규명, 명예회복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정부에서 처음 치러진 46주년 부마항쟁 기념식은 '하나된 소리, 시월의 울림'이라는 주제 아래 창원 3.15 아트센터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주최는 행정안전부와 국무총리 소속 부마항쟁진상규명 위원회가 공동으로 맡고, 부마항쟁기념재단이 행사를 주관했다. 참석자로는 김 총리 외에 박상도 재단 이사장, 송기인 신부, 박완수 경남도지사, 박형준 부산시장,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내용은 과거와 현세대를 잇는 음악·공연, 발언으로 주로 꾸며졌다. 창원시민뮤지컬단과 포싱어는 '소리로 연결되는 1979' '울림으로 닿는 2025'를 무대에 올려 "유신철폐, 독재타도"를 다시금 외쳤고, 영상 속 청년들은 "민주주의 밑거름, 당시의 노력 덕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다"라며 화답했다.

부마항쟁 주역의 자녀도 마이크를 잡았다. 이창곤 부마항쟁기념사업회장의 딸인 20대 이윤서씨는 권위주의 정부의 탄압과 은폐 속에 항쟁 얘기를 제대로 꺼낼 수 없었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각별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는 "다음 세대까지 부마의 정신을 전하는 사람이 되겠다"라고 각오도 전했다.

마무리는 12.3 내란 정국 거리에서 가장 많이 불린 노래인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로 채워져 눈길을 끌었다. 아이돌 그룹의 대중가요가 부마항쟁 기념식에 등장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사회를 본 KBS창원총국의 윤준건 아나운서는 46주년 행사의 끝에 이 곡을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마지막 무대는 우리가 모두 함께 만들어가는 무대입니다. 세계가 인정한 케이(K)-민주주의, 그 가운데에는 가장 평화적이면서 민주적인 집회의 문화를 대표하는 노래죠.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함께 부르겠습니다."

1979년 10월 16일 부산·마산(창원) 지역에서 일어난 부마항쟁은 박정희 군사정권에 저항한 최초의 시민항쟁을 일컫는다. 엄혹한 시절에도 대학생·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대규모 도심 시위에 나서면서 독재 종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령과 위수령을 선포하며 이를 강제로 억눌렀지만 유신 붕괴를 피해가지 못했고, 이후 부마 정신은 5·18 민주화운동과 6·10항쟁으로 연결됐다.
 16일 창원 3.15아트센터에서 열린 ‘제46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
ⓒ 경남도청
 16일 창원 3.15아트센터에서 열린 ‘제46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
ⓒ 경남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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