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찾아간 민주당 "350권 책을 2일 만에?", "기록 안 읽고 판결 정황"

유성애 2025. 10. 16. 11:5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파기환송 두고 '종이기록' 열람 여부 쟁점... 국민의힘 "민주당, 사법부 흔들겠단 것" 맹비난

[유성애 기자]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현장 국정감사가 실시된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 위원을 제외한 법사위원들이 현장 점검에 나서 빈 자리가 보이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기사 대체: 16일 오후 4시 16분]

15일 대법원 현장 국정감사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실시된 가운데, 이날 감사장에서는 지난 4월 말 이뤄진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심리를 두고 대법관들이 판결 전 사건 기록을 제대로 검토했는지, 어떤 방법으로 검토했는지 등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6월 3일 대선을 한 달 남긴 시점인 지난 5월 1일, 대법원은 위 사건 상고심 재판을 열고 이재명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심리를 위한 합의기일을 회부(4월 22일) 이틀 만인 24일로 잡는 등,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됐던 판결이었다. 회부된 지 9일 만에 나온 초고속 결정인 데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 탄핵 이후여서 파장이 컸다.

민주당은 현장 국감에서도 이 점을 문제 삼았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4월 말 당시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전자기록이 법적 효력이 없었다며 맹공에 나섰다.

전현희 의원은 이날 "법적 효력이 없는 스캔본 기록을 살려 전합 회부 당시부터 읽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법적 효력 없는 문서를 읽은 것이고, 이는 불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은 지난 10월부터로, 현장에 있던 법원 정보화실장 또한 이날 "형사 관련 전자문서에 효력을 부여한 건 10월10일부터"라며 이를 인정했다.

감사장에서 천대엽 법원 행정처장은 명확하지 않은 답변 태도로 구설을 빚었다. 이날 '7만 건 사건 종이기록이 14명 대법관들 배부를 위해 다 복사됐는가'란 전 의원 질의에 "필요한 부분에 한해서 종이기록을 보기도 한다"라고만 답하는 등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는 않았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현장 검증도 짧게 실시했다. 오전 11시 59분께, 추 위원장은 "시간 관계상 바로 현장으로 이동하도록 하겠다. 법원 행정처 안내로 잠시 뒤 대법정, 소법정, 그리고 대법관실 이동해서 현장을 검증하도록 하겠다"라며 감사 중지를 선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파행'이라며 보이콧을 선언하고 회의실 문을 막아서기도 했다.

언론 보도들에 따르면, 국감장에 남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천대엽 처장에게 "(전산) 로그기록은 보여주면 안 된다"고 말했고, 천 처장은 "절차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당황한 기색이었던 천 처장은 5분 뒤 국감장을 떠나 이동했고, 6층 처장실에서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김용민 의원 등 의원들과 약 1시간 면담했다고 알려졌다. 감사는 오후 4시께 속개됐다.

민주당 "기록 다 읽지도 않고 선고했나"

이에 민주당은 '날림 선고'였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 중이다. 전현희 의원은 16일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트럭 한 대 분의 종이 기록이 고등법원에서 접수된 걸로 확인됐다"며 "대법원은 사실상, 이 종이 기록을 대법관들이 읽지 않은 정황들이 확인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접수 뒤) 그 종이기록의 행방, 그러고 대법관들이 14부 종이기록을 다 복사해서 각각 읽었는지 이 부분에 대해 대법원이 전혀 답을 내놓지 못했다. 담당자는 기록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며 "'(대법관 전달 여부도) 모른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그간 대법원 측에서 사상초유 최단기간에 기록도 제대로 안 읽어 대선개입 의혹이 많았는데,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는 게 밝혀졌다"는 얘기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적 의혹은 어떻게 해서 7만 쪽 기록을, 책자로 하면 350권 책을 이틀 만에 볼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비슷하게 주장했다. 그는 '대법관 사무실 확인은 망신주기용'이란 야당 주장에는 정면 반박했다. "현장 국감으로 오해가 불식됐다", "75평 호화판이라고 하더니 직접 보니 국정원장 방보다 적었다. 대법관 증원 시 비좁은 청사를 증축해야 하고 1조 4천억 예산이 든다고 해 그게 필요한지 보았을 뿐"이란 설명이다.

국민의힘 "민주당, 사법부 흔들어서 대법원 몰아가려는 것 아니냐"

그러나 국민의힘은 현장방문 자체에 숨겨진 의도가 있다며 '사법부 압박'이라 맞섰다. 신동욱 의원은 CBS 같은 라디오에서 "민주당이 점령군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절차적인 문제를 둘러싸고 왜 재판 기록을 봐야 하나. (민주당 측의) 문제제기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법원 컴퓨터를 열라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민주당의 강경한 자세는 "사법부·법원을 흔들어서, 소위 내란 사건에 대한 계엄 사태에 대한 판결이 본인들의 입맛에 맞게 나오게 하는 게 첫 번째 목표"라는 게 신 의원 해석이다(채널A 유튜브 라디오쇼 <정치시그널> 발언).

같은 당 곽규택 의원도 "전날 대법원 현장검증, 현장감사는 대법원이 과거 (이재명 후보 관련) 유죄 취지 파기환송 전원합의체 사건에 대해 대법관들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어떤 정치적인 판결을 한 것처럼 몰아가려는 시도에서 민주당이 강행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답변을 회피했기 때문에 대법원 추가 국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나, 국민의힘은 충분하다며 맞서고 있다. 와중에 남은 쟁점은 '대법원 전산 로그 기록' 확인 여부다. 전산 로그(log record) 기록은 시스템의 모든 동작 관련 시간별 기록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를 분석하면 누가 언제 어떤 컴퓨터로 로그인했는지, 어떤 파일을 수정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민주당은 실제 법원이 기록을 읽었는지 여부를 전산 로그 공개로 확인 가능하다며 공개를 주장하나, 국민의힘은 월권 행위라며 반대했다. 곽규택 의원은 이날 "민주당이 주도하는 법사위의 목적은 하나, 이재명에 불리했던 재판을 뒤집겠다는 것"이라면서 "로그기록을 다 확인 하겠다는 건 '진행 중 재판에 관여할 수 없다'는 국정감사 제한을 무시한 불법적 감사"라 주장하며 맹비난했다.

여야는 대법원 현장 검증 충돌 뒤인 16일 감사원 국정감사에서도 고성과 공방을 이어가는 등 갈등을 계속하고 있다. 이날 오전 법사위 국감장에서는 전날 현장 국감 관련한 국민의힘 발언이 "언론플레이", "허위사실이고 명예훼손"이라며 고성을 높이다가 결국 잠시 중지됐다.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관련 서류 제출 요구의 건'에 대한 찬성 거수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현장 국정감사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