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화의 마켓&마케팅] 라이벌은 맞수이자 동반자…싸우면서 함께 큰다

2025. 10. 16.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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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러닝 붐이 이어지고 있다. 더위와 빗속에서도 도심 곳곳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혼자보다는 크루, 동반자와 함께 달리는 경우가 많다. 재미있을 뿐 아니라 더 많이 뛰고 서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실력이 비슷한 맞수는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되는데, 한 실험에서는 라이벌과 함께 달린 선수가 ㎞당 5초를 단축할 수 있었다. 대학 축구팀도 전통 라이벌과 맞붙을 때 더 큰 위험을 감수하며 도전적인 경기를 펼쳤다.

「 경쟁, 흥미 유발하고 몰입 강화
팬덤·고객충성도 높이는 효과도
위트 살리고 품격은 유지해야

코카콜라와 펩시, 나이키와 아디다스, 아이폰과 갤럭시, 맥도날드와 버거킹. 소비자로부터 선택받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온 숙명의 라이벌들이다. 라이벌 브랜드는 승부의 역사와 스토리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여느 경쟁자와 다르다. 오랜 기간 반복적인 공격과 방어 경험을 축적해온 특별한 관계다. 일시적인 슬럼프에 빠져 직접적인 경쟁 상대가 아닌 라이벌도 여전히 맞수로 인식하고 관찰과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실전에선 졌던 ‘펩시의 역설’

1975년 펩시 챌린지 축하 광고(왼쪽)와 2025년 펩시 챌린지 홍보자료. [사진 각사]

라이벌과의 서사는 스토리텔링의 훌륭한 소재가 된다. 쫓고 쫓기는 이야기는 흥미를 유발하고 몰입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진 경쟁 서사로는 코카콜라와 펩시의 콜라 전쟁이 있다. 만년 2등 펩시는 순수하게 맛으로 대결하는 블라인드 테스트, 펩시 챌린지(Pepsi Challenge)를 1975년부터 벌여왔다. 테스트의 승자는 매번 펩시였고 승리를 자축했지만, 실제 시장에서 역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시험에서 이기지만 실전에선 지는 ‘펩시의 역설(Pepsi Paradox)’이란 용어가 탄생한 배경이다.

사실 모기업 차원에서 매출은 펩시코가 코카콜라 컴퍼니를 훨씬 앞선다. 게토레이·트로피카나를 포함한 다양한 음료와 치토스 등 마진율 높은 스낵으로 재구성한 포트폴리오 전략이 성공적이었다. 더 큰 시장에서 라이벌을 여유 있게 따돌렸음에도 펩시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지금도 펩시 챌린지 50주년을 기념하는 순회 캠페인이 미국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라이벌 도발하면 소비자는 더 반응
라이벌 관계는 고객 충성도를 제고하고 팬덤을 강화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최근 발표된 INSEAD 아비쉑 보라(Abhishek Borah) 교수팀의 연구가 이를 증명한다. 2020~2022년 트위터에 게시된 20개 제품군의 100개 브랜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마케팅 메시지에 라이벌이 언급될 때 소비자는 더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구매 의향도 커졌다. 라이벌이 등장한 메시지는 오랜 경쟁 서사로 자연스럽게 확장되어 몰입도와 수용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보라 교수는 이를 ‘라이벌 인용 효과(Rivalry Reference Effect)’로 명명했다.

라이벌을 언급할 때는 고객 유형에 따른 메시지 톤 조절이 필요하다. 기업 자체 채널에서 충성고객에게 메시지를 내보낼 때는 라이벌을 도발하는 듯한 톤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2019년 펩시의 트위터 마케팅 ‘공포의 여섯 단어: 펩시 없는데 코카콜라 괜찮아요?(Six Word Horror: We don’t have Pepsi, Coke OK?)’가 좋은 예다. 팬 고객은 자신과 브랜드를 동일시하는 성향이 강하므로 라이벌보다 우월함을 확인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맥도날드 캐릭터 로널드를 자사 고객으로 등장시킨 버거킹의 짓궂은 광고. [사진 각사]

TV, 옥외 광고 등 대중매체를 통해 중립적인 다수 소비자와 소통할 때도 라이벌보다 우위임을 보여주는 메시지로 브랜드 선호도를 높일 수 있다. 맥도날드와 버거킹이 서로를 겨냥한 짓궂은 광고는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라이벌 브랜드의 충성고객을 대상으로 할 때는 긍정적인 톤의 메시지로 의외성을 주고 반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별한 기념일, 존경받는 최고경영자(CEO)의 은퇴 등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예로 들 수 있다.

Xbox의 플레이스테이션4 론칭 축하 메시지(왼쪽)와 소니의 Xbox 20주년 축하 메시지. [사진 각사]

게임콘솔 전쟁을 벌여온 소니 플레이스테이션과 마이크로소프트 Xbox가 주고받은 메시지도 흥미롭다.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는 플레이스테이션4 출시일에 맞춰 자사 트위터에 론칭 축하 메시지를 게시했다. 예상치 못한 라이벌의 인사는 소니의 신제품 소개 메시지보다 20배 이상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가 됐고, 곧 선보일 Xbox 신모델로 관심이 집중되는 결과를 낳았다. 2021년에는 소니가 Xbox의 20주년 기념일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과도한 경쟁·소모전은 피해야
라이벌은 치열하게 싸워서 이겨야 하는 적수이자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다. 때로는 위기를 극복하고 시장의 변화를 이끄는 파트너가 되기도 한다. 웰빙 트렌드 확산, 설탕세 도입 등 여러 이유로 사양산업으로 전락할 처지였던 탄산음료 시장이 활기를 잃지 않은 것은 제로(zero) 경쟁을 벌인 코카콜라와 펩시, 노련한 라이벌이 있기 때문이다. 무알코올, 저알코올 시장의 급속한 확대도 쟁쟁한 라이벌과의 경쟁에서 비롯된다. 미국에서는 하이네켄 0.0과 버드 0.0, 한국에서는 카스 0.0, 하이트 0.00이 함께 시장을 만들어간다. 중국 기업의 위협에 맞서 GM과 포드, 삼성과 LG 등 전통 라이벌이 손을 잡는 사례도 많아졌다.

맞수를 만난 선수가 기록을 경신하듯, 라이벌 기업의 존재는 한계를 초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뛰어난 성과를 창출하도록 해준다. 라이벌과의 경쟁 서사는 조직 구성원을 협력하도록 하는 원동력이자 고객 충성도를 강화하는 브랜드 자산으로서 가치를 지닌다. 단 라이벌을 마케팅 소재로 사용할 때는 사회에서 수용하는 범위 내에서 위트를 발휘하고 품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이벌 관계를 지혜롭게 활용하는 한편 과도한 경쟁에 매몰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서로를 견제하며 유사 제품과 서비스를 앞다퉈 출시하다 보면 정체성과 동떨어지거나 정작 소비자들은 품질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소모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 오랜 전통 라이벌에만 집중하다 트렌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해 신생 브랜드에 주도권을 뺏기기도 한다. 라이벌과의 승부에도 시선은 고객의 요구와 반응에 집중해야 의미 있는 경쟁의 서사가 창조된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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