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서 지워져버린 고모의 죽음... '양양'이 추적한 실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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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술에 취한 아빠에게 들었던 한마디가 이 영화의 출발점이 됐다.
"너는 고모처럼 되면 안된다"라는 그 말을 내뱉은 걸 아빠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스스로 생을 마감한 줄로만 알던 고모의 이름을 감독은 줄곧 되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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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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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양양>의 한 장면. |
| ⓒ 영화사 진진 |
다큐멘터리영화 <양양>은 그간 단편 <옥상자국>(2015) 등으로 꾸준히 여성의 이름을 호명해 온 양주연 감독의 신작이다. 아버지의 형제였던 고모에 얽힌 이야기들을 추적해가는 사적 다큐멘터리로 시작하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에 곳곳에 흩어져 있을 숱한 여성들의 삶을 돌아보고 연대하게끔 한다.
강원도의 한 지자체를 떠올리기 쉽지만 영화는 양씨였던 고모가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빠의 울타리에서 지워지게 된 일을 상징한다. 부모보다 먼저 사망했다는 이유로 가족묘 비석에조차 새겨지지 못했던 양지영이란 이름을 감독은 되찾기 위해 꽤 끈질기게 묻고 또 묻는다.
유독 공부를 잘했고 시 습작을 즐기는 문학청년이었던 고모는 당시 교제하던 남자친구의 집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그 죽음의 원인을 규명하지도 못한 채 남 부끄럽다는 이유로 은폐해버린 건 다름 아닌 가부장제의 어두운 단면이었다. 양 감독은 당시 고모의 죽음의 실마리를 찾아다녔고, 음독을 했다는 고모 지인들의 증언을 확보한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1970년대를 관통하는 사회적 정서를 배경으로 깔며 끝내 그 죽음의 원인을 직접적으로 제시하진 않는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가족의 조사 요청이 없었기에 수사 기록에도 남아있지 않은 죽음이었다. 다만, 비슷한 시기 비슷하게 지워져버린 여러 여성들의 사건을 비교하며 고모가 '교제살인'의 피해자였음을 추측할 뿐이다.
사적인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그 외연이 우리 사회 전반으로 넓어지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고모와 교제했던 남성도, 주변 지인들도 숨거나 진실을 마주하지 못하지만 폭력의 피해자로 죽음에 이르렀던 숱한 여성들을 감독은 용기있게 호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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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양양>의 한 장면. |
| ⓒ 영화사 진진 |
양씨 집안에서 지워져버린 고모, 그리고 양주연 감독 본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생각에 지금의 제목을 정했다고 한다. 감독의 말처럼 여전히 지워져있고, 혹시 모르게 지워지고 있는 많은 여성들의 이름을 부르고 그 정체를 질문할 힘을 가져야 한다고 영화는 조심스럽게 청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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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양양>의 공식 포스터. |
| ⓒ 영화사 진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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