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서울월드컵경기장... 파라과이전, 축구팬들의 싸늘한 경고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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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대표팀 경기, 비어있는 관중석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파라과이 축구 대표팀의 친선경기. 경기가 진행 중인 가운데 관중석 곳곳이 비어있다. |
| ⓒ 연합뉴스 |
축구협회 통계에 따르면 파라과이전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총 72회의 A매치 중 역대 6번째로 적은 관중을 동원한 경기로 기록됐다. 2만 명대 관중을 기록한 것도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인 2015년 10월 자메이카전(2만 8105명) 이후 10년 만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와 홍명보호 2기 출범 이후로는 모두 홈 최소관중 기록이기도 하다. 관중석 곳곳에 빈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썰렁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이 즐비했던 브라질과는 달리, 파라과이전의 네임밸류와 흥행성이 떨어졌다는 것, 긴 추석 연휴 직후 평일 경기였다는 점 등도 모두 변명이 되기는 어렵다. 최대 6만 6000석을 보유한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오랫동안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경기장이었고, 손흥민이나 이강인같은 유럽파를 중심으로 한 선수 개개인의 인기도 높았다. 친선전과 공식 대회를 막론하고 상암에서의 A매치는 매진이거나 못해도 최소 5만 관중 이상은 당연한 '흥행보증수표'로 여겨져왔다.
홍명보호 바라보는 축구팬들의 싸늘한 민심
파라과이전의 흥행 부진은, 최근 홍명보호를 바라보는 축구팬들의 싸늘한 민심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다. 홍명보호 2기 출범 이후 첫 A매치였던 2024년 9월 팔레스타인과의 북중미월드컵 3차예선 1차전(0-0 무) 때만 해도 평일 경기였지만 당시 서울월드컵 경기장에는 무려 5만 9579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하지만 지난 6월 10일 3차예선 최종전이었던 쿠웨이트전에는 4만 1911명에 그치며 불과 1년 만에 관중이 급감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에는 월드컵 본선진출이 확정되어 경기의 긴장감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이번 상대인 파라과이는 피파랭킹 37위로 남미에서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 팀이다. 또한 손흥민을 비롯한 한국의 유럽파 정예멤버들이 모두 출전하는 등 화제성 역시 충분한 경기였음에도 A매치 관중동원이 2만 명 대까지 추락했다는 것은 큰 충격이다.
특히 나흘 전 브라질전의 대패가 치명타가 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라질이라는 세계적인 팀을 상대한다는 기대감, 손흥민의 A매치 최다출전 기록 경신 등 많은 화제성을 등에 업고 오랜만에 6만여 관중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경기였다. 하지만 홍명보호는 브라질을 상대로 주전 선수들을 모두 출전시키고도 무기력한 졸전 끝에 0-5로 충격적인 완패를 당하며 모처럼 달아오른 축구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비판의 중심에는 홍명보 감독과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있다. 정 회장은 최근 몇 년간 축구협회 운영을 둘러싼 실정과 4연임 논란, 클린스만-홍명보 감독의 대표팀 선임 과정을 둘러싼 공정성 문제 등을 놓고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또한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 자격 논란에 이어, 전술적 능력과 리더십, 잦은 실언 등으로 의구심을 자아내며 아직까지 팬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파라과이전을 앞두고 정 회장과 홍 감독, 두 사람이 소개되고 전광판에 모습이 비칠 때마다 팬들의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다행히 파라과이전에서 엄지성과 오현규의 연속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하면서 브라질전의 충격을 어느 정도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싸늘한 여론을 돌리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스리백 전술의 취약점
이번 A매치 2연전은 흥행 실패 외에도 경기 내외적으로 많은 고민을 남겼다. 홍명보호가 월드컵 본선용으로 준비해왔던 스리백 전술의 취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수비 안정에 무게를 둔 경기운영을 펼쳤지만, 정작 실점 위기를 너무 많이 허용했다. 파라과이전에서는 결과적으로는 무실점이었지만, 수비는 여전히 불안했다. 전반 2분 골키퍼 김승규와 수비수 이한범이 서로 공 처리를 미루다 실점 위기를 맞았고, 전반 43분엔 이한범이 또다시 볼 컨트롤 실수로 상대에 공을 빼앗겨 일대일 찬스를 내주는 등 사실상 실점이나 다름없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이어졌다.
대표팀의 고질적인 약점인 3선을 보강해줄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던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의 활용도를 찾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카스트로프는 한국대표팀에 합류한 이후 아직까지 그리 중용되지 못하고 있다. 팬들이 기대했던 황인범과 카스트로프가 함께 뛰는 중원 조합은 이번 2연전에서도 끝내 볼 수 없었다.
공격에서도 그동안 에이스 역할을 해주던 주장 손흥민이 2연전 내내 단 한 개의 슈팅도 시도하지 못하는 부진을 보인 것도 뼈아프다. 단순히 손흥민 개인의 부진을 넘어서 상대팀이 손흥민에게 집중견제가 들어오는 상황에서, 그의 공격력을 살려줄 수 있는 세밀한 패턴과 연계플레이가 보이지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흥민이 파트너 없이 전형적인 원톱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우려와 함께, 후반 교체투입되어 골까지 기록한 오현규의 선전은 대표팀의 공격진 운용에 또다른 가능성을 예고했다.
한편 한국과 A매치 상대가 겹쳤던 라이벌 일본은 같은 날 브라질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는 것도 자연히 홍명보호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본은 브라질에 먼저 두 골을 내줬으나 미나미노 다쿠미, 나카무라 게이토, 우에다 아야세의 연속 골로 승부를 뒤집으며 3대 2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일본은 이날 경기 전까지 브라질을 상대로 2무 11패에 그쳤으나 14번째 경기만에 처음으로 승리를 거두는 기쁨을 누렸다.
9월 A매치와는 정반대의 결과다. 한국과 일본은 9월에도 똑같은 상대인 미국-멕시코와 A매치를 치렀다. 당시에는 한국이 1승 1무(미국 승, 멕시코 무), 1무 1패를 기록한 일본(미국 패, 멕시코 무)에 우위를 점했다. 일본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 체제에서 '월드컵 우승'까지 도전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축구는 최근 11회 연속 본선진출에 성공했고 내년 북중미 월드컵까지는 이제 8개월도 남지 않았다. 평소같았다면 축구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뜨거운 기대와 관심이 한창 고조되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오히려 갈수록 팬들의 실망과 외면이 나타나고 있는 분위기는 우려를 자아낸다. 어쩌면 야유보다도 더 두려운 게 '무관심'이라는 사실이야말로, 이번 파라과이전을 통하여 팬들이 전하는 뼈아픈 '경고'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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