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CCTV로 드러난 그날 국무회의, 단 한 명의 ‘의인’도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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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문건 못 봤다던 한덕수 서류 들고 있어
이상민과 16분 회의…윤석열 저지 장관 없어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대해 “모든 국무위원이 (계엄을) 반대했다”고 말해 왔다. 국회에서도 “재고해 달라고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간곡히 만류를 드렸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그제(13일) 한 전 총리의 내란우두머리 방조 등 사건 공판에서 공개된 대통령실 CCTV 영상은 이런 주장을 무색하게 한다. 내란특검팀이 공개한 영상에는 계엄 선포 당일 오후 8∼11시 대통령실 대접견실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한 전 총리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과 대통령 집무실에서 윤 전 대통령을 만난 뒤 대접견실로 돌아오는 장면에서부터 증언 신빙성에 의문이 생긴다. 한 전 총리는 손에 두 가지 문건을 들었고, 양복 안주머니에서도 문서를 하나 더 꺼냈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월 국회 특위에서 “비상계엄 선포문을 사전에 봤느냐”는 질문에 “계엄 당시에는 전혀 인지를 못 했고, 비상계엄 해제 국무회의를 마치고 사무실에서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알았다”고 답했다. “계엄과 관련한 어떠한 서류도 받은 적이 없다”고도 했다. 그런데 한 전 총리가 여러 장의 문서를 들고 있는 장면이 드러난 것이다. 계엄 해제 뒤에야 계엄 선포문을 확인했다는 그간의 해명은 도대체 무엇인가. 한 전 총리는 CCTV 영상에 대해 “기억이 없는 부분도 있다”고 변명했지만, 그렇게 어물거리며 넘기기엔 영상이 너무 또렷하다.
이상민 전 장관 역시 과거 증언의 신빙성을 의심케 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그는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이 불거지자 “대통령 집무실에서 쪽지를 멀리서 봤는데 ‘소방청 단전·단수’라고 적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영상에서는 이 전 장관이 한 전 총리와 마주 앉아 손가락으로 문건을 짚어가며 상의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심지어 웃는 듯한 표정까지 잡혔다.
한 전 총리는 휴대전화로 국무위원에게 참석을 재촉하는 듯한 행동도 보였다. 그는 “좀 더 많은 국무위원이 모이면 반대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영상 어디에서도 윤 전 대통령의 지시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거나 제동을 거는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 계엄으로 인한 국가 신인도 하락과 경제위기 위험이 뻔한데도 윤 전 대통령의 어이없는 행동을 저지하려는 장관은 없었다. 성경은 ‘의인 열 명만 있어도 소돔은 멸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그날 국무회의에는 단 한 명의 의인조차 없었다.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을 비롯한 지난 정부 국무위원들은 더는 발뺌하지 말고 그날의 진실을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국민의힘 역시 계엄의 진상을 규명하는 작업에 최대한 힘을 보태는 것이 도리다. 그런 노력 없이는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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