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현의 어쩌다 문화] 쉐도우

뒤주에 갇힌 사도세자가 51년 전으로 날아가 마주한 소년. 왕자이지만 어머니가 무수리로 천출이라며 손가락질을 받는 그는 왕이 되고픈 욕심에 형을 죽였다는 의심까지 받는다. 그 누구도 아닌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하기 직전인 사도세자가 보기에도 소년은 안쓰럽다. 외롭고 두렵기만 한 삶을 사는 소년에게 미래에서 온 사도세자는 한 줄기 햇살과도 같다. 그런 둘은 ‘절친’이 된다.
만날 때마다 한뼘씩 커가지만 어디서 본듯한 모습으로 변하는 소년. 그는 영조다. 평생 자신을 몰아붙이기만 한 아버지다.
영조와 사도세자는 아버지와 아들이자 왕과 왕세자이며, 복잡다단한 정치 사회적 함수 속에 얽힌 관계다. 그런 만큼 비극의 책임을 한쪽으로만 돌릴 수는 없을 터.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영조를 이해하기 어렵다. 아들을 저리 모질게 대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2인극 뮤지컬 ‘쉐도우’(사진)는 영조도 어루만진다. ‘타임 슬립(시간 여행)’을 통한 어린 시절 영조와 사도세자 간 만남은 둘 사이 오해와 불신의 벽을 허문다. 비극적 사건은 변하지 않지만 둘은 서로를 감싸며 비극이지만 비극이 아닌 새로운 결말을 낳는다.
뒤주가 타임머신이 되고, 부자간 서사를 강렬한 록 음악으로 풀어낸 이 작품의 상상력은 신선하다. 배우들은 출중한 가창력으로 무대를 압도한다. 둘이 내지르는 ‘노 모어 리빙 인 더 쉐도우(더 이상 그늘 속에 살지 마)’는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 여성 배우가 깜짝 합류해 새로운 에피소드를 전하는 ‘쿠키 신’도 볼거리다. ‘쉐도우’는 다음 달 2일까지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이어진다.
하남현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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