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대패한 뒤 사흘 만에 극복하는 모습, 이번 소집 최대 소득이다" [파라과이전 현장]

김정용 기자 2025. 10. 1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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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브라질전 5골차 대패 나흘 만에 파라과이전 승리를 거둔 선수들의 정신적 회복력을 이번 A매치 성과로 꼽았다.


1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를 치른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파라과이에 2-0 승리를 거뒀다. 이날 공식 관중 수는 22,206명이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임한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본선 1, 2차전 운영을 시뮬레이션 해 본 2연전"이었다고 이번 소집의 방향성을 설명하면서 "브라질전 대패 후 파라과이전을 준비하면서 패배를 극복해냈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의 회복탄력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하 홍 감독의 일문일답.


- 경기 소감은


승리한 선수들 축하한다. 경기장에 빈 자리가 많았는데 선수들을 믿고 찾아주신 분들께는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큰 힘이 됐다. 이번 소집은 시뮬레이션을 하는 소집이었다. 월드컵 1차전과 2차전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이었다. 오늘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은 건 경기내용과 득점보다도 어려운 1차전 패배 후 약 3일 동안 파라과이전을 준비하면서 그 패배를 극복했다는 점이다. 선수들이 첫 경기 끝나고 심리적인 상태가 굉장히 어려웠는데 그걸 극복했다는 건 이번에 준비하면서 그 무엇보다 큰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 손흥민 스트라이커 카드를 두 경기 연속으로 썼는데, 활약이 기대에 못 미쳤다. 후반전에 들어온 오현규는 움직임이 좋았는데


오늘 손흥민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플랜 안에서 후반 출전시키려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오늘 행사도 있고 중요한 날이라 선발출장 시켰다(남자 A매치 최다출전 기록경신 기념식). 지난 9월처럼 1차전은 선발로 쓴다면 2차전은 체력을 보려고 했다. 지난 경기 60분, 오늘 45분 뛰었는데 이는 앞으로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오현규는 충분히 선발출장해도 자기 역할 할 수 있는 선수다.


- 손흥민과 오현규가 지난 9월 호흡을 맞췄는데 이번 10월에는 동시 기용하지 않았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다. 황희찬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두 선수를 같이 기용할 수 없게 된 거다. 동시에 썼다가 체력 문제가 생기면 교체투입할 선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 스리백 도입 후 조합이 계속 바뀌고 있다. 최적의 조합을 찾아가고 있는지


수비 선수들의 성향과 특징이 있다. 스리백의 가운데에 서야 하는 선수도 있고 사이드에 서야 하는 선수도 있다. 오늘 박진섭을 투입한 가장 큰 이유는, 소속팀에서 미드필더 역할을 하는데 김민재와는 타입이 좀 다르다. 박진섭이 좀 더 경기를 컨트롤할 능력이 있다. 반대로 김민재는 상대와 부딪치는 일대일에 굉장히 강점이 있다. 그 점은 박진섭이 브라질전 20여분 뛰면서도 보여줬다. 그래서 오늘 박진섭을 가운데, 김민재를 왼쪽에 뒀다. 생각대로 잘 됐다. 특히 박진섭이 가운데서 역할을 잘 해 줬다.


- 득점자 엄지성, 오현규, 어시스트한 이강인이 다 2000년대생이다.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우리 팀에서 중요한 선수고, 공을 들이고 있는 중요한 공격라인이다. 오늘 오현규와 이강인은 일부러 후반전에 투입해 어떤 효과가 있는지 봤다. 지난 멕시코전에서도 조합이 아주 좋았다. 앞으로도 발전시켜야 하는 부분이다.


- 실점은 없었지만 불안한 점도 있었다. 수비를 단단하게 하기 위한 계획은


개인적인 미스가 좀 있었다. 지난 경기 이후 심리적인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 조직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 후반 막판 상대가 득점을 해야 해서 많이 올라왔다. 그런 가운데 실점하지 않았다는 게 중요하다.


- 한국이 회복탄력성을 보여줬다. 선수 및 감독 경력을 통해 회복탄력성에 대해 배운 게 있다면


요즘 선수들은 밖에서 보기엔 예전과 달라보이겠지만, 우리 대표팀 선수들은 지금 시점에 뭐가 중요한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브라질에 그렇게 크게 질 거라고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준비에 뭔가 잘못됐을 것이다. 그게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든 부분인데, 두려움이 생긴다. 체력적으로도 어려움이 있다. 이를 어느 한명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이겨내려고 했고 경기를 잘 마칠 수 있게 됐다.


- 11월 A매치 2연전을 FIFA 랭킹을 위해 무조건 이기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인지, 아니면 전술 실험을 병행할 것인지


지금 평가전이 5, 6경기 남았다. 물론 FIFA 랭킹도 중요한데 개인적으로는 10월 캠프까지는 로테이션도 하면서 전술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11월부터는 그 폭을 좁혀가야 한다는 생각은 한다. 11월과 3월에 각각 2경기가 공식적으로 남았다. 지금은 폭을 좁힐 때다.


- 4-2-3-1 대형과 손흥민 왼쪽 윙어 기용은 이제 배제하는지


그 카드가 없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 손흥민이 어느 시점에 경기에 나가느냐에 따라 톱을 서는지, 왼쪽에 서는지 다른 이야기가 된다. 경기 상황에 잘 맞추면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


엄지성(왼쪽), 구스타보 고메스(오른쪽). 서형권 기자
이동경(오른쪽). 서형권 기자

- 옌스가 이번 소집에서 비중이 적었고, 황인범과 동반 투입 실험은 하지 않았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 황인범이 회복 단계라 컨디션을 조절해야 했다. 오늘 같은 경우 황인범이 나오고 원두재가 들어간 건 미드필드 지역을 컨트롤해야 했기 때문이다. 황인범과 옌스를 같이 쓰지 못했다는 건 앞으로라도 상황과 기회가 되면 할 것이다. 이번엔 그러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 대표팀 3선에 고민이 많은데, 3선의 빠른 전환패스와 전방의 일관된 압박이 필요할 것이다. 황인범이 오늘 경기력은 좋았지만 기능이 잘 안 되는 경기가 있고, 압박 역시 안 되는 경기가 있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할 건지


압박은 조합으로 커버하기에는 너무 광범위하다. 압박 나가는 타이밍, 압박 나가지 않아야 하는 타이밍에 대해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인식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경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포백 형태를 만들게 되는데 그럴 때 풀백이 전진하는 속도가 충분하면 도움이 된다. 오늘 김문환이 잘 했다. 그런데 그 속도가 충분치 않으면 문제가 된다. 그럴 때 윙어가 와서 커버할 건지 어쩔건지는 앞으로 전술적으로 더 봐야 한다. 오늘 김문환 이명재가 잘 압박한 경우도 있었지만 체력적으로 힘들면 그게 안 되는 날도 있을 것이다.


3선은 앞으로도 고민을 계속 해야 한다. 선수들의 장단점을 지금 전체적으로 파악했다. 오늘은 김진규와 황인범을 더 공격적으로, 지난 경기 잘 되지 않았던 반대전환을 기술 있는 선수를 활용해서 해 봤다. 후방의 3명이 채널을 커버하는 형태였다. 황인범의 컨디션이 나쁠 경우 김진규가 그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는지, 다른 역할을 할 선수가 있는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상대가 어그레시브하다면 옌스가, 오늘처럼 컨트롤을 해야 한다면 원두재가 투입될 수 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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