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 코인' 미국은 주목하고, 중국은 금지하고... 무엇이 정답일까
가상자산(virtual assets)은 블록체인, 분산원장기술, 암호화폐에 기반을 둔 디지털 금융자산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크게 자산연동형과 일반형으로 나뉘는데. 자산연동형이란 원화 또는 외국 통화의 가치와 연동되면서 환불이 보장된 자산을 말하며, 그 이외는 일반형으로 분류된다. 이글은 가상자산을 둘러싼 주요 쟁점들을 살펴보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기자말>
[문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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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1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빌 해거티 상원의원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함께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에 서명하고 이를 들고 있는 모습. |
| ⓒ 로이터/연합뉴스 |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 폭이 예측이 불가할 만큼 커서 투자위험이 매우 높다. 이 약점을 보완하려면 안전한(stable) 담보물이 필요하다. 법정화폐와 가상자산을 1대 1의 비율로 고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1개를 발행하려면 1달러 상당의 자산을 비치하는 식이다.
2025년 5월 현재 스테이블코인의 국제 자산시장 시가총액은 2300억 달러(약 330조 원)에 달한다. 가격 안정성도 높고 통화와 유사한 지급결제 용도로도 쓰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이 가상자산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 현재 전 세계에서 유통 중인 스테이블코인의 99%는 달러(USD) 기반 코인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는 기축통화와 연계되어 신뢰도가 높을 뿐 아니라 '쓰임새'가 좋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거래대금은 물론 온라인 지급결제, 해외 송금 등 사용처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자국 통화의 가치가 불안정하고 인플레이션 위험에 노출된 나라에서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자산가치를 보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은행 지점망 부족 등 금융 접근성이 열악한 곳에서는 코인이 금융 기반 시설을 대체하는 수단이 된다. 휴대전화만 있으면 금융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 조성에 가장 공을 들이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이 이 코인에 주목하는 이유는 달러 패권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유통을 규율하는 연방법(GENIUS Act) 발효 후, 지난 7월 18일 백악관이 발표한 성명서에 그 내용이 담겨 있다.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은 미국이 글로벌 디지털 통화 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역사적인 법안으로, 미국을 디지털자산 분야의 선두 주자로 만들어 막대한 투자와 혁신을 가져올 것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를 촉진함으로써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세계적인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중략)"
지니어스 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국채와 달러로 자산을 뒷받침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 국채 보유량을 계속 줄이는 상황이라 미국은 어떻게든 국채 수요를 창출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국채 수요의 감소는 재정 부담을 높이고 달러 약세로 이어져 지배력을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채 수요가 창출되는 스테이블코인은 가문 날의 단비와 같다. 현재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양대 축인 USDT(테더 발행)와 USDC(써클 발행)가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 물량은 1685억 달러(2025년 1분기 기준)로, 우리나라가 보유한 물량(1258억 달러)보다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
한편, 중국은 스테이블코인을 매우 '위험한 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일찌감치 가상자산 거래소를 폐쇄(2017년)한 데 이어 모든 종류의 가상자산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발행 및 채굴, 거래를 금지하는 조치(2021년)를 단행했다. 대신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가상자산에 대한 포괄적인 내용이 담긴 법안(MiCA) 제정(2023년)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가상자산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해치고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무력화할 위험성이 크다고 보고,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및 유통을 엄격히 규율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영국은 찬반양론이 팽팽한 가운데 촉진보다 '규제' 쪽에 무게중심을 두는 모양새다. 영국 중앙은행(BOE)은 은행들이 코인 발행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며,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더라도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한도(1~2만 파운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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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석환 위메이드 부사장이 18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호텔에서 열린 프로젝트 스테이블 원(Project Stable One)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전용 메인넷인 '스테이블 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미국, 홍콩 등지에서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고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강세를 이어가면서 투자자 수와 유입되는 자금이 증가하는 추세다. 2024년 말 기준, 5개 거래소가 보유한 시가총액은 104조 원이고, 일일 평균 거래대금은 17조 원을 상회한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소액 단기 매매 중심으로 움직인다. 2021년 6월 한화자산운용이 설문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투자 기간이 6개월 미만이고 투자 금액이 1천만 원 이하인 시장 참여자가 과반이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자산 시장이 '개인 중심의 투기적 수요'를 바탕으로 작동되고 있다는 뜻이다.
투자(投資)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의 가치 상승을 목표로 삼지만, 투기(投機)는 단기적인 가격 변동을 통해 차익을 얻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신생기업에 자금을 제공해 성장을 돕는 것은 투자지만,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변동성이 큰 자산을 단기간에 사고파는 것은 투기라 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가상자산을 투기 대상이 아닌 국가 전략 자산으로 바라보고 제도권 금융과의 연계를 통해 대한민국을 '디지털자산 허브(hub)'로 만들겠다는 구상 하에, 가상자산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48번이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이다.
국내외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커지기 시작하자 정부와 국회는 투자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법제화를 서두르고 있다. 2024년 7월 이후 가상자산 이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 시행 중이고, 디지털자산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기본법이 발의된 상태다.
정부는 이달 중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대통령 공약사항이다. 이 코인 발행에 대해서는 총론과 각론 모두에서 찬성과 반대 의견이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입법 및 제도화 과정에서 여러 집단 간 이견 분출 및 충돌이 예상된다.
가상자산을 지지하는 이들은 국가에 의해 '중앙화된' 화폐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세계적으로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은행 계좌가 없는 탓에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조차 받지 못하고 있고, 국경에 의한 화폐의 분리로 높은 거래 비용과 환율 변동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작동되는 '탈중앙화된' 화폐 운영체계는 빠르고, 비용이 덜 들뿐만 아니라 금융 접근성을 높여 금융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집중이 아니라 분산을 통해서 지금보다 훨씬 투명하고 공정한 금융 질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을 반대하는 이들은 '암호화된' 화폐 운영체계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가상자산 시장은 선량한 투자자뿐만 아니라 손쉽게 돈을 벌려는 투기꾼과 검은돈을 세탁하려는 범죄자가 뒤섞인 도박장이라는 것. 스테이블코인은 '그림자 금융'이기 때문에 엄격히 통제되지 않으면 금융 질서를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나아가 자산 발굴에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점.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는 점.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코인 발행자들이 실물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할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 문제가 터지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화폐는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진화해 왔고, 디지털 기반의 금융 생태계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디지털자산과 화폐를 만드는 길은 가상자산과 스테이블코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CBDC)를 직접 주조하는 방법도 존재한다.
미국은 전자의 길을, 중국은 후자의 길을 걷고 있다. 통화 패권을 둘러싼 국제 정세의 흐름은 우리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적 맥락에서 가상자산과 스테이블코인이 미래 금융 지도를 바꿀 태풍의 눈이 될지, 찻잔 속 회오리로 끝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문진수 기자는 사회적금융연구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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