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자 5300% 빚 못갚자 "캄보디아 가라"…납치 후 '필사의 탈출'

안대훈, 이은지 2025. 10. 1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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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최고 이율의 265배인 불법 대출 빚에 허덕이다 ‘캄보디아 가서 일하면 빚을 탕감해주겠다’는 대부업체 꾀임에 넘어간 20대 남성이 현지에서 감금됐다 가까스로 탈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외교부는 지난 10일 오후 9시부터 기존 2단계 '여행자제' 발령 지역인 수도 프놈펜에 대한 여행경보를 2.5단계인 '특별여행주의보'로 상향 조정했다. 웃더민체이 주, 프레아비히어 주, 반테이민체이 주, 파일린 주, 바탐방 주, 푸르사트 주, 코콩 주, 시하누크빌 주, 캄폿주 보코산 지역, 바벳 시, 프놈펜 시 등은 기존에 발령된 특별여행주의보가 그대로 유지된다. 특별여행주의보 발령 지역을 제외한 지역은 '여행유의'인 여행경보 1단계가 이어진다. 뉴스1


연이율 5300% 불법 대출 빚 못 갚자…“캄보디아 가서 일하자”


14일 경찰에 따르면 경남에 사는 A씨(20대)는 지난 6월 불법 대부업체에서 220만원을 빌렸다. 직업이 없어 생활비가 필요하던 차에 온라인 대부업 광고를 보고 대부업체에 연락했다.

이후 A씨는 이 대부업체에 원금과 같은 금액을 갚았지만, 상환액은 도통 줄지 않았다고 한다. 대부업체가 요구한 이자 상환 기간·금액을 계산해보니, 연 이자율이 무려 5300%에 달했기 때문이다. 법정 최고 이자율인 연 20%를 훌쩍 넘은 불법 대출이었다.

A씨가 빚을 제대로 못 갚자, 이 대부업체는 SNS로 계속 연락해 협박을 일삼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캄보디아로 가면 빚을 탕감해주겠다’는 취지로 A씨를 꾀었다. “캄보디아 카지노 회사에서 1주일 동안 일하면 350만 원을 주겠다”고도 했다. A씨가 캄보디아로 갈 수 있게 항공권까지 구매해줬다.

지난 6월 태국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캄보디아 포이펫의 길거리 사진. 쓰레기통 주변에 태국 등 외국 여권이 잔뜩 버려져 있다. 이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캄보디아 도착 직후 납치…“3층 건물 뛰어내려 탈출”


결국 A씨는 지난 7월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하지만 캄보디아에 도착하자마자 A씨를 기다린 건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범죄 조직원들이었다. 이들에게 끌려간 A씨는 휴대전화 등 소지품을 빼앗겼다. 이들 조직은 A씨에게 ‘대부업체가 너를 팔아넘겼다’며 보이스피싱 일과 3000만원 상당의 몸값을 요구했다고 A씨는 경찰에 말했다.

다음 날(18일) 새벽, A씨는 이들 조직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탈출을 시도했다. 자신이 갇혀 있던 건물의 3층 높이에서 뛰어내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다리 등에 찰과상을 입었다. A씨는 인근 주민 도움을 받아 한국 대사관과 연락이 닿은 끝에 같은 달 20일 귀국할 수 있었다.

귀국 닷새 만인 25일 A씨는 캄보디아 범죄 조직과 자신을 이 조직에 넘긴 불법 대부업자 등을 검거해달라며 경남 경찰에 진정을 넣었다. 경찰은 이 같은 A씨 진술을 토대로 수사 중이다.

앞서 20대 남녀 2명은 지난 7월 26일 고수익 해외 취업 광고에 속아 캄보디아로 갔다가 범죄 조직에 붙잡혀 감금되는 일도 있었다. 이들 남녀는 가족이 범죄 조직에 1인당 800만원씩 총 160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지불한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캄보디아 한국인 감금 피해 및 사망 사건 관련 질의하고 있다. 뉴스1


“건물 감금됐다”…실종·감금 신고 잇따라


이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캄보디아 한국인 감금·실종 및 실종 의심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에서도 캄보디아에 감금됐다는 신고가 2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50대 남성 C씨는 구직을 위해 지난 5월 베트남으로 갔다. 이후 가족과 연락이 두절됐던 C씨가 지난 10일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캄보디아의 한 건물에 감금돼 있다”며 구조를 요청, 가족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상황이 급박했는지 짧은 통화로 가족에게 구조를 요청했다”며 “돈이 필요하다든지, 어떻게 감금됐는지 등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통화가 끊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남성 D씨는 지난 8일 SNS로 지인에게 ‘캄보디아에 납치돼 있다’고 알렸다. 경찰 조사 결과 D씨는 지난 7월 말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의 출입국 기록상 확인되는 목적지는 베트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출국 사실은 확인되지만, 현재 캄보디아에 머물고 있는지는 확인해 봐야 한다”며 “일단 소재 파악 후 신고 내용에 대해 수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했다.

경찰 로고. 중앙포토


“돈 벌어올게” 출국했는데 ‘연락 두절’


인천에서도 캄보디아에 간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실종 신고가 이어졌다.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한 20대 남성은 지난 5월 ‘돈을 벌어오겠다’며 출국한 뒤 연락이 끊겼다. 다음 달(6월) ‘캄보디아에 다녀오겠다’고 한 40대 남성 역시 출국 이후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연락 두절로 이달 실종 신고가 접수된 또 다른 20대 남성은 출입국 기록을 조회한 결과, 캄보디아로 출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월 중국으로 가기 위해 캄보디아를 경유해 간다고 했던 40대 남성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들 4명이 현지에서 납치·감금됐다거나 가족·지인이 범죄 조직으로부터 금품 요구받은 정황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 중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10월 13일까지 캄보디아 관련 실종·감금 의심 등으로 전국 경찰에 접수된 사건은 총 143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91건은 피해 대상자의 소재와 신변 안전이 확인됐지만, 52건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외교부에 소재 파악을 요청하는 한편, 국제 공조를 통해 현지 경찰과 범죄 연관성 등을 수사 중이다.

양산·함안·창원·부산·인천=이은지·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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