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오르는데"…한숨만 늘어가는 '역베팅' 개미들

박근아 2025. 10. 14.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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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박근아 기자]



원/달러 환율이 연일 치솟는데도 개인 투자자들은 달러 약세에 대거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 선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은 고공행진 중이다.

13일 기준 'KODEX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 ETF 종가는 1만6천685원으로 한 달 전(1만5천750원) 대비 5.94% 올랐다.

이 기간 'TIGER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5.90%), 'KIWOOM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5.65%) ETF 등도 일제히 상승세를 탔다.

레버리지가 아닌 일반 달러 선물 ETF인 'KODEX 미국달러선물'(2.96%), 'KIWOOM 미국달러선물'(2.98%) 등도 일제히 올랐다.

이 ETF들은 미국 달러 선물 지수를 기초로 삼아, 달러화 가치에 따라 수익을 얻는다.

달러화 강세를 부채질할 재료는 산적했다. 다카이치 사나에가 일본 자민당 총재로 당선되자 그가 '아베노믹스'를 지지하며 금리 인상에 반대 입장을 보인 점에 주목해 엔화 가치가 하락했다. 프랑스는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 사임 등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자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는 중이다.

한미 관세 협상도 큰 진전이 없는 등 불확실성이 이어지자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을 대거 순매수해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에 일조했다.

미중 무역갈등 양상도 환율을 부채질했다. 지난 13일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움직임을 비판하며 다음 달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원/달러 환율이 한때 1,430원대까지 상승,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서 13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상승폭을 축소, 주간거래 종가 기준 4.8원 오른 1,425.8원을 나타냈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약 5개월 반 만에 최고치이자, 한 달전(1,388.2원) 대비 37.6원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달러 약세 베팅 상품을 대거 사들였다.

최근 한 달 개인은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를 70억4천만원어치 순매수했다.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와 'TIGER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도 각각 11억원, 6억7천만원어치 담았다.

최근 한 달간 이 상품들은 평균 5% 넘게 하락했다.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가 5.3% 내렸으며, 'TIGER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도 5.27%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분간 대내외 불확실성이 이어지기 때문이라는 전망인데, 인버스 상품을 매집한 투자자들의 손실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는 야당 의견이 강화되는 등 프랑스 정치 불안이 지속되고 있고, 엔/달러 환율 역시 150엔 내외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상회하는 하방 경직적 흐름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원화는 소규모 개방 경제 특성상 미국의 대규모 투자 요구와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에 따른 자본 유출에 취약한데, 내년 달러/원 환율은 대미 투자의 영향으로 상승 압력이 불가피하다"며 내년 평균 환율을 1,441원으로 전망했다.

다만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 정지(셧다운)이 변수로 지목된다. 이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달러 약세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KB국민은행은 이날 보고서에서 "과거 10일 이상 미국 셧다운이 지속됐던 경우는 총 7번인데, 당시 미국 달러화 지수는 1979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하락했다"며 "셧다운 장기화에 따른 정부 지출 중단 및 소비심리 약화, 공공서비스 중단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 등이 달러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한다"고 짚었다.

또 "미국 셧다운이 장기화할 경우 달러 약세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며 "이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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