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놀이터에서 ‘금융 슈퍼앱’으로 [미장 보석주]
올해만 200% 넘게 주가 상승한 종목이 있다. 금융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다. 1월 2일 39달러였던 주가는 10월 1일 139달러까지 올랐다. 256% 상승이다. 당초 가상자산·주식 거래 플랫폼에 그쳤다면 최근 이자 수익을 늘리고 카드·자산관리 역량을 종합한 ‘금융 슈퍼앱’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상승세 지속을 점친다.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에도 편입된 만큼 패시브 자금 유입이 가능해져서다.
최승환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밸류에이션(기업가치)에 한계를 부여하기 어렵다”며 “어떤 조정이 와도 투자자는 매수(Buy any dip)할 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목표주가도 줄상향이다. 씨티그룹은 기존 120달러에서 135달러로 눈높이를 높였다. 투자은행(IB) 파이퍼샌들러도 ‘비중 확대’를 외치며 목표가를 120달러에서 140달러까지 상향했다. 니드햄도 145달러 목표가를 제시했다. 기존 목표가(120달러) 대비 20.8% 상향 조정이다.

이자 수익으로 수익원 다변화
로빈후드는 2013년 ‘모두를 위한 금융’을 외치며 등장했다. 직관적인 모바일 인터페이스로 문턱을 낮추고 ‘무료 수수료 정책’으로 고객을 끌어모았다. 로빈후드는 순식간에 증권 거래 부문의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무료 수수료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PFOF(Payment for Order Flow) 모델이 있다. 일종의 중간 거래 수수료다. ① 고객이 로빈후드에 주식 매매 주문을 넣으면 ② 로빈후드는 해당 주문을 시타델증권 등 마켓 메이커에 넘기고 ③ 마켓 메이커는 주문을 처리한 뒤 주문 양도 대가로 로빈후드에 수수료를 지급한다. 로빈후드가 고객에게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아도 됐던 이유다.
PFOF로 확보한 거래 수수료는 로빈후드 출범 이후 최근까지도 매출 대부분을 차지했다. 2021년만 하더라도 거래 수수료 매출이 전체 매출의 77%를 차지했다. 하지만 PFOF는 차별화된 경쟁력인 동시에 약점이었다. 일각에선 PFOF를 ‘이해 상충’ 요소로 지적했다. 로빈후드가 수수료를 많이 주는 마켓 메이커에 주문을 몰아줄 수 있다는 논리였다. 논란이 불거지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까지 나섰다. SEC는 PFOF를 직접 규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로빈후드에는 주문 실행 품질에 대한 의무(best execution) 등을 어겼다는 이유로 벌금을 부과했다.
결국 로빈후드는 매출 다각화에 나섰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게 ‘이자 수익’ 확대였다. 로빈후드는 2022년 일부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캐시 스윕(cash sweep) 기능을 본격화했다. 캐시 스윕은 고객 주식 계좌에 남아 있는 미사용 현금을 자동으로 제휴 은행 예금 계좌나 단기 금융상품(머니마켓펀드 등)으로 옮기는 형태다. 예치에 따른 이자가 발생하면 이를 고객과 로빈후드가 나눠 갖는 구조다.
로빈후드는 캐시 스윕 기능을 멤버십(로빈후드 골드) 혜택 요소로도 활용했다. 당시 기준으로 일반 고객은 1% 캐시 스윕 이자를 가져가는 반면, 로빈후드 골드 회원은 3% 캐시 스윕 이자를 제공했다. 로빈후드 입장에서는 캐시 스윕 하나로 수익 창출과 록인 효과(고객 묶어두기),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로빈후드식 록인 전략은 2022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톡톡한 효과를 누렸다.
이자 수익으로 재미를 본 로빈후드는 2023년 IRA 부문으로 범위를 넓혔다. 수탁자산을 늘려 이자 수익을 확대하겠다는 의지였다. 덕분에 이자 수익은 급증세다. 로빈후드 IR 자료에 따르면, 2022년 4억2400만달러(약 5978억원)였던 이자 수익은 2023년 9억2900만달러(약 1조3098억원)로 119% 증가했다. 지난해는 11억900만달러(약 1조5636억원)를 기록해 10억달러 벽을 넘었다.
상승세는 올해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상반기에만 6억4700만달러(약 9122억원) 이자 수익을 냈다. 신한투자증권은 로빈후드의 올해 연간 이자 수익을 12억9460만달러(약 1조8253억원)로 전망했다. 어느새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거래 수수료와 비슷하다. 2분기 기준 이자 수익 매출 비중은 36%다. 거래 수수료(54%)와 비교해 18%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로빈후드는 관련 역량을 더 끌어올릴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기관·고액자산 투자 자문 플랫폼 트레이드PMR 인수에 나선 이유다.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자산 관리에 뛰어든 것이다. 로빈후드는 2분기 IR 자료에서 “기관 고객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라며 “지난 2월 인수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증권 플랫폼 → ‘종합 뱅킹’
로빈후드는 거래 수수료 → 이자 수익을 넘어 카드·개인 자산관리 등 ‘종합 뱅킹’ 진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로빈후드 골드 회원 대상으로 시작한 신용카드(로빈후드 골드 카드) 사업이 기점이다. 3% 캐시백 혜택이 핵심이다. 캐시백은 자동으로 로빈후드 증권 계좌에 적립되게 설계됐다. 신용카드 이용자의 재투자를 유도하는 형태다. 수요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블라드 테네프 로빈후드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올해 들어 로빈후드 골드 카드 보유자 수가 3배 늘어 30만명을 돌파했다”며 “(보유자 수 확대) 속도를 더욱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신용카드 사업은 올해 출시 예정인 ‘로빈후드 뱅킹(예금·개인자산 관리 등)’ 서비스와 시너지가 예상된다. 신용카드 소비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종 예금·대출 상품을 만들 수 있어서다. 로빈후드 뱅킹은 이미 직원 내부 평가까지 마친 상태다. 이르면 10월 중 출시가 예상된다.
이게 끝이 아니다. 로빈후드는 둔화 중인 거래 수수료 수익을 늘리기 위한 조치도 마련 중이다. 올해 2분기 거래 수수료는 5억3900만달러(약 7599억원)로 1분기(5억8300만달러) 대비 7.5% 감소했다. 로빈후드가 내놓은 해법은 소셜 기능이다. 단순히 투자의견을 나누는 수준이 아니다. 서로의 포트폴리오를 공유하고 이를 팔로우할 수 있는 기능이다. 로빈후드는 팔로우한 투자자의 실시간 손익과 특정 종목 진입과 청산 지점까지 볼 수 있게 구성할 방침이다.
아비셰크 파테푸리아 로빈후드 브로커리지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부사장은 지난 9월 10일 로빈후드 연례 행사 ‘HOOD 서밋’에서 “로빈후드 소셜 내 ‘웨일 트래킹’ 기능을 통해 정치인이나 헤지펀드, 내부자 움직임도 추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6년 1분기 1만명 규모의 초기 이용자 풀(당구)을 모집해 실험한 뒤 전체 고객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와 별개로 최근 주가 단기 급등에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가 많다. 10월 1일 기준 로빈후드의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은 59배다. 증권사 평균(14~15배)을 고려하면 고평가 상태다. PER은 한 회사 주식이 1년에 얼마를 벌어들이는지 보여준다. 예컨대 주가가 1000원, 주당순이익이 100원이면 PER은 10배가 된다. 선행 PER도 같은 논리다. 현재 주가를 12개월 뒤 주당순이익과 비교하는 형태다. 최승환 애널리스트는 “12개월 선행 PER은 증권사 평균을 크게 웃돌지만 적절한 비교 대상은 아니다”라며 “주가 조정 시 매수 기회로 활용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0호 (2025.10.15~10.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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