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의 숨, 인문이 불어넣다

박향숙 2025. 10. 1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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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해창갯벌 장승세우기에 동행하다

[박향숙 기자]

▲ 새얼굴으로 태어난 장승 장승세우기에 참여한 3단체의 장승들
ⓒ 박향숙
'인문의 힘으로 갯벌에 숨을 불어 넣어보자'라는 생각은 과연 통할 수 있을까. 해마다 군산지역의 시민 환경단체,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공동단장, 오동필, 김형균)은 가을이 오면 새만금의 원형질이 사라진 부안 해창갯벌에 장승 세우기를 한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바다를 메워 육지가 된 새만금을 목격하고, 동식물류를 포함 자연생태계의 급속한 변화를 관찰 기록하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동시에 마지막 남은 수라 갯벌 지키기와 멸종위기종 생명의 본거지를 보존하자는 그들의 외침은 황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기도 했다. 지금의 해창갯벌은 갯벌의 기능을 잃은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갯벌은 살아있다. 갯벌은 숨 쉬고 있다. 바다여 들어와라'라고 외치며, 장승이라도 세워서 그곳에 두 손 모아 빌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12일 글쓰기와 시 읽기를 공부하는 문우들과 함께 이번 장승 세우기 행사에 참여했다. 장승으로 쓸 통나무를 가져와서, 나무 위에 각자가 원하는 장승의 표정을 그리고 조각을 한다. 여자들이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기계들을 가져와서 도와준 목공예업을 하는 지인까지 출동했다. 긴 추석 연휴 마지막 날, 평범한 시민일지라도 자연환경의 중요성도 배우고 새만금의 바닷바람도 마시자고 출발한 소풍의 길은 설렜다.

새벽부터 김밥도 싸고, 먹거리를 준비해서 현장에 도착하니, 전날 도착한 새만금 시민 생태 조사단 회원들은 잡풀을 베고 있었다. 여름 한 철 수북이 쌓여 세워져 있던 장승들의 외형이 변변치 않았다. 추석 전날, 고운 때때옷을 입고, 달밤에 소원을 빌 듯, 장승들 주변의 풀을 제거하면서 해창 갯벌을 시원하게 이발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갯벌의 숨 군산인문학당이 세워준 장승과 함께
ⓒ 박향숙
해창의 장승 세우기나, 수라의 갯벌 탐사에 오는 사람들은 분명 남다른 삶의 가치가 있다. 갯벌이 중요하다고 아무리 외쳐도, 국가의 세력은 무시무시하게 쳐들어오는데, 계란으로 바위 치기처럼 보이는 행동에도 의미를 달고 절절한 외침과 정의로운 행동을 하는 데 앞장서기 때문이다.

오늘 세워질 장승에게 새 이름을 붙여준 단체는 3팀.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 '한국시낭송군산예술원', 그리고 '군산인문학당'이었다. 그중, 시낭송예술원 회원들이 준비한 시 낭송은 작은 행사를 크게 빛나게 해주었다. 채영숙 님이 낭송한 <별까지는 가야 한다, 이기철 시인>, 전재복 님이 낭송한 <그대에게 가고 싶다, 안도현 시인>을 들은 사람들은 감동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화답으로 새만금 조사단 회원인, 동화작가 이성실 님과, 단장 김형균 님의 자작시 낭송을 이어갔다.

본격적으로 통나무에 장승 얼굴 새기기를 시작했다. 장승의 다양한 얼굴들이 그려지고, 전기톱과 그라인더, 끌과 망치 등으로 조각 그림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리 팀, 군산 인문 학당의 장승 얼굴을 그린 문우들은 입체형이 되는 장승의 눈 매무새, 숨을 쉬는 듯한 긴 혀를 보며, 서로 우리 것이 최고라고 우쭐대기도 했다,

인문 학당에서 새겨준 장승의 이름은 '갯벌의 숨'이다. 글공부를 함께하면서 글이 주는 위력을 느끼고 있는 문우들의 생각을 모아서 정한 이름이다. 진정으로 해창 갯벌이 다시 숨 쉬는 모습을 보고 싶은 소망을 담았다. 인간의 무늬는 무한대여서, 자연을 파괴하는 것도 인간이지만,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는 마음 역시 존재한다. 장승에게 우리들의 마음을 불어넣어, 매일 찾아오지는 못하지만, 사람을 대신하여 기도해 달라는 주문을 넣었다.

시 낭송팀의 장승 이름은 '새만금 살리자'를 달아주었다. 오늘 세운 장승 중에 가장 동나무 둘레가 커서, 힘이 세고, 감히 근접할 수 없는 사천왕상의 장승처럼 보였다. 게다가 이마에 둥근 원형을 그렸는데, 그 뜻을 물어보니, 채영숙 단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거기에 힘이 빡 들어 있어서 어려운 일이 생기면 그곳에서 레이저가 나갑니다."

새만금 조사단의 장승 이름은 뉴질랜드 마오리족에게서 받은 문양과 함께, 'MoTe Kuaka' 라고 썼다. Mo To는 '-를 위하여' 라는 뜻이고, Kuaka는 '바다도요새'를 지칭한다 하니, '바다도요새를 위하여'라고 해석했다. 얼마전 마오리족을 만난 조사단 회원이 직접 장승 몸통에 조각했는데, 이 사진을 마오리족에게 보내준다고 한다.
▲ 갯벌에게 숨을 넣어주자 군산인문학당 회원, 현숙님 미경님의 정성스런 붓질
ⓒ 박향숙
행사가 끝나갈 무렵, 문규현 신부님께서 오셨다, 지팡이를 들고 불편한 걸음으로 오셨는데, 장승 세우기를 하는 사람들 얼굴이라도 보고 가려고 오셨다 했다. 아픈신데도, 그분의 함성은 새만금을 뒤흔들었다. '갯벌의 부활! 너는 나의 희망이다.!'를 외치시는데, 곁에 있던 우리들은 저절로 합창하며 큰소리로 외쳤다.

함께 간 문우들에게 한마디씩 소감을 물었더니, 현숙 님은 "해창갯벌 보존을 위한 목적으로 장승 벌에 장승 세우러 아침부터 서둘러 간 강남길. 익살스러움과 위엄으로 갯벌을 지키고 있던 장승들. 우리 장승 모양으로, 긴 혀를 날름하는 괴짜 같은 어르신을 조각해서 터줏대감 옆에 딱하니 세워주었다. 여기 모인 작은 힘들이 자연생태를 근근이 지키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했지만 좀 더 미디어에 노출되고 홍보되어, 동행인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미경님도 "황사가 몰아칠 때야 비로소 맑은 공기의 고마움을 알았듯, 바다가 다 썩어져 울부짖어야만 갯벌의 의미를 깨닫게 될 것인가! 오늘 나 대신 갯벌 살리기에 힘써왔던 사람들을 마주했다. 그들이 있어 이렇게라도 숨 쉬며 살아오고 있음을 느끼니 부끄럽기도 하고, 이렇게 좋은 뜻을 널리 알리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는 갈치구이와 광어회를 계속 먹고 싶다면 갯벌이 다시 숨 쉬게 우리 모두 한 맘으로 모여보자"라며 화답했다.

새만금의 개척역사는 30년이 넘었고, 시민단체들의 환경지킴이 활동도 그에 못지 않은 세월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는 비판을 수없이 받아오면서도, 이들의 작은 움직임은 큰 물결의 한 물살을 만들어낸다. 얼마 전, 군산의 600년 된 팽나무 자리에 공항을 만들겠다는 정치꾼들의 헛된 야망은 1만3천 번의 절을 하며 서울까지 상경했던 수많은 시민에 의해 좌절됐다.

수라 갯벌과 팽나무 지키기를 포함하여, 해창 갯벌이 장승제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각 분야에서 일부의 사람들은 큰 뜻을 모은다. 그러나 우리 인간의 무늬로 만들어지는 자연환경의 모습이 어떻게 변형되고 있는지, 또 그 결과는 어떤 모습인지를 더 많은 사람이 알고 행동의 무대로 나와야 한다. 올해 남은 날들은 왠지 든든한 장승님 덕분에 바람 잘 날만 가득할 것 같아서 정말 행복하다. 함께 한 문우님들께도 감사드린다.
▲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과 함께한 장승세우기 참여한 모든 분들이 장승 3형제를 세우고 탄생의 기쁨을 나누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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