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돌아와" 외치는 인도네시아... K리그 재도전할까 떠날까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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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리그1 하위권에 처진 가운데 나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첫 경기에서 역전승을 거둔 울산 HD의 신태용 감독은 반등의 신호탄이 되리라 기대했다. 신 감독은 9월 17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청두 룽청(중국)과의 2025-2026 ACLE 리그 스테이지 1차전을 마치고 "좋지 않은 분위기에서 ACLE 첫 경기를 치렀는데, 힘든 가운데서도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한 것이 승리 원동력이 됐다"면서 "선수들에게 무척 고생했고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 ⓒ 연합뉴스 |
인도네시아는 10월 12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4차 예선 플레이오프 B조 2라운드에서 이라크에 0-1로 패했다. 인도네시아는 후반 31분, 이라크의 미드필더 지단 이크발에게 중거리슛 결승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이로써 인도네시아는 조별리그에서 앞서 사우디아라비아전(2-3 패)에 이어 이라크(0-1 패)에게도 연달아 패배하며 2전 전패로 탈락이 확정됐다. B조에서는 단 한 팀만 월드컵 본선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기에, 인도네시아의 꿈은 단 두 경기 만에 좌절됐다.
신태용 경질한 인도네시아 월드컵 본선 탈락, 들끓는 현지 여론
인도네시아축구협회(PSSI)는 지난 1월 신태용 감독을 경질하고 네덜란드 출신 스타플레이어 패트릭 클라위버르트를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신 감독은 2019년부터 인도네시아의 사령탑으로 취임하여 약 6년여간 A팀과 연령대별 대표팀 감독을 겸임해왔다.
신태용 체제에서 인도네시아는 2023 카타르 AFC 아시안컵에서 16강 진출, 2026 북중미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2020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컵 준우승, 2024 AFC 카타르 U-23 아시안컵 4강 등 여러 대회에서 눈부신 성과를 올렸기에, 현지에서도 갑작스러운 경질은 뜬금없고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신 감독이 인도네시아 지휘봉을 잡고 마지막으로 치른 대회였던 2024 미쓰비시일렉트릭컵의 부진(4강 진출 실패)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네덜란드 귀화혼혈선수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던 인도네시아 선수단에서, 신태용보다 명성이 높은 스타 감독을 데려와 네덜란드 커넥션을 완성하려했던 협회의 과욕 때문이라는 게 축구계의 반응이었다.
문제는 신태용의 후임인 클라위버르트 감독이 선수 시절 명성과 달리, 지도자로서는 이렇다할 성과를 남기지 못한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에서 경질되기 직전 아시아 3차 예선 C조에서 일본, 호주에 이어 3위(1승 3무 2패)로 선전하며 사상 월드컵 본선진출에 대한 희망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클라위버르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인도네시아는 오히려 4위로 더 내려앉으며 월드컵 본선행이 좌절됐고, 4차예선에서는 중동 강호들에게 2패로 광탈하며 섣부른 감독교체는 결국 처참한 실패로 귀결됐다.
월드컵 본선진출이 좌절된 이후, 인도네시아 현지 여론은 들끓고 있다. 경기 직후 각종 SNS에는 클라위버르트 감독과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축구협회 회장의 동반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쏟아졌다. 인도네시아 팬들은 "신태용 시절보다 오히려 경기력이 퇴보했다"고 비판하며 신태용 감독 시절이 그립다는 반응도 곳곳에서 찾아볼수 있었다.
클라위버르트 감독의 계약은 내년 1월까지지만 성적 부진과 여론 악화로 인해 중도 해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언론들은 신태용 감독의 사령탑 복귀 가능성을 언급하는 보도들도 나오고 있다. 신 감독은 불합리한 경질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축구의 선전을 응원하는 '대인배'의 면모를 보였고, 현지 재단과 각종 축구 관련 행사에 참석하여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거취 자유로워진 신태용 감독의 선택은?
한편 신태용 감독도 마침 최근 '무직' 신분이 되면서 향후 거취가 자유로워진 상태다. 신 감독은 지난 9일 K리그1 울산 HD 감독직에서 전격 경질됐다. 지난 8월초 울산의 지휘봉을 잡은 지 불과 65일 만이었다.
신 감독은 올시즌 부진을 겪고 있던 '디펜딩챔피언' 울산의 소방수 역할을 맡아 13년 만에 K리그1으로 복귀했지만, 정작 울산은 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오히려 리그에서 1승 3무 4패에 그치며 파이널B행과 강등권까지 추락했다. 여기에 울산 선수단과의 불화설까지 터지면서, 구단은 신태용 감독 체제에서는 위기 극복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조기에 결별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신 감독은 2025년에만 두 번이나 경질을 당하면서 승승장구하던 지도자 커리어에 큰 흠집을 남기게 됐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와 울산 모두 계약해지의 책임이 단지 신태용 감독만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는 평가도 많기에, 재기의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 있다.
한편으로 신태용 감독에게도 인도네시아 대표팀과 울산 감독직을 역임하며 겪었던 시행착오를 한번쯤 되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신 감독은 6년간 '축구변방'인 동남아시아에서 준수한 성과를 거두며 한국축구의 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한편으로 K리그 복귀 이후에는 현대축구의 흐름에 뒤쳐진 모습을 보이며 전술적으로 발전하지 못한 것이 울산에서의 실패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인도네시아 복귀나 제 2의 동남아행은, 제안이 온다고 해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이유다.
신태용 감독 특유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화법도 언제든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신 감독은 과거부터 '난 놈', '트릭' 등 무수한 어록을 양산하며 입담과 쇼맨십을 갖춘 감독으로 유명했지만, 한편으로 지도자로서 불필요한 실언이 많고 경솔하다는 비판도 자주 받았다.
특히 스타 선수들이 많았던 울산에서는 이러한 신 감독 특유의 언행과 소통 방식이 마찰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 선화와의 2025-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2차전 직후에는, 선수들의 경기력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며 구단과 사전 논의도 없이 "올시즌이 끝나고 대폭적으로 선수단 물갈이를 할 것"이라고 섣부른 폭탄 선언을 한게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 이는 가뜩이나 신 감독의 훈련 방식과 리더십에 불만을 품고 있던 울산 선수단의 집단 반발로 이어지면서 결국 스스로의 조기 경질이라는 역풍으로 돌아왔다는 평가다.
신태용 감독은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다시 한번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싶다'는 열망을 드러낸 바 있다. 불과 1년 사이에 극적인 비상과 최악의 추락을 모두 맛본 신태용 감독에게는, 다음에 맡게 될 팀에서 어떤 성과를 올리느냐가 향후 지도자 커리어의 중대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과연 신 감독이 명예회복에 도전할 다음 무대는 K리그에서의 재도전일까, 아니면 또다른 해외무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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