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사람들은 왜 '벤츠'를 타지 않을까?
[진보당]
전국은 지금, '주차전쟁' 중!
"공영주차장 좀 만들어주세요!"
"밤에 들어오면 아파트에 주차할 자리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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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동차 등록대수 자동차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24년 현재 약 2,630만 대이다. |
| ⓒ 국토교통부 |
지하철이 없는 울산은 11%대로 알려져 있다. 현재 주차난의 핵심은 주차장이 부족이 아니라, 낮은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이다. 시민들이 자가용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지금의 주차난은 해결될 수 없다. 온 도시가 거대한 주차장이 되기 전에, 자가용 중심의 교통체계에서 공공교통 중심의 교통체계로의 전환을 만들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에도, 이동권 강화에도 필요한 공공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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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송수단별 1인당 !km이동시 탄소배출량 버스는 자가용보다 탄소배출이 60% 적다 |
| ⓒ 진보당 |
시민들은 왜 자가용에 의존할까?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이 낮은 이유는 단순하다. 불편하기 때문이다. 1970~90년대 대한민국은 주거, 상업, 산업 기능이 분산되어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직주근접은 약해지고, 대중교통망은 도심에 집중되었다. 대중교통으로는 이동이 불편했고, 자연스럽게 자가용은 늘어갔다. 신도시일수록 자차 통행 비율이 더 높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도시 설계의 한계도 있지만, 이를 해결하지 못한 이유는 공공교통정책을 정부와 각 지자체가 자기 뜻대로 펼쳐내지 못하는 상황과도 관련이 깊다. 철도, 지하철은 대부분이 공공이 직접 운영하거나 관리·감독하는 공영제인 반면, 대중교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버스의 경우, 95%가 사실상 '민영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버스는 노선소유권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 운영권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이를 기준으로 노선소유권과 운영권을 공공이 가지고 있으면 공영제, 노선소유권은 공공이 가지되, 운영권은 민간운송업체가 가지고 있으면 준공영제, 둘 다를 민간운송업체가 가지고 있으면 민영제로 분류한다.
대한민국의 경우, 전남 신안군, 강원 정선군 등 1.2%에 달하는 극히 일부만 완전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 부산 등 대다수는 '준공영제'라고 표방하고 있지만, 실상은 노선소유권도 민간운송업체가, 운영권도 민간운송업체가 가지고 있는 만큼 실상은 '민영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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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버스 운영제도 비율 한국의 버스는 약 95%가 민영제이다. |
| ⓒ 진보당 |
인구가 적은 농·어촌 등에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2024년 8월, 서울시는 경기도 의정부시와 서울 수유동, 종로를 잇는 106번 버스를 폐선했다. 하루의 1만여 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버스였지만, '수익성' 논리 앞에서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시민들의 항의로 이를 보완하는 106-1번 버스가 신설되었지만, 기존 노선과 달라 주민들의 불편이 해소되지는 않았다.
무늬만 '준공영제' 20년의 실패
현재 서울, 부산 등 대다수가 시행하는 '준공영제'는 민·관이 수입금을 공동으로 관리하되, 지자체가 버스업체의 표준수익을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버스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제도였지만, 운송업체의 수익을 보장하는 구조 속에서 이는 지자체의 보조금을 먹는 '세금먹는 하마'가 되었다.
서울시의 경우 2014년 2538억원이었던 재정지원금이 2023년에는 약 8915억원으로 상승했다. 문제는 시민을 위한 '착한 적자'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국민의 세금이 버스 운영업체의 돈벌이 수단이 되었다. 직원 임금 체불, 회사자금 횡령, 가짜 직원 급여 지급, 유류비·정비비 부풀리기, 표준운송원가 과다 산정, 운행실적 허위 입력 등 보조금을 노린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버스 회사의 손실을 서울시가 전액 보전해주다보니 대규모 배당을 노린 사모펀드까지 서울 버스회사 인수에 뛰어들었다. 사모펀드인 차파트너스가 소유한 서울 버스의 배당성향은 14%에서 최대 204%에 달했다. 연간 벌어들인 당기순익보다 많은 돈을 대주주에게 배당형태로 지급하기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 사모펀드는 고수익을 내고 먹튀하는 습성을 버리지 않고, 알짜 기업을 매각하고, '먹튀'할 기회만 엿보고 있다.
버스를 '모두를 위한 공공버스'로
실패한 '준공영제'에 더 이상 매달릴 필요가 없다. 이미 공영제의 실효성은 확인되고 있다. 신안군의 경우, 공영제 이전, 33개 노선 14개 업체에 평균 6억 원 상당의 재정지원금을 지원했었다. 그럼에도 운송사들이 적자를 호소하며 버스 운행을 멈춰버리는 일이 많았다. 이를 극복하고자 공영제를 도입했고, 현재 117개 노선과 69대 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50만 명의 주민이 이용하고 있다.
군이 직접 운송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지원금을 지급하던 시기보다 비용도 절감되었다. 버스가 '모두를 위한 공공버스'로 되게 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민간이 가지고 있는 버스노선권부터 지자체가 가져오면 된다. 버스가 민간운송업체의 불로소득의 원천이 된 것은 '노선권' 덕분이다.
심지어 상속되는 사유재산이 되어 있다. 바로 공공의 것으로 만들기 어렵다면, 우선 현행 버스면허를 '5년 한정면허'로 전환하고 공공성, 시민 편익, 안전성 기준으로 평가해서 면허를 갱신하거나, 필요하면 공공의 소유로 전환하면 어떨까?
'시민의 발'인 만큼, 주민들이 노선 결정에 참여할 수도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주민참여 노선결정제도'를 신설하고, '주민참여 노선결정기구'를 둘 수 있도록 한다면, 노선 개편으로 생기는 시민의 불편은 크게 감소할 수 있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행 법 개정만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대중교통법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이 법만 개정하면 된다. 대중교통법에는 버스공영제, 노선관리형 버스준공영제의 정의 규정을 신설하고,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는 적자재정을 지원하는 면허는 한정면허로 한다는 내용을 담으면 된다.
공공버스가 '벤츠'일 수는 없을까?
스위스는 많은 국민이 벤츠나 고급 승용차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왜? 절제와 소박함을 앞세우는 문화탓 있을 수도 있겠지만, 공공버스 자체가 '벤츠'급이기 때문이다. 스위스 대부분의 도시 및 지방버스는 실제로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이며, 내장재도 고급스럽고 승차감도 탁월하다고 한다.
운행시간의 정확도도 높을 뿐만 아니라, 다른 대중교통들과의 연결이 잘 이루어져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버스의 공공성이 강화된다면, 우리에게도 불가능한 상상이 아니다. 서울시가 새로운 친환경 수상 대중교통으로 내세웠던 한강버스가 10일 만에 운행을 멈췄다. 민간사업비까지 포함해 1,500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관광성 노선'에 국민의 세금을 투여할 것이 아니라, 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는데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공공버스가 당장 '벤처'가 되지는 않더라도, 기후정의와 시민의 이동권 보장에 한 발짝 더 나가는 일이 되지 않았을까? '모두를 위한 공공버스'를 만드는 일을 더 이상 미루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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