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막자 관세 맞불, APEC 전 미·중 치킨게임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중 무역 갈등이 재점화했다. 중국이 희토류 등의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자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핵심 소프트웨어의 대(對)중국 수출을 막겠다고 맞섰다. 미·중 양국이 관세를 110%포인트씩 내리기로 한 지난 5월 ‘제네바 합의’가 사실상 파기 수순에 들어가면서, 한국은 두 강대국 사이에 끼여 어느 한쪽에도 기울 수 없는 ‘샌드위치 리스크’에 몰렸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 글을 통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다음 달 1일부터 중국에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의 대중국 관세율은 평균 55% 수준인데, 여기에 100%가 더해지면 155%라는 초고율 관세를 적용받게 된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지난 9일 전기차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인 희토류 합금과 관련 소재의 대미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준의 통제 방침을 발표했다.
희토류를 둘러싼 갈등이 ‘트리거(방아쇠)’가 되면서 미·중의 ‘강대강’ 힘겨루기가 재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열리는 APEC에서 시 주석과 만날 예정이었으나 이제 그럴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회담 불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거기(한국)에 갈 예정이니 회담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여지를 뒀다. 중국 상무부도 12일 입장문에서 “싸움을 바라지 않지만 그렇다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양국이 관세 협상을 포함한 정상회담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최대한의 압박’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90% 이상 독점한 희토류 기술을 ‘전략 자산화’하며 미국에 맞서는 구도”라며 “미국은 일단 중국의 도발에 관세로 제동을 걸고, 협상 여지를 둔 상태”라고 말했다.
희토류 통제는 반도체·전기차 등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한국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중국이 수출 통제 품목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수출 기업의 불안감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희토류는 세계 공급의 약 60%, 미국 내 공급의 80~90% 이상을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이 여전히 교착상태인 것도 불안 요소다. 3500억 달러(약 490조원) 규모의 투자 방식에 있어 미국은 ‘선불(upfront)’을 고수하고 있고, 한국은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를 필요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이달 초 방미했지만,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다. 이어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추가 논의를 위해 오는 15일 워싱턴에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에는 부정적 요인이 크지만, 한편으로 미국이 중국 현안에 집중하기 전에 한국과 관세 협상을 서둘러 마무리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APEC 정상회의를 3주가량 앞둔 시점에 미·중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화해나 협력 메시지가 나오지 못하면 한국 외교에도 큰 부담이 될 전망”이라고 짚었다.
세종=김원 기자, 워싱턴·베이징=김형구·신경진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성형 하지마" 그 인상학 대가, 이 보톡스만큼은 추천했다 | 중앙일보
- "AI 버블, 닷컴 때와 똑같다" 이때가 고점, 콕 짚은 전문가 | 중앙일보
- 윤석열 검사 "사람을 버리고 가요?"…노래방서 홀로 깬 사연 | 중앙일보
- "여교수가 같이 자자고 했다"…서울대 뒤집은 여대학원생의 모함 | 중앙일보
- "실신하자 전기충격기로 깨워…고문 당하며 피싱대본 읽었다" [캄보디아판 범죄도시] | 중앙일보
- 브래드 피트가 청혼을? 남편 버린 여성, 전재산 날렸다…알고보니 | 중앙일보
- 아내 약 먹이고 성폭행…추악한 짓 한 50명 중 1명, 항소했다 결국 | 중앙일보
- 145억 시의원, 전깃줄로 목 졸랐다…기자 사칭한 그놈 정체 | 중앙일보
- "석열이 이혼시켜, 꼭 해야 해!" 김건희 '소록도 유배작전' 전말 | 중앙일보
- 연예인 축의금 1000만원? 딘딘 "솔직히 30만원 한다, 친하면…"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