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도 드라마도 안 되는데... 승부수 없는 '사마귀'의 한계
[김성호 평론가]
극복할 수 없는 재능적 격차에 대한 질투. 그는 예술이 자주 천착하는 주제 가운데 하나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테다. 예술, 즉 창작과 표현이 중추가 되는 영역에서 타고난 재능이야말로 가장 큰 자산이 되고는 하는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재능을 마주할 때 인간은 절망한다. 때로 절망은 박차고 일어나 한 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되지만, 그보다 많은 경우 스스로를 질투와 자기파괴적 욕망의 제물로 삼고는 한다.
영화예술은 그와 같은 절망의 순간을 수많은 작품으로 기록해왔다. 가장 유명한 건 저 밀로스 포만의 역작 <아마데우스>일 테다. 올해 리마스터링 재개봉하기도 한 이 영화는 모차르트의 천재성에 충격을 받는 비엔나 왕실 궁정음악가 살리에리의 이야기다. 제57회 아카데미시상식 작품, 감독, 남우주연 등 모두 8개 부문에서 오스카트로피를 거머쥔 이 명성 높은 작품은 재능의 차이에 기인한 질투가 어떻게 인간과 관계를 망가뜨리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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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마귀 스틸컷 |
| ⓒ 넷플릭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사마귀>를 지탱하는 핵심된 소재가 바로 이것이다. 재능의 차이로부터 일어난 질투, 그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여 자기파괴에 이르는 이들 말이다. 영화는 이를 앞선 세대와 아랫 세대, 두 세대로 나누어 반복하여 보여준다. 반복되어 일어나는 잘못이 역사 또한 반복되게 한다는 것.
<사마귀>는 씨네만세에서도 앞서 소개한 바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의 스핀오프 작품이다. 2023년 3월 공개된 <길복순>은 2025년 현재 누적 시청수만 2850만 회를 넘겨 한국 오리지널 영화 가운데 역대 순위 6위에 올라 있다. 누적 시청시간만으로 따지면 <황야>와 <카터>에 이어 역대 3위다.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영화들의 참담한 완성도로 인한 중도탈락률의 영향이 있는 가운데, 그래도 <길복순>은 끝까지 본 관객이 상당히 많았단 뜻이겠다. 그래서일까. <길복순>은 2년 만에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 작품으로 이어졌다. 바로 <사마귀>다. (관련 기사 : 중학생 둔 싱글맘이 '전설의 킬러'? 살 떨리는 이중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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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마귀 스틸컷 |
| ⓒ 넷플릭스 |
이야기는 앞서 언급한 재능과 질투의 이야기다. 킬러들의 세계를 장악했던 독점적 업체 MK엔터 수장 차민규(설경구 분)와 그 핵심 임원들이 전작에서 길복순(전도연 분)에 의해 모조리 제거된 상황이 영화의 배경이 된다. MK엔터 주축 임원이었다가 친구였던 차민규에게 반기를 들어 쫓겨난 독고(조우진 분)가 복귀하여 권력의 공백을 수습한다. 그 제자라 해도 좋을 사마귀 이한울(임시완 분) 또한 독립해 회사를 운영하며 힘을 키워간다.
영화는 독고와 죽은 차민규의 관계를 현 시점의 이한울과 그 동기이자 친구이며 첫사랑인 신재이(박규영 분)의 관계에 대응시킨다. 차민규와 오랜 친구였으나 그 재능을 질시하다 끝내 반기를 들었던 독고처럼, 신재이 역시 압도적 재능을 가진 이한울에게 그러하리란 것. 신재이를 몰래 좋아하는 이한울은 독고의 충고를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영화는 차츰 신재이가 독고와 비슷한 길을 걷는 모습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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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마귀 스틸컷 |
| ⓒ 넷플릭스 |
이 같은 상황 가운데 독고와 이한울, 신재이의 이해관계 또한 달라지고, 서로 간의 감정선 또한 극명하게 대립하며 파국으로 치닫기에 이른다. 이한울은 스승인 독고와 제가 좋아하는 신재이 중 한 쪽 편에 서야만 하는 상황에 몰리고, 그가 설 곳은 하나뿐이다. 제가 그러했듯 신재이 역시 이한울을 질시해 잘못을 저지르리란 경고가 현실화될지 아닐지가 영화가 기대는 승부수인 듯도 하다.
도저히 <사마귀>를 좋은 작품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전작 <길복순> 또한 전도연과 설경구, 황정민 등 명성 높은 배우들에 기대어 끌어간 아쉬운 작품이었는데, <사마귀>에선 그마저도 실종돼 기댈 곳조차 없어진 꼴이다. 임시완과 박규영이 <오징어 게임>에서 합을 맞추며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았다고는 하지만, 그를 제하면 두 배우를 주연으로 기용해 얻는 이점이 하나도 드러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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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마귀 포스터 |
| ⓒ 넷플릭스 |
그러나 드라마 또한 이 영화의 동아줄이 되어주진 못한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제갈공명과 주공근에 빗대는 관계를 이루려면 천부적 재능의 소유자는 보는 이마저도 압도할 수 있는 재주를 확인케 해야 한다. 이한울에게 과연 그런 기량이 보이는가. 그저 낫 두 개를 들어 사마귀 흉내를 낼 뿐, 그가 다른 킬러와 얼마나 현격히 다른 재주를 가졌는지를 영화는 전혀 납득케 하지 못한다. 그로부터 천재적 재능과 그를 질시하는 범재의 관계 또한 설득력이며 파괴력을 얻지 못한다. 영화가 보여주지 못하니 이 관계는 구구절절 인물의 대사로나 언급되고, 대사로 이야기되는 킬러의 역량이란 관객을 하품하게 할 뿐이다.
<사마귀>가 스핀오프로까지 제작될 만한 작품인가에 대하여 근본적 의문을 제기할 밖에 없다. <길복순>이 넷플릭스의 망을 타고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 말고는 이 영화가 제작돼야 하는 동기를 찾지 못하겠다. 드라마적 승부수가 부재한 가운데, 세계관의 매력도, 연출적 특장점도, 심지어 배우의 동일성도 없는 때문이다.
한때 전 세계 영화의 중심에 자리했던 마블 코믹스 바탕 작품군이 어떻게 무너져갔는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드라마적 완성도는 물론, 홍콩액션을 적극 수용한 액션연출에 더하여 개별 캐릭터의 매력을 살린 작품들이 조화롭게 매력을 발했을 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정점을 이루었다. 그러나 불필요한 이야기와 캐릭터가 난립하고, 본질이 아닌 작품 외적 부분만을 고려하는 행태가 이어지자 이에 피로감을 느낀 관객이 마블을 저버렸던 것이다. <사마귀>로 대표되는 근래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이 과연 이와 다르다 할 수 있을까.
<사마귀>는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자산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다. 자산이란 앞서 성공한 작품의 인지도와 그 아쉬운 완성도에도 연달아 관객 앞에 도달한 이력이고, 한계는 그 모든 작품이 보여준 실망스런 내실이다. 시간이 흘러 <사마귀>가 감독과 배우, 스태프들에게 자랑스레 언급하고픈 작품일 수 있을까. 나는 차마 그렇다곤 말할 수가 없다.
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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