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 시절 그립다" 삼성·SSG 팬들, 13년 만의 가을야구 재회…오승환·이승엽·한동민 유니폼 입고 응원전 [스춘 현장]

박승민 기자 2025. 10. 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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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 2차전서 만난, '왕조 시절' 향수 간직한 삼성·SSG 팬들
2012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우승을 확정지은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 (사진=삼성)

[스포츠춘추=인천]

2012년 11월 1일, 삼성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의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삼성이 7대 0으로 승리했다. 삼성은 2011년에 이어 2년 연속 통합 우승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세 차례 우승했던 SK 왕조가 저물고, 삼성 왕조의 개막을 알리는 승리였다.

6차전 승리 이후 마무리 투수였던 오승환은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모든 삼성 선수가 그를 향해 달려 나왔고, 그라운드를 뒤덮으며 우승을 자축했다.

그로부터 13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SK는 SSG 랜더스로 팀명을 변경했고,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 두 개를 더 손가락에 끼웠다. 삼성은 2014년까지 4년 연속 통합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뤘지만, 이후 새 반지를 얻지 못했다. 우승 순간 마운드에서 던졌던 오승환은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채 2025년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2012년 삼성의 한국시리즈 마지막 투수였던 오승환은 9월 30일을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사진=삼성) 

그리고 13년 만에 두 팀이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만났다. 이번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삼성이 NC 다이노스를 꺾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서, SSG와 삼성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준PO 현장에는 두 팀이 최강자로 군림했던 시절의 향수를 간직한 팬들이 여전히 많았다.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 시절 유니폼을 입은 팬들, 삼성 왕조를 이끌었던 채태인·오승환·이승엽의 이름을 여전히 등에 새긴 팬들도 보였다. 두 팀이 리그를 호령하던 시절 온몸으로 마셨던 가을의 냄새를 여전히 지니고 있던 팬들을, 스포츠춘추가 지난 1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만났다.

1루측 관중석에는 김성현의 유니폼을 입은 관중이 있었다. SSG 소속인 김성현이지만, 이번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선 탈락했다. 올 시즌 성적은 5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17에 OPS 0.586으로, 어느덧 38세인 김성현은 젊은 내야수들에게 출전기회를 양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 팬은 "김성현을 응원해서, 이 유니폼을 입고 왔다"라고 말했다.
김성현의 SK시절 유니폼을 입은 팬. (사진=스포츠춘추 박승민 기자)

유니폼 왼쪽에는 2018년 SK 와이번스의 우승 엠블럼이 박혀있었다. 유니폼 가운데에는 팀 엠블럼 대신 'INCHEON(인천)'이 적혀 있었다.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 시절 유니폼이었다. 2018년 김성현은 주전 2루수로서 135경기를 나선 핵심 멤버였다. SK는 이때 한국시리즈에서 정규시즌 1등이었던 두산 베어스를 꺾고 업셋 우승했다. 두산과 정규시즌 경기 차가 14.5나 났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날 만났던 팬도 오랜 기간 SK-SSG를 응원해 왔다. 왕조 시절의 기억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그 역시 "그 시절이 그립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13년 5월 8일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다. 4회까지 11대 1로 뒤지고 있었지만, 경기 후반 대량 득점으로 점수 차를 1점까지 좁혔다.

한동민(한유섬으로 개명)의 홈런으로 동점을 만든 뒤 찾아온 1사 만루 찬스. 이때 타석에 들어섰던 선수가 바로 김성현이다. 전 타석에서도 3타점 2루타를 기록하며 추격의 불씨를 살렸던 김성현은, 이 타석에서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며 이날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날 만났던 팬은 그때도, 지금도 김성현의 이름을 새긴 채 야구장을 찾아 SSG의 승리를 위해 목 놓아 응원했다.
삼성 왕조 1루수였던 채태인의 유니폼을 입은 팬. (사진=스포츠춘추 박승민 기자)

3루 관중석에서도 그리운 이름들을 발견했다.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은 건 채태인 유니폼을 입고 있는 한 팬이었다. "왕조가 시작됐던 2011년부터 야구를 봤다"라고 말한 그는 이어 "여전히 왕조 시절이 엊그제 같다"라며 추억에 잠겼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마지막 우승이었던 2014년이다. 그는 "우승할 때 잠실구장에 있었다. 그 시절 채태인의 활약에 감명받아 유니폼을 샀고, 여전히 입고 있다"라고 말했다. 채태인은 2014년 124경기에서 타율 0.317에 OPS(출루율+장타율) 0.852를 기록한, 삼성 강타선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었다. 2014년 한국시리즈에서도 2차전과 6차전 결승타를 때려냈다. 1루수로서 수차례 호수비를 보여준 것은 덤.
삼성 라이온즈 시절의 이승엽. (사진=삼성)

그리고 관중석 두 블록 옆에도 그 시절을 그리는 팬이 앉아 있었다. 딸과 함께 야구장을 찾은 그의 유니폼에는 등번호 '36'과 '이승엽'이 적혀있었다. 그에게 '이번 준PO가 2012년 한국시리즈 이후 양 팀 간의 첫 포스트시즌 맞대결인 것을 아냐'고 묻자 "물론이다. 당시에도 경기장에 있었다. 지하철을 몇 번을 환승해서 힘들게 온 것이 기억난다"라고 말한 뒤 "왕조 시절이 가장 그립다. 워낙 잘했으니까. 작년에도 한국시리즈까지 갔는데 아쉽다"라고 말했다.

그는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도부터 프로야구와 함께한 '올드팬'이다. 오랜 기간 야구를 곁에 두며 가장 기억에 남는 시즌은 2003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승엽의 56호 홈런을 잡으려고 사람들이 잠자리채를 들고 외야에 빼곡히 자리 잡았었다"라고 말하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승엽의 56호 홈런은 아시아 프로야구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이었다. 가끔은 그러한 추억이 서려 있는 대구시민운동장이 그립진 않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립기도 하다, 잘했던 기억이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이승엽 전 감독의 삼성 시절 유니폼을 입고 딸과 함께 야구장을 찾은 팬. (사진=스포츠춘추 박승민 기자)

초등학생인 그의 딸은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럽게 삼성 팬이 됐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재빠르게 "이재현이요!"라고 대답했다. 이재현의 이름을 뱉은 그녀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이재현의 홈런에 기뻤겠다고 묻자 "1분 만에! (홈런을 쳤다)"라고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이재현은 지난 9일 열린 준PO 1차전 1회 초 선두타자로 나서 초구 홈런을 치며 포스트시즌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날 스포츠춘추가 만난, 야구에 진심이었던 세 명의 팬 외에도 취재진의 눈에 띄는 이들이 많았다. 여전히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면서 주축으로 활약 중인 김광현과 최정의 SK 시절 유니폼을 입은 팬들, 한유섬이 아닌 한동민을 여전히 등 뒤에 새긴 팬들, 삼성 왕조의 핵심 선수 중 한 명이었던 박한이 코치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도 있었다. 
SSG 한유섬의 개명 전 이름인 한동민의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을 찾은 팬. (사진=스포츠춘추 박승민 기자)

그들은 여전히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야구장을 찾는다. 그리고 또 한 번 영광의 순간이 재연되기를 바란다. 앞서 만났던 채태인 유니폼의 팬도 "올 시즌 삼성이 계속 올라가서 우승했으면 좋겠다"라는 소망을 말했다.

두 팀의 마지막 PS 맞대결 이후 13년이 지났지만, 그때도 관중석을 지켰던 이들이 여전히 경기장을 찾고 있다. 그리고 변함없이 그라운드를 향해 목청껏 소리를 내지른다. 13년 전에 그랬듯, 이날도 같은 마음, 같은 열정으로 자리를 지킨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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