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철새의 날, 태어나 처음으로 이 새를 봤습니다
[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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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일 오전 경기 안산시 시화호 대송습지에서 진행된 생물다양성탐사에 참가한 시민들의 모습. |
| ⓒ 이주영 |
새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활동을 '탐조(Birdwatching)'라고 하는데요, 우연한 계기로 올봄에 입문했습니다. 초보자라 지식과 경험이 없어 헤매던 차에, 제가 사는 곳 옆 동네에서 '생물다양성탐사'가 열린다고 해 반가운 마음으로 신청했습니다.
일명 '바이오블리츠'로 불리는 생물다양성탐사는 전문가와 일반 시민이 정해진 시간 동안 특정 장소에서 다양한 생물종을 찾아 목록으로 정리하는 행사로, 생명과학을 향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게 목적입니다. 서울시 등 지자체와 산림청 국립수목원, 환경시민단체 등 여러 곳에서 개최하기 때문에 관심 있다면 누구나(보통 초등학생 또는 중학생 이상) 참여할 수 있습니다. 식물, 곤충, 양서·파충류 등과 더불어 조류도 탐사 대상에 포함됩니다. 저 같이 취미로 탐조를 하는 시민에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낯선 곳에서 새로운 새를 관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죠.
'시민과학기록단 숨'이 주최한 이날 생물다양성탐사는 시화호와 대부도가 맞닿아 있는 대송습지에서 10일 오전 10시부터 11일 오전 10시까지 진행됐습니다. 전 마지막 시간대인 11일 오전 7시~오전 10시 프로그램에 참가했습니다.
대송습지가 있는 시화호는 국내에서 유명한 겨울철새의 이동 경로이자 도래지입니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1994년 시화방조제가 완공된 뒤 인근 신도시와 공단에서 오폐수가 유입돼 수질이 나빠지면서 '죽음의 호수'라고 불리기까지 했습니다. 이를 안타까워하던 지역 시민들이 시화호 살리기 운동에 나섰고, 호수를 되살릴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됐습니다. 더 나아가 간척지에 농지를 조성하는 사업이 유보되면서 생긴 습지에 철새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바로 대송습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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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일 오전 경기 안산시 시화호 대송습지에서 진행된 생물다양성탐사에서 최순규 박사(왼쪽에서 세 번쨰)가 설명하고 있다. |
| ⓒ 이주영 |
길을 따라 달린 지 얼마 안 돼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탁 트인 수면 위에 희고 검은 새 수십 마리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날고 싶을 때 무리 지어 날거나, 물 속 먹이를 찾거나, 가만히 앉아 쉬었습니다. 언제 사람이 들이닥칠까 노심초사하며 경계를 놓지 못하는 도시의 새들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동행한 최순규 박사(조류행동 생태학)의 설명을 토대로 무슨 새인지 하나씩 찾아가면서 카메라나 스마트폰 메모장에 기록했습니다. 제비나 붉은머리오목눈이 등의 산새도 있었지만, 환경 특성상 괭이갈매기·뿔논병아리 등 물새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다들 차로 조금씩 이동하다가 새 무리를 발견하면 잠시 멈추고 나와 저마다 쌍안경 등의 도구를 꺼내 조용히 관찰했습니다. 필드스코프를 가져온 참가자들이 새를 정확히 포착해내면 '여기 와서 보라'고 권하며 진귀한 장면을 공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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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일 오전 경기 안산시 시화호 대송습지에 머물고 있는 새들. |
| ⓒ 이주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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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른쪽이 저어새(자료사진) |
| ⓒ 이경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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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쇠개개비 |
| ⓒ 서산버드랜드 |
그 중에는 신문·방송 기사에서만 보던 희귀한 종도 있습니다. 날개를 펴고 고요히 나는 천연기념물 개구리매, 끝이 넓적한 부리로 물속을 뒤적거리는 저어새(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뿅뿅' 하고 우는 소리가 특이한 청다리도요 등입니다. 세상엔 정말 다양한 생명이 존재한다는 걸, 수많은 존재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는 걸 실감했고, 저절로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자연을 바라보는 해상도가 한층 더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오리가 다 같은 오리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청머리오리, 홍머리오리, 넓적부리 등 제 두 눈으로 본 오리만 6종입니다. 가창오리와 더불어 '군무'로 유명한 쇠오리의 아름다운 비행도 감상했습니다. 알수록 자세히 보인다는 말이 맞나 봅니다.
새를 통해 세상의 다양하고 고유한 시선을 만나다
약 3시간 동안 탐조를 마치고 대송습지를 빠져나온 참가자들은 돌아가면서 오늘 본 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누구인지 말했습니다. 제각각이었습니다. 최순규 박사는 "이처럼 같은 자연을 봐도 주목하는 게 다르다. 사물을 대하는 감성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새를 통해 세상의 다양하고 고유한 시선들을 접하는 것도 탐조의 매력이라고 했습니다.
저 역시 아주 잠깐이었지만 사람보다 새가 압도적 다수인 환경에 머물면서 '다양성'이라는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동안은 다양성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개념인 줄만 알았는데, 그걸 넘어 '침범하지 않으려는 노력' 또한 다양성의 전제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간으로서 더 멀리 나아가고 싶은 열망, 더 많이 갖고 싶은 욕심, 더 편해지고 싶은 이기심에 경계선을 그어야만 내년에도, 10년 후에도 이토록 감동적인 장면들을 계속 볼 수 있겠죠.
공교롭게도 새벽부터 새를 만나고 온 2025년 10월 11일은 국제기념일인 세계 철새의 날입니다. 이동하는 새들과 그들의 서식지를 보존하고자 2006년 제정(매년 5월과 10월 둘째 주 토요일)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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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일 오전 경기 안산시 시화호 대송습지 인근 상공으로 큰기러기들이 날아가고 있는 모습. |
| ⓒ 이주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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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일 오전 경기 안산시 시화호 대송습지에서 진행된 생물다양성탐사에 참가한 시민들의 모습. |
| ⓒ 이주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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