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수비진...홍명보호, 브라질 삼바리듬에 '상암 대참사'
[박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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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vs. 브라질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손흥민이 왼쪽 측면에서 드리블하는 모습 |
| ⓒ 박시인 기자 |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0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A매치 평가전에서 0-5로 패했다.
홍명보호 수비진 파괴한 브라질의 화려한 삼바 리듬
한국은 3-4-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원톱 손흥민을 축으로 좌우에는 이재성, 이강인이 포진했다. 중원은 이태석-백승호-황인범-설영우가 자리했으며, 스리백은 김주성-김민재-조유민,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가 꼈다.
브라질은 4-4-2를 꺼내들었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마테우스 쿠냐가 전방에 포진하고, 미드필드는 호드리구-카제미루-브루누 기마랑이스-이스테방이 자리했다. 포백은 더글라스 산투스-가브리엘 마갈량이스-에데르 밀리탕-비티뉴, 골문은 벤투가 지켰다.
전반 초반부터 브라질이 주도권을 잡았다. 전반 3분 호드리구의 슈팅으로 첫 포문을 열었다. 9분에는 비니시우스의 슈팅이 골문을 벗어났다.
5-4-1 대형을 유지하며 내려 앉은 채 수비에 전념하던 한국은 전반 13분 선제골을 허용했다. 기마랑이스가 수비 사이로 절묘하게 스루패스를 찔렀고, 쇄도하던 이스테방이 조현우 골키퍼와의 일대일에서 마무리지었다.
전반 20분에는 브라질의 빠른 역습에 한국 수비진이 무너졌다. 비니시우스의 스루 패스를 받은 호드리구가 조현우 골키퍼와의 일대일 기회에서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선방에 막혔다.
한국은 브라질의 강한 전방 압박에 크게 고전하며 좀처럼 하프 라인을 넘어가지 못했다. 전반 22분 황인범에 의해 첫 번째 슈팅을 기록했으나 브라질 수비에 막혔다.
브라질은 많은 기동성과 빠른 타이밍의 압박을 시도하며 경기 주도권을 쥐어나갔다. 한국은 수비에서 공격으로 나아가는 빌드업 과정이 매우 답답했다. 원톱 손흥민에게 연결되는 패스의 숫자가 매우 부족했다. 그나마 이강인의 번뜩이는 볼키핑과 개인기가 유일한 돌파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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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강인 이강인이 브라질 수비수를 상대로 드리블을 시도하고 있다. |
| ⓒ 대한축구협회 |
2분 뒤에는 백승호가 카제미루와 기마랑이스의 협력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며 소유권을 내줬다. 이후 카제미루-비니시우스를 거쳐 호드리구가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지었다.
순식간에 4골차로 벌어지면서 한국은 추격할 동력을 잃고 말았다. 홍 감독은 후반 18분 손흥민, 김민재, 이재성을 과감하게 빼는 결단을 내렸다. 오현규, 박진섭, 김진규가 들어갔다.
옌스가 왼쪽 윙 포워드로 전진 배치되고, 중원은 백승호-김진규 조합으로 재편됐다. 오현규는 최전방 원톱 역할을 맡았다. 김진규는 후반 20분 투입되자마자 과감한 중거리 슛으로 유효 슈팅을 기록했다.
브라질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후반 25분 첫 교체를 감행했다. 산투스, 비티뉴, 이스테방 대신 파울루 엔리키, 카를로스 아우구스투, 루카스 파케타가 들어갔다. 호드리구가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고, 파케타가 쿠냐의 뒤를 받치는 세컨 스트라이커의 위치에 자리했다.
후반 31분에는 원두재가 백승호를 대신했다. 후반 32분 코너킥 상황에서 브라질이 수비에 성공한 후 빠르게 카운터 어택을 시도했다. 쿠냐의 전진 패스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던 비니시우스에게 전달됐다. 비니시우스는 빠른 속도를 이용해 페널티 박스 안으로 진입했고, 조현우와의 일대일 찬스에서 5번째 골을 완성시켰다.
안첼로티 감독은 후반 34분 기마랑이스, 비니시우스, 쿠냐 대신 안드레, 히샬리송, 이고르 제주스를 넣으며 선수 실험에 나섰다. 홍 감독도 후반 36분 이강인을 불러들이고, 이동경을 투입하며 마지막 교체 카드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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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vs 브라질 한국이 브라질전에서 0-5 대패를 당했다. 브라질을 상대로 가동한 스리백 전술이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
| ⓒ 박시인 기자 |
홍명보호는 지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10경기를 치르며, 6승 4무를 기록했다. 무패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짓긴 했지만 한국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아래인 중동팀들과 맞붙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다.
내년 6월 개막하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본격적인 본선 준비 체제로 돌입한 홍명보호는 지난 9월부터 한국보다 피파랭킹이 높은 팀들과 평가전을 치르고 있다.
미국(15위), 멕시코(13위)와의 원정 2연전에서는 1승 1무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에서 주로 포백을 내세웠던 홍 감독은 유럽파들이 모두 합류한 9월 2연전에서 모두 스리백을 가동하며 눈길을 끌었다.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부족했지만 기대 이상의 조직력과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번 브라질전에서도 홍 감독은 스리백을 꺼냈다. 공격시에는 3-4-3으로, 수비시에는 5-4-1의 대형이었다. 그러나 브라질을 상대로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모든 면에서 한 수 아래였다. 상대의 전방 압박을 풀어내는 능력은 현저하게 모자랐고, 투박한 빌드업 체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압박에 당황한 나머지 미드필드를 거치지 않으며, 전방으로 롱패스를 보냈다. 공중볼 경합 능력이 뛰어나지 않은 원톱 손흥민과는 상극인 전술 운용이었다.
제 아무리 많은 숫자의 수비진을 갖췄더라도 브라질은 손쉽게 공간을 창출했다. 홍명보호는 현란한 개인기와 패스 워크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스리백의 중심 축으로 활약한 김민재마저 흔들렸다. 후반 2분에는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홍 감독은 전반에는 황인범-백승호, 후반에는 옌스, 김진규, 원두재를 차례로 투입하며 다양하게 중앙 미드필더 조합을 실험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다. 기마랑이스-카제미루가 버티는 중원 장악력에 열세를 보였다.
그렇다고 공격 상황에서 날카로움을 보여준 것 또한 아니다. 세부 전술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90분 동안 슈팅 4개에 머물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 당시 한국은 2022년 6월 홈 평가전에서 브라질에 1-5 패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1-4로 패배한 바 있다. 그러나 벤투호는 수비로 내려서지 않고, 능동적이고 공격 지향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다가 큰 점수차로 패했다. 이에 반해 홍명보호는 날카로운 공격 한 번 보여주지 못한 채 5-4-1 포메이션으로 후방에만 머무르기 바빴다. 월드컵 본선에 맞춰 스리백을 플랜A로 여긴 홍 감독으로선 많은 고민을 떠안게한 브라질전이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브라질과의 상대 전적에서 1승 8패를 기록하게 됐다. 1999년 3월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1-0으로 이긴 이후 브라질에만 6연패를 당했다.
특히 이번 5골는 한국-브라질 경기 역대 최다 점수 차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2016년 6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치른 스페인과 평가전(1-6) 이후 9년 만에 5점 차 이상 패배를 당했다. 홈에서 5골차 이상으로 패한 건 2001년 5월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 프랑스전(0-5) 이후 무려 24년 만이다.
10월 A매치 축구 대표팀 평가전
(서울월드컵경기장, 한국 서울 - 2025년 10월 10일)
한국 0
브라질 5 - 이스테방(도움:기마랑이스) 13' 호드리구(도움:카제미루) 42' 이스테방 47' 호드리구(도움:비니시우스) 49' 비니시우스(도움:쿠냐) 77'
선수 명단
한국 3-4-3 : GK 조현우 - 조유민, 김민재(63'박진섭), 김주성 - 설영우, 황인범(46'옌스), 백승호(76'원두재), 이태석 - 이강인(81'이동경), 손흥민(63'오현규), 이재성(63'김진규)
브라질 4-4-2 : GK 벤투 - 비티뉴(70'P.엔리키), 밀리탕, 마갈량이스, D.산투스(70'C.아우구스투) - 이스테방(70'파케타), 기마랑이스(79'안드레), 카제미루, 호드리구 - 쿠냐(80'I.제주스), 비니시우스(79'히샬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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