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파크에 뒤지랴, 한국 '네모' 읍성 가보셨나요?
조선은 읍성의 나라였다. 어지간한 고을마다 성곽으로 둘러싸인 읍성이 있었다. 하지만 식민지와 근대화를 거치면서 대부분 훼철되어 사라져 버렸다. 읍성은 조상의 애환이 담긴 곳이다. 그 안에서 행정과 군사, 문화와 예술이 펼쳐졌으며 백성은 삶을 이어갔다. 지방 고유문화가 꽃을 피웠고 그 명맥이 지금까지 이어져 전해지고 있다. 현존하는 읍성을 찾아 우리 도시의 시원을 되짚어 보고, 각 지방의 역사와 문화를 음미해 보고자 한다. <기자말>
[이영천 기자]
무척 고마운 읍성이다. 곳곳이 허물어져 낮아진 성벽에, 성안 마을은 듬성듬성하며, 관아 터가 미나리꽝 차지가 되었어도 말이다. 우리 도시의 원형을 땅속 어딘가 고이 간직하고 있을 개연성이 높으니,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지 모르겠다. 주변이 온통 도시화로 빼곡함에도, 마치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도시 한가운데에서 소나무처럼 독야청청 푸르르니 더욱 그러하다. 지난 9월 하순, 언양읍성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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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양현(지승) 언양의 산세와 물흐름, 지형이 간략하게 표현된 옛 지도. 네모난 언양읍성이 뚜렷하다. 위쪽에 고헌산이 우측 중하단에 문수산이 표현되어 있고, 울산으로 흐르는 태화강이 양양하다. |
| ⓒ 서울대학교_규장각_한국학연구원 |
이때 언양과 울주의 봉계가 쇠고기, 정확히는 불고기로 이름을 얻기 시작한다.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전국에서 모인 인부들의 입맛을 돋워주고부터다. 이런 연유로 언양이나 봉계에서 쇠고기 맛을 비교하면 곤욕을 치르는 수가 있으니, 조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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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양읍성 미나리꽝 맑은 물이 찰랑거리며 흐르는 동문 근처에, 미나리꽝은 여전히 푸르다. |
| ⓒ 이영천 |
우리 도시의 원형
우리 도성과 읍성은 중국의 그것을 원본으로 삼았다. 다만 규모 등에 있어 중국과 똑같이 적용할 수 없는 한계가 농후했다. 왕궁을 중심으로 사방 산세를 사신(四神)의 상징인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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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양읍성 언양읍성을 보여주는 안내판. 남문 근처 이전한 초등학교 자리가 객사와 관아가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터다. 성을 두른 해자의 물길과, 성안으로 흐르는 물길도 잘 그려져 있다. |
| ⓒ 이영천(서문_안내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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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안 4거리 4대 문루에서 각기 반대편 문루를 잇는 길이 읍성 한가운데에서 교차하는 곳. 곧은 길이, 서문과 동문을 잇는 길이며 옆으로 물이 흐른다. |
| ⓒ 이영천 |
비상 시 민관이 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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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읍성 북벽 반나마 낮아진 언양읍성의 북벽. 남은 성벽이 그나마 가지런하다. 멀리 서쪽으로 지붕 같은 '영남 알프스'가 웅장하다. |
| ⓒ 이영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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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쪽 성벽 성벽을 이용해 집들이 담이나 기단(基壇)으로 활용한 모습. 이런 이유로 성벽이 헐려 나가지 않은 역설을 보여 주는 희귀 사례다. |
| ⓒ 이영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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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양읍성 남문 1/3 정도 복원된 남쪽 성벽과 문루(영화루) 및 옹성. 남문 밖은 일제 강점기부터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
| ⓒ 이영천 |
도심 생태계의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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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양읍성(1954년)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언양읍성을 촬영한 항공사진. 평야가 제법 넓다. 네모난 읍성의 4대 문에서 뻗은 옛 길과, 남쪽 태화강 변으로 형성된 시가지에서 뻗은 신작로가 묘한 대조를 이룬다. |
| ⓒ 국토정보플랫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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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양읍성(2022년) 경부고속도로와 KTX 등이 지나는 지금의 언양. 시가지 한가운데 센트럴파크처럼 네모난 읍성이 오롯하다. 사시사철 물이 흐르고 바람이 불어, 도심 환경을 지켜내는 생태계 보고다. |
| ⓒ 국토정보플랫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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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자 흔적 어쩌면 해자였을지도 모르는 성 밖으로 여전히 물이 흐른다. 사시사철 흐르는 물이, 생태계를 유지하는 고갱이다. |
| ⓒ 이영천 |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휑한 읍성이 그래서 무척 고맙다. 현대 도시는 도시 숲과 바람 길을 만드느라 부산하다. 프랑스 파리는 차도를 줄여 나무를 심고 자전거 길을 닦느라 엄청난 노력과 비용을 치르고 있다. 그 바람에 대기 환경이나 센 강이 부쩍 정화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언양읍성은 이미 그런 모든 걸 갖추고 있다. 조선 시대 우리 도시의 원형이 내쉬는 숨결이다. 미래에 후손이 살아갈 모범적인 도시를 조상들이 마련해 둔 셈이다. 그래서 무척 고맙다. 사랑스러워 고이 간직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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