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강인·이재성으로 63분간 유효슈팅 0' 레알·아스널 센터백 상대로 무지성 뒷공간 롱패스만 [브라질전 대패]

김희준 기자 2025. 10. 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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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손흥민, 이강인, 이재성 조합을 들고 나왔지만 무득점에 그쳤다. 무의미한 뒷공간 롱패스 속에 이들이 함께 뛴 63분간 한국이 기록한 유효슈팅은 없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에서 브라질에 0-5로 대패했다.


이날 한국은 9월 미국 원정에서 재미를 봤던 3-4-2-1 전형을 다시 꺼내들었다. 손흥민이 최전방을 책임졌고 이재성과 이강인이 그 뒤를 받쳤다. 황인범과 백승호가 중원에, 이태석과 설영우가 윙백에 위치했고 김주성, 김민재, 조유민이 수비라인을 구축했으며 조현우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우선 이번 경기에서 한국은 수비 시 5-4-1에 가깝게 내려섰다. 브라질의 맹렬한 공격을 막기 위해 내려서서 공간을 없애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브라질은 여러 방면으로 한국을 뚫어냈다. 전반 13분 이스테방 윌리앙의 선제골과 전반 41분 호드리구의 추가골은 '패스 앤 무브'를 통해 수비를 허물고 득점했다. 후반 2분 이스테방, 후반 4분 호드리구의 득점은 강한 전방압박으로 상대 실수를 유발해 만들어낸 골이었다. 후반 32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쐐기골은 완벽한 스루패스와 개인 기량으로 만들어낸 역습 득점이었다.


이재성(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브라질은 다양한 공격 패턴으로 득점을 만들어내며 '축구 레슨'을 했다. 반대로 한국은 좋은 공격진을 갖고도 별다른 공격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하며 무너졌다.


이날 홍 감독은 3-4-2-1에서 전방 3명을 손흥민, 이재성, 이강인으로 구성했다. 대표팀에서 특출난 능력을 발휘하는 선수들이다. 스리백 이전에도 많은 시간 호흡을 맞춰온 조합이다. 그러나 이날은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한 채 무득점 패배를 당했다.


물론 개인 기량 측면에서 브라질의 두 센터백 에데르 밀리탕과 가브리에우 마갈량이스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각기 세계적인 클럽 레알마드리드와 아스널의 핵심이다. 이들은 뛰어난 피지컬과 노련함, 영리한 판단력을 앞세워 한국의 공격을 손쉽게 방어해냈다.


에데르 밀리탕(브라질). 서형권 기자

한국이 브라질의 수비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 측면도 있다. 이날 한국의 전술적인 공격 패턴은 오직 뒷공간 롱패스로 한정돼있었다. 관련해 홍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빌드업 과정에서 상대 전방압박 숫자가 많아지면 롱볼을 이용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지만, 실상은 지공 상황에서도 크로스 혹은 뒷공간을 향한 롱패스로 공격 전개의 방점을 찍으려는 시도가 허다했다. 이미 빅클럽 센터백으로 후방 커버와 수비 위치 선정에 이골이 난 밀리탕과 마갈량이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었을 뿐이다.


제 아무리 손흥민이 빠른 발을 가지고 있어도 이 선수들을 홀로 뚫어내기엔 무리가 있다. 이 경기에서 손흥민을 향한 패스는 여러 차례 들어갔지만 이것이 성공적인 공격으로 이어진 경우는 없었다. 손흥민이 슈팅 0회, 득점으로 이어지는 패스 0회를 기록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이렇게 공격이 잘 풀리지 않았던 이유는 간단한데, 뒷공간 롱패스가 맞아떨어지기 위한 상황 조성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황 조성은 수비수를 끌어당기는 부차적인 움직임으로부터 비롯되며, 손흥민 한 명만 움직이는 걸로는 의미가 없다.


이를 통해 브라질전을 대비하는 안일했던 자세도 엿볼 수 있다. 손흥민을 향해 뒷공간 패스를 무한정 공급하는 패턴은 9월 미국전에서 큰 재미를 봤던 공격 전개 방식이다. 당시 손흥민은 이재성의 스루패스를 이어받아 선제골을 집어넣었는데, 당시 손흥민을 놓친 선수는 미국에서도 최우선 순위가 아니었던 트리스탄 블랙먼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나와야 했을 장면은 미국전 선제골이 아닌 추가골 장면이었다. 손흥민은 상대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 공간에 있다가 김진규의 전진패스를 받았고, 손흥민과 가까운 위치에 있던 이재성은 자신을 마크하던 수비수 뒤로 돌아나갔다. 손흥민은 이재성과 2대1 패스로 수비를 허물었고,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이동경이 힐킥으로 마무리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실제로 이번 경기에서 가장 좋은 공격 장면은 뒷공간 롱패스 없이 나왔다. 이강인이 중원에서 상대 선수 3명을 끌어당긴 뒤 황인범에게 패스했고, 황인범은 상대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에 위치한 이재성에게 공을 건넸다. 이재성은 흘리듯이 손흥민에게 스루패스를 보내 순간적으로 상대 수비를 허물었다. 손흥민이 오프사이드였고, 패스의 세기가 강하지 않아 마갈량이스가 손흥민을 잡는 수비를 펼치는 데 성공했지만 브라질 수비가 가장 우왕좌왕하던 순간임에는 분명했다.


손흥민(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손흥민과 이재성은 유효슈팅 없이 후반 18분 경기를 마쳤다. 이때 들어온 김진규는 후반 20분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과감한 중거리슛으로 이날 유일한 유효슈팅을 기록했다. 한국이 좋은 공격 전개를 통해 페널티박스 안까지 들어가 높은 확률의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한국은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뒀을 때에도 브라질과 평가전에서 1-5로 대패했다. 그러나 그때는 슈팅 4개를 모조리 유효슈팅으로 연결하는 효율적인 공격을 선보였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에서도 1-4로 패배했을 때 한국은 슈팅 8개 중 유효슈팅 6개를 기록했고, 페널티박스 안 유효슈팅도 3회였다.


반대로 이번 경기에서 한국은 브라질을 전혀 위협하지 못했다. 다양한 공격 패턴이 없어 수비를 뚫어내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선수들도 개인 기량을 발휘할 기회가 한정됐다. 단순히 양 팀의 기량 차이와 브라질 센터백의 수준을 말하기에는 우리의 공격 작업 준비도 대단히 부족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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