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일교 자금 1억4400만원, 국힘 20명에 흘러 들어갔다

김건희 특검팀은 10일 한학자 총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뉴스1

통일교가 2022년 대선을 전후로 국민의힘 정치인 20여 명에게 총 1억4400만원을 쪼개기 후원한 내역을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특정한 것으로 10일 파악됐다. 특검팀은 최근 통일교 측이 한학자 총재의 승인 아래 총 2억1000만원의 정치자금을 마련한 뒤, 국민의힘 국회의원·시도당위원장 등에 후원금을 살포한 정황과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 교단 차원에서 마련한 2억1000만원 중 6700만원가량은 정치인들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경비 등으로 사용됐고, 나머지 금액은 후원금 계좌로 이체되거나 현금으로 전달됐다.

특검팀은 이같은 수사 결과를 토대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한 총재를 이날 구속기소했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쪼개기 후원은 ‘한 총재→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통일교 지구장’ 순으로 지시가 하달돼 2022년 3월부터 약 3개월간 이뤄졌다. 2022년 3월 9일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된 시기와도 겹친다. 특검팀은 통일교의 쪼개기 후원이 한 총재가 강조한 ‘정교일치’ 이념에 따른 계획적·조직적 범행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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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장 동원해 국민의힘 접촉

통일교는 전국을 서울·인천(1지구장), 경기·강원(2지구장), 대전·충청(3지구장), 광주·전라·제주(4지구장), 부산·대구·경상(5지구장) 등으로 나눠 해당 권역의 통일교 사업 실무를 총괄하는 지도자급 인사로 지구장을 둔다. 이들은 2022년 3월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및 당선을 계기로 한 총재의 승인과 윤 전 본부장의 직접적 지시를 받아 지역구 국회의원을 포함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을 접촉한 뒤 후원금을 보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만나 불법 대선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뉴스1

특검팀은 쪼개기 후원에 나선 지구장들을 소환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후원 대상자와 금액 등에 대한 일체의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팀이 확인한 후원 대상 리스트엔 권성동·김정재·윤한홍·추경호·한기호 의원과 박성중·장제원 전 의원은 물론 현역 지자체장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에게 전달된 후원금은 300만~1500만원으로 개인 후원 상한액인 500만원을 초과한 경우엔 지구장 이외에 또 다른 통일교 간부들 명의로 후원금이 전달됐다. 외형상 선거법에서 정하는 한도를 넘지 않는 형태로 후원이 이뤄졌지만, 특정 단체에서 다수의 명의를 동원하는 조직적 방식으로 후원금을 전달했다면 1인당 500만원 상한선을 지킨 경우라도 불법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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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중 의원이 윤핵관 3인방 소개" 진술

한학자 총재는 정교일치 이념을 신도들에게 강조했다. 이에 따라 통일교는 2022년 대선을 전후로 지구장들을 동원해 국민의힘 정치인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하며 밀착을 시도한 것으로 특검팀은 보고 있다. 연합뉴스

통일교 관계자들은 특검 조사에서 박성중 전 의원이 직접 권성동·윤한홍 의원과 고(故) 장제원 전 의원 등 ‘윤핵관 3인방’을 소개했다는 점도 진술했다. 1지구장은 이들 세 명의 전·현직 의원을 소개받은 뒤 각 500만원의 후원을 결정했고, 연결고리가 된 박 전 의원에겐 통일교 차원에서 1500만원의 후원이 이뤄졌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쪼개기 후원이 통일교의 일방적 지원이 아닌 국민의힘과의 교감을 바탕으로 이뤄진 불법 정치자금 수수라고 특검팀은 보고 있다.

통일교의 쪼개기 후원 대상자로 지목된 전·현직 의원들은 “사실무근”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한기호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를 잘 하라고 후원금을 낸 것이 뭐가 문제인가. 500만원 후원금을 받은 게 법을 어긴 것이냐”라고 말했다. 김정재 의원 측은 “개별 후원자를 전부 알기 어렵고, (후원을 했다는 지구장도) 누군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박성중 전 의원은 윤핵관을 통일교 지구장에 소개했다는 의혹에 대해 “모릅니다”라고 말했다. 추경호 의원 역시 “사실무근이고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했다.

특검팀은 통일교의 쪼개기 후원을 ‘통일교 신도 집단 당원 가입 의혹’에 이은 정교유착의 핵심 단서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한 총재와 윤 전 본부장,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 등 세 명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쪼개기 후원 이외에도 2022년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샤넬백과 고가의 목걸이를 전달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도 한 총재 등에게 적용됐다. 권성동 의원으로부터 한 총재의 카지노 원정도박 사건과 관련한 경찰의 수사정보를 전해들은 뒤 증거를 인멸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한 총재와 정 전 비서실장에게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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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겨누는 특검 수사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달 18일 국민의힘 당원 명부 관리업체를 압수수색해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아두고 입당한 통일교 신도 명단을 추려냈다. 사진은 압수수색 현장을 방문한 장동혁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연합뉴스

특검팀은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 및 2024년 총선을 앞두고 통일교 신도들이 무더기로 국민의힘 당원으로 입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관리하는 업체를 압수수색해 해당 시기에 국민의힘에 입당한 3500명의 통일교 신도 명단을 특정했다. 이같은 내역을 바탕으로 국민의힘 경남도당을 압수수색한 결과 통일교 측에서 제출한 입당 관련 서류도 무더기로 발견됐다.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은 통일교로부터 대선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권성동 의원을 시작으로 쪼개기 후원금을 받은 전·현직 의원들까지 정교유착 의혹의 관여자로 의심받는 상황이 됐다.

명태균 게이트는 오세훈 서울시장, 김진태 강원도지사 등 국민의힘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경우 새로운 뇌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뉴스1

통일교와 국민의힘 간 정교유착 의혹 이외에 ‘명태균 게이트’와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역시 국민의힘을 옥죄는 뇌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명태균 게이트의 경우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1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 당시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받아본 뒤 여론조사 비용을 후원자인 김한정씨가 대납했다는 의혹이 있다.

또 김진태 강원지사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명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도움을 요청해 공천관리위원회의 컷오프 결정이 취소됐다는 의혹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수사를 거쳐 특검에 이첩된 상태다. 양평고속도로 의혹은 고속도로 종점이 기존 양평군 강서면에서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있는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2022년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개입이 있었는지 규명하는 게 특검 수사의 핵심 과제로 평가된다.

정진우ㆍ전민구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