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제주, 세월따라 맛과 느낌이 달랐다
[박희종 기자]
살아오면서 여행은 '삶의 재미'였다. 해외를 드나들고, 국내 여행을 즐기면서 삶의 재미를 찾아냈다. 낯선 도시에서의 저녁은 늘 궁금했다. 이 도시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불빛이 밝은 도시를 만나면 가지고 있던 의문이었다. 뭐 그리도 궁금했을까?
외딴섬에 살아가는 노부부는 어떤 의미로 하루를 보내실까? 여행을 하면서 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던 화두였다. 어느 날 항공사에서 날아온 소식, 마일리지가 소멸된단다. 소멸되면 소멸되는 대로, 남아 있으면 그런대로 무관심했다. 수없이 해외를 드나들며 남아 있던 마일리지, 그냥 두면 누구의 몫이 될까?
이렇게 시작된 여행이 제주도였다. 남아 있는 마일리지를 이용한 제주도 여행. 아내와 함께하는 제주도는 오래전의 기억뿐이었다. 아이들과도 찾았고, 동료들과도 찾았다. 수학여행을 인솔하면서도 찾아갔던 제주도는 때마다 다르고, 계절마다 다른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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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의 푸른 바다 성산일출봉에서 바라본 제주바다는 마냥 푸르렀다. 이렇게 맑을 수가 있을까? 아름다운 제주를 다시 찾은 이유다. 맑은 하늘아래 펼쳐지는 위대한 자연, 숨이 멎은 잠시는 아무 생각도 고민도 없는 여행길이었다. |
| ⓒ 박희종 |
낯선 곳에서 먹고사는 것을 손수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 모든 것이 낯설고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앞서 서다. 국내여행이 비싸다는 생각이 앞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경험한 울릉도, 제주도, 여수 여행이 떠올라서가 아니다. 늘 바가지요금은 여행에서 양념처럼 끼어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도착한 공항은 바쁘게 돌아갔다. 얼른 탑승구를 찾아 탑승 순서를 기다렸다. 핸드폰으로 예약하고, 체크인을 하며 모바일 탑승권을 받았다. 어렵게 핸드폰을 주물럭거리며 얻은 승리의 쾌감이다. 고희의 청춘은 젊은이들 틈에 얼쩡거리기도 어려워 버벅거리면서라도 배워야 했다. 모든 것을 발로 뛰며 하기엔 세월은 성큼 흘러가 버렸다. 잠시도 쉼이 없이 배워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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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만난 외돌개 오래전에 만났던 외돌개를 찾았다. 푸른 바다와 함께 어우러지는 위대한 자연의 성스러움에 발길이 멎었다. 수많은 아름다움을 만나며 다시 찾아 오고 싶은 제주를 꿈꾸며 여행길을 재촉했다. 제주는 역시, 신나는 여행길이고 싶었다. |
| ⓒ 박희종 |
낯선 동네에서 운전은 불안했다. 의자도 불편하고 동네도 어리둥절하다. 조심스럽게 운전해야 함은 고희라는 세월이 알려준다. 천천히를 목표로 안전한 운전만이 최선의 방책이다. 얼마간의 운전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안심된다. 아직도 아내는 불안한 눈빛이다. 내 차를 운전하는 것과는 너무도 달라서다. 서서히 운전이 자리를 잡아간다. 이런 것이 또 여행의 맛이 아닌가?
어디로 가야 할까? 곳곳에 산재한 여행지,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만남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2박 3일, 모든 일정을 아내가 원하는 곳으로 조율했다. 오래전에 찾은 여행과는 느낌이 다르고 보임이 달랐다. 여유와 느긋함이 가득한 여행인데 경로우대라는 팻말에 눈이 가고, 쉬운 경로를 택하게 된다. 이건 무엇을 의미할까? 제주도 동쪽방향의 여행을 끝내고 리조트로 들어왔다. 몸은 고단하지만 마음만은 개운하다.
아내가 하고 싶은 제주도 여행을 하기 때문이다. 이튿날, 다시 찾은 마라도여행은 날씨가 가로막았다. 언젠가는 출항도 못했는데, 접안을 하지 못해 되돌아오고 말았다. 아쉬움에 남은 여행을 서둘러야 했다. 고단한 여행길보다는 미술관과 박물관에 관심이 간다. 늙음이 주는 여행지였다. 김창렬 미술관, 추사유배지 등을 찾아가는 새로운 여행이다. 새로움과 신선함을 맛보며 거니는 제주도 여행, 여기에 맛거리 여행도 무시할 수 없다.
유명 맛집을 찾아 드나드는 밥집, 여기에도 불황은 있는 듯했다. 인적이 드물고 여행객이 많지 않다. 식당의 물가는 쉽지 않았다. 소위 착한 가격이라는 말은 찾기 힘들었다. 제주에 왔으니 맛을 봐야 하는 갈치와 옥돔, 착한 가격에 어울리는 값은 아니었다. 세월따라 맛과 느낌은 전혀 달랐다. 다시 찾아 오는 여행지로서의 제주는 아쉬웠지만 역시 아름다웠다.
오랜만에 찾은 제주도의 여행,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여행은 될 수 없을까? 렌터카를 반납하고 공항으로 가는 길에 가을비가 촉촉하게 내렸다. 세월이 준 몸뚱이가 조금은 무거운 여행길, 어렵지만 아직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머리가 온전하니 다행이란 생각이다. 오랜만에 떠난 제주도 여행, 고희의 청춘은 아무 일이 없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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