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가서 부사장 부려먹은 아들... 그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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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기자 기자]
"면접 자리에서 부사장한테 통역을 시켰다고? 외국인 회사에서?"
내 아들이지만 이건 패기라고 해야 할지, 정신 머리 없다 해야 할지 할 말이 없었다. 벌써 20년도 넘은 일이다.
1993년 남편과 하와이 여행을 갔다. 마지막 날 관광을 끝내고 호텔에 도착하였다. 방 배정을 마친 가이드는 다른 숙소에서 묵는다는 말을 남기고 헤어졌다. 방으로 들어오니 피곤함이 밀려와 금방 잠이 들었다가 이상한 소리에 잠이 깼다.
어디선가 우르렁우르렁 하고 들려오는 기계 소리가 원인인 것을 알았다. 가이드도 없고, 말이 통하지 않으니 카운터에 전화할 수도 없었다.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다가 그냥 털고 일어났다.
그날의 고생으로 우리 애들에게만큼은 꼭 영어를 가르쳐야겠다 싶었다. 돌아오자마자 아들에게 어학연수를 권했는데 아들은 단번에 거절했다. 민주화 운동으로 반미 감정이 고조됐을 때다. 더 권하고 싶었지만 성인이니 제 생각이 있겠지 하고 관뒀다.
그랬는데 대학 졸업 후 아들이 갑자기 어학 연수를 가겠다고 했다. 나는 이유를 묻지 않았지만 내심 좋았다. 환율이 800-900원 하던 시절이었다. 1년 계획으로 갔던 아들은 6개월만에 돌아왔다. 그때도 이유를 묻지 않았다. 아들은 오자마자 취업 이력서를 냈고 영어가 필수인 외국계 회사 영업부 면접을 보러 갔다.
어땠냐고 물어봤더니 떨어진 거 같다고 했다. 면접장에 독일인 사장과 한국인 부사장이 들어왔는데 자기는 사장이 하는 말을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서 부사장에게 통역을 부탁했다나. 사장이 흔쾌히 허락한 덕에 부사장을 통역관으로 두고 면접을 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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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은 부딪히며 배우는 용기로 굴러가기도 한다. |
| ⓒ vantaymedia on Unsplash |
회사에서는 그런 아들이 신기했나 보다. 확실하게 채용할 테니 오라고 했다. 그렇게 아들은 영어도 못하면서 외국계 회사에 취업했고 20년이 지난 지금은 그 회사의 부사장이다.
언젠가는 아들이 집에서 외국인과 회의하는 소리를 들었다. 저게 정말 회의가 되는 건가 싶어서 아들에게 물어봤다. 아들은 피식 웃더니 쟤도 영어가 외국어고 나도 영어가 외국어라고, 모국어 아닌 사람들끼리 어떻게든 통하는 게 있다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게 될 일인가 싶었지만 지금까지 그 자리에 있는 거 보면 내가 모르는 어떤 될 일이 있는가 보다.
결국 인생은 완벽한 준비보다 때로는 부딪히며 배우는 용기로 굴러간다. 젊은 날의 아들은 무모했고, 나는 늘 불안했지만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 무모함 속에 배짱이 있었고, 그 배짱이 그를 지금의 자리로 데려다 놓았다.
사람 일은 끝까지 가봐야 안다. 못할 거라 생각했던 일이 결국 길이 되고, 될 리 없다고 여겼던 일이 어느 날 문을 열기도 한다. 84세에 글쓰기를 배워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됐다. 될 리 없다고 여겼던 일이다. 영어를 배우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젊은 날의 불안 대신 무모함과 배짱을 채워본다. 인생은 여전히, 배움의 한가운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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