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학기술 존중 없인 노벨상도, 국가 미래도 없다
![일본의 올해 노벨 과학상 수상자인 사카구치 시몬 오사카대 석좌교수(왼쪽,생리의학상)와 기타가와 스스무 교토대 특별교수(화학상). [AFP·AP=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10/joongang/20251010002938932ojfh.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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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올해 노벨상 과학 분야 2개 보태 총 27개
의대 열풍 식히고 기초과학 지속적 투자 해야
노벨상의 계절을 맞아 또다시 일본을 부러워하게 됐다. 추석 연휴 기간인 6, 7, 8일 연이어 발표된 노벨 과학상에서 일본이 생리의학상과 화학상 두 분야의 공동 수상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은 이로써 1949년 물리학상을 받은 유카와 히데키 이후 노벨 과학상 수상자 27명을 배출했다. 노벨 생리의학상은 사카구치 시몬(74) 오사카대 석좌교수가 미국 교수 2명과 함께, 화학상은 기타가와 스스무(74) 교토대 특별교수가 호주·미국 교수와 함께 받았다. 사카구치 교수는 ‘조절T세포’를 발견하고 면역 관용 메커니즘을 규명해 류머티즘 등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기타가와 교수는 금속-유기 골격체(MOF) 개발에 기여해 메마른 사막 공기에서도 물을 만들 수 있는 혁신적인 분자구조를 만들어냈다.
우리 사회는 해마다 10월이면 ‘노벨상앓이’를 한다. 특히 수상자 중 일본인이 있으면 어김없이 “우리는 왜 아직도…”라는 탄식을 한다. 하지만 일본의 노벨상 수상은 일찍부터 기초과학에 지속해서 투자해 온 결과다. 일본의 대표적 기초과학 연구기관인 이화학연구소(RIKEN)는 1917년 설립돼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녔다. 1949년 첫 노벨 과학상을 받기까지도 30년 이상의 ‘축적의 시간’이 있었다. 일본 정부의 계획적이며 지속적인 과학기술 정책도 큰 역할을 했다. 2001년 ‘제2기 과학기술기본계획’을 통해 ‘향후 50년 동안 노벨상 수상자 30명 이상을 배출할 수 있는 과학기술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우리는 2011년에서야 일본 이화학연구소를 롤 모델로 한 기초과학연구원(IBS)을 설립했다. 이마저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향이 흔들렸고, 지난 정부에서는 연구개발(R&D) 예산 대폭 삭감이라는 홍역까지 앓았다. 실험실은 문을 닫았고, 젊은 연구자들은 학교를 떠나야 했다. ‘전국 의대 다 돌고 서울 공대’라는 의대 열풍의 문화도 극복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세계 최저 출산율 여파로 연구인력 자원마저 줄고 있다.
그렇다고 절망할 일은 아니다. 우리의 기초과학 연구가 늦은 데는 이유가 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의 폐허 위에서 출발한 대한민국은 지금껏 추격형 기술 개발과 산업화에 힘쓸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전략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진입이라는 성과도 거뒀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기초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과학기술인을 우선으로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 R&D 결과의 기술사업화를 위한 정책도 절실하다. 노벨 과학상의 나라 일본이 지금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 이유도 되새겨야 한다. 인류를 위한 노벨상도 결국 국가 경제와 함께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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