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포커스] 미국발 관세전쟁에 경주로 쏠린 시선…승자 나올까

김주훈 2025. 10. 10. 00: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시진핑, APEC 참석 유력
미중 무역협상 '분수령'…美측 기대감
미중과 달리 '지지부진' 한미 관세협상
대통령실 "아직 신호 안 와서 불안"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 세계 이목이 한국으로 쏠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정상 모두 APEC 참석이 사실상 확정됐고, 무역 협상 중인 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점쳐졌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 역시 미국과의 관세 후속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는 탓에 이번 정상회의에서 어떤 국가가 이득을 가져갈지 주목된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29일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회담하는 자리에서 미국과 캐나다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협력을 할 수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우리는 중국과 관계를 매우 잘해 나가고 있고, 나는 시진핑 중국 주석과도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며 "나는 몇 주 내 그를 만날 예정인데, 한국에서 그와 회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APEC 개막식과 본회의가 이뤄지는 31일~11월 1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즉,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오전 한국에 도착해 당일 오후 출국하는 것이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경주는 '다자외교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당일치기로 한국에 머무는 것이 유력해지면서, 우리 정부 입장에선 성과를 내기 위한 시간이 촉박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 관심사인 한미·한중 정상회담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아직 이재명 대통령과 미중 정상과의 정상회담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미중 정상회담은 개최 가능성이 유력하다. 현재 미중은 무역 협상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탓에 이번 APEC 정상회의가 협상에 돌파구를 만들 수 있는 계기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미중 기업인 행사에 참석해 있다. ⓒAP/뉴시스

현재 미중 무역 협상은 결론 나지 않았다. 양국은 지난달 스페인에서 개최한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안보 우려가 제기된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처분 방안을 두고 큰 틀에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틱톡의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과 해당 사업을 미국에서 운영할 새 합작법인 소유권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고, 중국의 미국산 대두와 보잉 항공기 구매 문제도 의견 진전만 있지 해결된 것은 없다.

그러다보니 양국 실무협상단의 네 차례 협상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미중 정상이 직접 만나야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현재 양국은 '관세 협상' 휴전을 오는 11월 10일까지로 설정했다. 최종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인 만큼 APEC 정상회의가 협상 타결 분수령으로 꼽히고 있고, 이는 세계 이목이 경주에 집중되는 이유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미국을 대표해 중국 부총리와 무역 협상을 이끄는 가운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10월 말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별도 회담"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한국이다. APEC 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과제도 있지만, 우리 정부 역시 미국과 관세 후속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협상 내용에 대한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진전을 이뤄야 하지만, 협상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탓에 여권의 불안감은 커지는 분위기다. 한국은 제외된 채 '미중 협상'만 타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예고한 한국의 상호관세는 기존 25%에서 15%로 낮춰줬지만,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시행하는 합의를 두고선 양국의 해석은 다르다. 그러나 주도권을 잡은 측은 미국인 탓에 우리 정부 입장에선 물밑 조율은 물론,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나아가 한미 관세 협상 여파는 이 대통령 지지율에도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조속한 타결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핵심 쟁점인 대미 투자 펀드 3500억 달러를 둘러싼 '선불' 주장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까지 나서 1997년 외환위기(IMF)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보냈고, 정부도 여러 차례 미국을 방문해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한국은 미국의 직접 투자 요구에 대해 '통화스와프 체결'을 필요조건을 내걸고 있고, 미국도 한국이 받을 외환시장 충격에 대해 공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진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청년의 날을 맞아 진행했던 청년 주간 행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실도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APEC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협상 타결을 이뤄내야 하지만, 현재까지 협상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9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과 함께 미국과 관세 협상 대응책 논의를 위한 통상대책 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관계부처 관계자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장관이 추석 연휴 미국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협의한 내용 및 후속 협상 상황을 공유하며 우리 측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협상 타결 가능성을 염두에 둔 회의는 아니라는 것이 대통령실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어떤 타결 혹은 이후에 급속 전환, 이런 것들은 지금 말할 수 있는 상황이나 단계는 아니다"라면서 "연휴 기간에도 계속해서 관세 및 통상과 관련된 회의가 지속적으로 진행됐는데, 워낙 중대한 사안이라 회의를 계속한 것일 뿐 극적인 전환점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실 내부에선 지지부진한 협상에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지난 6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을 때는 (협상이) 상당히 괜찮았지만, 실무 협상에 들어가면서 원상 회복됐다"며 "(APEC 정상회에서 실마리를 풀기를) 희망하지만, 아직 신호가 안 와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APEC 정상회의 핵심으로 부상해 안타깝다는 분위기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은 물론 중국·러시아 등 국가를 대상으로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를 보여줄 계기가 마련될 수 있었지만, 관세 협상 마무리 때문에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한미 협상이 지난 8~9월 마무리됐다면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미국과의 관계 설정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데,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를 보여줄 기회였지만 (미국과의 관계가) 숙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맞이하게 된 탓에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