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호의 시선] 경찰에 의구심만 키운 ‘이진숙 체포’ 파동

강찬호 2025. 10. 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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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논설위원

추석 연휴 벽두를 뒤흔든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체포 사태는 ‘검수완박’으로 비대해진 경찰을 국민이 믿고 살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만 키웠다. 영등포경찰서(서장 지지환)는 “소환에 6차례 불응했다”고 체포 이유를 밝혔지만 이 전 위원장 변호인은 “타당성 있는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구두 설명도 했는데 체포했다”고 했다. 이 전 위원장은 현행범도 아니고,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이 전 위원장은 “조사 자체는 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였다. 이런 그를 체포하면 “가긴 갈텐데 그날은 안되니, 다른 날 잡자”는 피의자는 죄다 체포 대상이 될 수 있다. 2023년 이재명 대통령(당시 민주당 대표)의 구속 영장을 기각한 유창훈 판사는 “공당 대표로 공적감시·비판 대상임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 보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그럼 공적 감시 대상인 장관급 공직자를 지낸 이 전 위원장도 마찬가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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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통위원장 쫓겨나자 바로 체포
50시간 만에 퇴짜맞아 과잉 논란
이런 경찰, 수사권 독점해도 될까
」

민주당 인사들과의 형평성 논란도 크다. 이 전 위원장은 공무원 신분으로 유튜브에서 민주당 비판 발언을 해 정치적 중립을 어겼다는 혐의로 수사받다 체포됐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윤석열 정부 때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내면서 정권 비판 발언을 했지만, 체포되지 않고 임기를 마쳤다. 이재명 대통령은 ‘법인카드 유용’ 사건에서만 3차례 소환에 연속 불응한 끝에 조사 없이 기소됐다. 지난 국회에서 돈 봉투 받은 혐의로 6차례 소환 요구를 받았던 민주당 의원 6명도 죄다 불응했지만, 체포 시도는 전무했다. 2억여원 뇌물 혐의를 받아온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검찰의 조사 기일 협의도, 2차례 소환 요구도, 서면 질의 답변도 죄다 불응했지만 불구속 기소에 그쳤다.

이 때문에 검찰은 경찰에 “이 전 위원장이 불출석 이유로 든 국회 출석의 불가피성 여부를 재확인하라”며 체포 영장을 2번이나 기각했다. 체포하면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는데 인용되기 어려우리란 우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경찰은 “대리인 출석도 가능했다”며 체포를 밀어붙였다. 이 전 위원장이 대리인을 출석시켰다면 “국회를 무시했다. 본인이 직접 나오라”는 민주당의 맹공을 받았을 게 뻔하지 않나. 이 전 위원장 체포 직후 법조인 상당수가 “전날까지 장관급 공직을 지낸 사람을 전격 체포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했는데 50시간도 안 돼 그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 김동현 부장판사가 체포적부심을 인용한 것도 경찰의 무리수를 받아줬다간 사법부의 권위가 더욱 흔들릴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김 판사는 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했고, 이 전 위원장의 불출석 사유인 ‘국회 필리버스터 현장 참여’가 불가피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①헌법상 핵심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이유인 인신 구금은 신중할 필요가 있고 ②사실관계에 다툼이 없어 추가 조사 필요성이 크지 않으며 ③피의자가 성실한 출석을 약속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 전 위원장을 풀어줬다. 경찰의 체포에 절차적 흠결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체포적부심이 인용될 확률은 극히 희박한데 현실이 됐으니 경찰은 체면을 단단히 구기게 됐다. 1번 이유가 가장 주목된다. 민주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는 가장 중요한 자유다. 발언에 위법시비가 있다면 불구속 기소면 되지 체포는 과하다는 얘기다.

1년 후 검찰청이 해체되면 모든 1차 수사권은 경찰이 독점한다. 신설될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주지 않으면 경찰 수사를 견제할 방법이 없게 된다. 물론 이 전 위원장이 법을 어겼다면 수사를 받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경찰은 법리나 동종 혐의자들에 대한 관행에 비춰볼 때 이해하기 힘든 이 전 위원장 전격 체포를 시도했다 법원의 퇴짜를 맞아 논란을 자초했다. 과연 경찰이 독점 수사권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 정권에 미운털 박힌 인사들에게 수사권을 마구잡이로 휘두르지 않을지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물론 검찰 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그러나 권력 수사나 민생 사건까지 검찰의 보완 수사 기능을 배제하는 맹목적 분리는 수사의 공정성을 뒤흔들고, 서민·장애인 등 약자에겐 큰 고통을 안길 것이다. 이미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 처리 평균 기간은 2018년 126.8일에서 2024년 312.7일로 두 배 늘었고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비율도 13.4%에 달했다. 국회의원을 지낸 김웅 변호사는 “1000만~10억 원 사기 사건은 불송치가 유독 많다. 경찰에겐 ‘소액’이나 피해자들 입장에선 거액”이라고 했다. 이렇게 민생 수사는 부실해지고, 권력 수사는 불공정 우려가 커진다면 검찰 개혁은 ‘개악’이 될 수밖에 없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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