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위험하지 않아?”…문밖까지 장사진, 역발상 진출로 대박 낸 ‘K갈비’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5. 10. 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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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런’을 해야 할 정도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월화갈비 필리핀 지점(월화갈비 제공)
저녁 시간이 되자 필리핀의 한 쇼핑몰 앞이 현지인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식당 안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손님들로 가득 차 있고, 테이블마다 설치된 은색 연통 아래에서는 즐거운 대화와 함께 고기 굽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곳은 1년 만에 필리핀 외식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떠오른 K-BBQ 브랜드 ‘월화갈비’의 흔한 풍경이다.

많은 한국 외식 브랜드가 치안과 인프라에 대한 우려로 필리핀 진출을 망설일 때, 월화갈비는 이런 통념을 역발상으로 뒤집었다. 올해 3월 첫 매장을 연 후 1년도 채 안 돼 6개 지점을 열고, 35%라는 경이로운 이익률을 달성하며 K푸드의 새로운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모두가 외면하던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린 ‘월화갈비’ 전준형 대표를 만나 그 비결을 들었다.

기회는 ‘우려’ 속에 있었다
전준형 대표는 필리핀 시장의 잠재력을 정확히 꿰뚫어봤다. 그는 “한국 브랜드들이 비교적 선호하지 않는 시장이라는 점이 오히려 기회였다”며 “다른 국가보다 진입 장벽이 낮고 브랜드 경쟁이 덜한 환경이었다”고 말했다. 5%대 중반의 안정적인 경제 성장과 내수 소비 증가라는 거시적인 흐름도 그의 결정을 뒷받침했다.

특히 ‘위험하다’는 편견에 대해서는 “동남아 시장은 대부분 쇼핑몰 중심 상권이라, 주요 몰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면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먼저 확실한 성공 모델을 구축한 뒤, 그 성과를 기반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파죽지세 성장의 비밀, ‘세컨드 키친’
월화갈비는 무한리필을 기본으로 하되, ‘골드 코스’와 ‘레귤러 코스’로 선택지를 나눠 객단가와 고객 만족도를 동시에 잡았다.(월화갈비 제공)
1년도 안 돼 6개 직영점. 월화갈비의 확장 속도는 놀랍다. 비결은 철저히 계산된 시스템에 있었다. 현지 경험이 풍부한 파트너와 협력해 인력 수급과 운영 부담을 덜고, 본사와 파트너가 함께 상권을 분석해 입지를 신중하게 결정했다.

가장 핵심적인 전략은 ‘세컨드 키친(중앙 공급 허브)’ 시스템이다. 전 대표는 “본점에 세컨드 키친을 구축해 반찬과 고기 등 모든 식자재를 중앙에서 가공·포장해 각 지점으로 배송한다”며 “이를 통해 지점의 부담을 줄이고 재고 손실과 낭비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예상치 못한 문제의 해결책이 되기도 했다. 잦은 직원 이직으로 서비스 품질이 흔들리자, 매장 조리 단계를 최소화해 숙련도가 낮은 직원도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운영을 단순화한 것이다.

이러한 효율화는 35%라는 높은 이익률로 이어졌다. 전체 매출의 10% 내외로 인건비를 통제하고, 한국에서 검증된 운영 시스템으로 낭비를 막은 결과다.

현지 입맛 사로잡자, 매일 밤 ‘오픈런’
월화갈비의 핵심 경쟁력은 ‘특허받은 숙성 기술’이다. 수입육을 써야 하는 필리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기를 물에서 숙성하는 ‘워터에이징’ 방식을 도입하고 국내산 재료로 만든 양념을 고집했다. 전 대표는 “이 덕분에 원육 수급 구조가 달라도 본점과 동일한 맛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자부했다.

메뉴 전략도 현지 시장에 정확히 적중했다. 무한리필을 기본으로 하되, ‘골드 코스’와 ‘레귤러 코스’로 선택지를 나눠 객단가와 고객 만족도를 동시에 잡았다. 덥고 습한 기후를 고려해 삼겹살보다 양념육이 인기를 끌 것이라는 예측도 들어맞았다. 여기에 필리핀 국민 간식인 ‘후라이드 치킨’과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고추장 항정살’을 추가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이런 전략은 그대로 적중했다. 그 결과는 매일 저녁 월화갈비 매장 앞에서 펼쳐지는 긴 대기줄과 가족, 친구 단위로 매장을 가득 메운 현지 고객 모습이 증명한다.

성공 이면의 과제, ‘지속가능성’을 향한 도전
전준형 대표는 “동남아 시장은 대부분 쇼핑몰 중심 상권이라, 주요 몰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면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라고 밝혔다.(월화갈비 제공)
물론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파죽지세의 성장 이면에는 월화갈비가 풀어야 할 과제도 분명 존재한다. 가장 큰 숙제는 빠른 확장 속에서도 모든 매장의 맛과 서비스 품질을 본점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세컨드 키친’이 식자재의 표준화를 해결했지만,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서비스의 질까지 일관되게 관리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또한 현재의 폭발적인 인기가 단기적인 유행을 넘어 현지인의 일상에 스며드는 ‘국민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한 장기적인 브랜딩 전략도 필요하다. 월화갈비의 성공을 본 유사 K푸드 브랜드나 현지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치열해질 경쟁 속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넘어 ‘최고’의 K갈비 브랜드로 각인되기 위한 끊임없는 혁신이 요구된다.

월화갈비의 성공 스토리는 ‘위험’이라는 단어 뒤에 숨겨진 ‘기회’를 발견하고, 철저한 시스템과 현지화 전략으로 그 기회를 현실로 만들어낸 혁신 사례다. 눈앞의 과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필리핀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K푸드의 위상을 높이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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