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 여행 한 번에 1억5천?...박물관 통째로 빌리고 전세기 띄우고

이런 독보적인 여행 상품을 기획하고 현실로 만드는 곳이 바로 하이엔드 여행사 ‘뚜르디메디치’의 서현정 대표다. 서울대 문화인류학 박사 출신인 서 대표는 자신이 원하는 여행을 이야기할 곳이 없어 2011년 직접 여행사를 차렸다. 기존 고객의 추천을 통해서만 새로운 고객을 받고, 여행 기획 전 컨설팅 비용을 받는 독특한 운영 방식으로 VVIP 고객들의 ‘꿈의 여행’을 실현하며 주목받고 있다.
서 대표를 통해 슈퍼리치들의 최신 여행 트렌드를 들여다봤다.

서 대표는 “최근에는 남들이 가보지 않은 곳,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말 특별한 곳을 찾는 고객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며 “같은 곳을 가더라도 남들과는 다른 경험이 가능한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와이너리 투어를 하더라도 단순히 유명 와이너리를 방문하는 것을 넘어, 고객이 원하는 특정 와이너리를 고객만을 위해 개방하고, 취향에 맞는 와인으로만 프라이빗 테이스팅을 준비하는 식이다. 박물관이나 성당을 통째로 빌려 다른 관람객의 방해 없이 작품을 감상하거나, 세계적인 호텔의 비공개 헤리티지 공간을 호텔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둘러보는 프로그램도 인기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특히 포르투갈을 찾는 고객이 많다. 대한항공 직항 노선이 생긴 이후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뚜르디메디치는 리스본, 포르투 같은 대도시를 넘어 포르투갈의 역사와 자연을 깊이 경험할 수 있는 숨겨진 리조트나 지역을 중심으로 일정을 구성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들에게 진정한 럭셔리 여행의 첫 번째 조건은 단연 ‘프라이버시’와 ‘효율성’이다. 비행기 문이 열리는 순간부터 전문 직원이 의전해 공항의 모든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서비스는 기본이다. 박물관이든, 식당이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줄을 서는 일이 없도록 모든 것을 사전에 조율한다.
가족 간의 사적인 대화가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고객을 위해 한국인 가족이지만 영어가 가능한 현지인 가이드나 운전기사를 배정하는 세심함도 돋보인다. 열 명이 넘는 단체 여행이라도 가이드가 깃발을 드는 법은 절대 없다. 인솔자가 조용히 고객들을 챙기며 자연스러운 여행 분위기를 만든다.
서 대표는 “연휴 시작 3일 전, 갑자기 가족 여행을 가고 싶다는 급박한 요청을 받고 전 세계 항공권과 리조트 객실을 고객의 요구에 맞춰 준비해드리는 일이야말로 저희의 가장 특별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바쁜 고객의 ‘갑작스러운 변심’까지 완벽하게 수행하는 능력이 이 시장의 성패를 가른다.

서 대표는 “고객들이 특정 분야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가보고 싶은 곳을 정해오면, 저희는 그것을 현실화하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며 “오히려 저희가 고객에게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얻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뚜르디메디치는 이런 ‘프로 여행가’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움직인다. 벨몬드의 ‘벨리니 클럽’, 만다린 오리엔탈의 ‘팬클럽’처럼 세계 최고 호텔 브랜드들이 각국 최상위 여행사하고만 맺는 파트너십을 거의 모든 하이엔드 브랜드와 구축했다. 이를 통해 객실 업그레이드, 유연한 체크인·아웃, 레스토랑 우선 예약 등 일반 고객은 누릴 수 없는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초청받은 소수의 여행사만 참여하는 세계적인 트래블 마켓에 참석해 최신 트렌드와 정보를 수집하며 경쟁력을 유지한다.
서 대표는 앞으로 국내 럭셔리 여행 시장이 온라인 정보와 경쟁하며 더욱 ‘특별한 경험’과 ‘완벽한 휴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사람의 손길만이 할 수 있는 섬세하고 프라이빗한 서비스를 완벽하게 제공하는 여행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단거리 구간에서는 프라이빗 제트 서비스 시장도 점차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렇다면 ‘꿈의 여행’을 만드는 서현정 대표가 개인적으로 꿈꾸는 여행지는 어디일까.
“만약 이번 추석에 떠날 수 있다면 프랑스 서부 로드 트립을 하고 싶습니다. 파리나 남프랑스와 달리 아직 한국인에게 덜 알려진 브르타뉴의 고성, 노르망디의 아름다운 길, 보르도와 코냑의 와이너리를 따라 달리다 보면 우리가 상상하는 프랑스의 진짜 모습을 만날 수 있거든요. 휴양지를 찾는다면, 전 세계 셀럽들이 사랑하는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보석 같은 리조트에서 완벽한 휴식을 즐기고 싶네요.”
보다 자세한 내용은 서현정 대표와의 일문일답으로 풀어봤다.

VVIP 고객들은 연휴 기간 자체를 선호하지 않는다. 집안의 중요한 어른인 경우가 많아 명절 당일에는 가족과 보내야 하는 의무가 있고, 무엇보다 여행 경비가 평상시보다 훨씬 비싸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정 휴일보다는 여행하려는 목적지가 가장 아름답고 여행하기 좋은 ‘베스트 시즌’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연휴가 끝난 직후 한적할 때 떠나는 것을 더 선호하는 고객도 아주 많다.
Q. 국내에서 유일하게 ‘여행 컨설팅비’를 받고, 추천을 통해서만 고객을 받는 운영 방식이 독특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함께 여행하는 사람이 날씨만큼 여행의 질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존 고객의 추천을 통해서만 신규 고객을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컨설팅비를 받는 이유는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고객의 여행을 설계하겠다는 약속이자, 고객 또한 진지하게 여행을 준비하며 우리를 신뢰해 주길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다. 이 비용은 여행이 확정되면 전체 경비에 포함된다.
Q. 최근 고환율 등 글로벌 경제 변동이 슈퍼리치들의 여행 소비에 영향을 주는지 궁금하다.
체감하기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미미한 경향은 있다. 예를 들어 최근처럼 유로화 환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지금 유럽 여행은 비효율적이니, 환율이 안정되면 가자’며 잠시 미루는 경우가 있다. 여행 자체를 취소하는 것이 아니라, 유로나 달러의 영향이 적은 다른 목적지로 눈을 돌리는 방식으로 조정한다.
Q. 문화인류학 박사라는 이력이 눈에 띈다. 학문적 배경이 여행사를 운영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음식문화를 전공하며 대학 연구소에서 일했다. 책으로 공부한 것을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싶다는 갈증이 늘 있었다. 원하는 깊이의 여행을 이야기할 곳이 없어 직접 여행사를 차렸다. 문화인류학적 관점은 특정 지역의 역사, 문화, 라이프스타일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단순한 관광이 아닌 ‘경험’과 ‘이해’가 담긴 여행을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고객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드는 기반이 되는 셈이다.
Q. 가장 비싼 여행상품과 일반인도 접근 가능한 상품이 궁금하다.
가장 비싼 것은 1인당 1억5000만원이 넘는 ‘아만 프라이빗 제트 월드투어’다. 2026년 10월 11일부터 11월 1일까지 21박 동안 프라이빗 제트를 타고 3개 대륙을 여행하는 일정이다. 일본 교토에서 시작해 필리핀 팔라완,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 몰디브, 두바이,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거쳐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여정을 마친다. 최대 18명만 참여 가능하며, 유네스코 문화유산 단독 투어, 몰디브에서의 요트 투어, 아틀라스 산맥 상공 열기구 체험 등 각 지역에서 최고의 경험을 하도록 구성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접근 가능한 미식 테마 상품도 있다. ‘교토 미식 투어’는 2박 3일 일정으로 1인당 400만원대다. 교토, 우지, 아라시야마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둘러보고, 400년 전통의 은어 요리 전문점이나 500년 전통의 황실 단골집 같은 유서 깊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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