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사수도' 관할권, 이미 헌재 결정이 난 사안이다
"관할권 제주도에 있다" 결론...그럼에도 계속되는 논란, 왜?
헌재 결정 후 17년 지나도록, '지적공부 정리' 후속조치 미진

"동경 126° 38', 북위 33° 55'에 위치한 섬에 대한 관할권한이 청구인에게 있음을 확인한다."
2008년 12월 26일 이뤄진 헌법재판소 전원 재판부의 '북제주군과 완도군 등 간의 권한쟁의' 심판 사건(2005헌라11)에 대한 선고 주문이다.
해당 지점의 섬은 제주도와 완도군이 해상경계 분쟁을 빚어온 '사수도(泗水島)'이다. 동일한 지점에 위치한 섬을 두고 제주도에서는 '사수도'(제주시 추자면 예초리 산 121번지), 완도군에서는 '장수도'(완도군 소안면 당사리 산 26번지)로 각각 명명하며 소유권 다툼을 벌여왔는데, 헌재는 이 섬의 관할 권한이 제주도에 있음을 판결한 것이다.
결정문의 주문 내용은 두말할 나위없이, 너무나 쉽고 명료하게 기술돼 있다. 사수도는 제주도에 부속된 섬이자 제주도의 관할 영역이라는 것이다.
헌법기관의 이 판결로 해상경계 분쟁은 종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 이상의 소유권 논쟁은 의미를 갖기도 어렵다.
그러나 놀랍게도, 헌재의 판결이 이뤄지고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도군에서 해당 섬에 대한 지적공부 정리 절차를 추진하기는 커녕, 오히려 관할권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도가 사수도 인근 해역에 풍황계측기 설치를 승인한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하자, 완도군은 관할권 침해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최근에는 제주도에서 '추자 해상풍력발전 공모사업'을 진행하자, 전라남도는 완도군 등과 함께 공모 중지를 요청하며 이 내용에 대해서도 권한쟁의심판을 청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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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와 완도권의 권한쟁의심판은 여전히 사수도 일대가 완도군의 소유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미 종결된 사안임에도, 왜 이런 소유권 분쟁이 지속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2008년 선고된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결정문을 보더라도, 관할권한 귀속에 대한 판단은 분명하게 나와 있다.
◇ 사건의 개요는
결정문에 기술된 사건의 개요를 보면 이렇다.
사수도가 지적공부에 기재된 것은 토지 및 임야조사사업이 완료될 무렵인 1919년 7월이다. 당시 임야조사령에 따라 토지 소재, 지번, 소유자 등이 확정됐다. 토지소유자로 김○○, 임야대장에 '제주 북제주군 추자면 예초리 산 121번지, 임야 69,223㎡'로 등록했다.
이 후 일본인에게 소유권이 이전되었다가 1960년 대한민국으로 소유권 이전등기가 이뤄졌고, 1967년 추자초등학교 육성회가 이를 매수해 1972년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다. 2000년 10월 소유자 명의를 추자초등학교 운영위원회로 표시 변경한 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럼 왜 전라남도 완도군은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지적공부의 이중등록에서 비롯됐다. 이중등록은 1979년 정부의 미등록 도서에 대한 지적 과정에서 발생했다.그해 2월 완도군은 내무부장관이 각 시.도에 미등록 도서의 지적등록을 마치라는 지시에 따라 사수도 섬에 대해 '전남 완도군 소안면 당사리 산 26, 임야 214,328㎡'로 기재하고, 소유자를 '국(재무부)'로 해 임야대장에 신규 등록했다. 이름도 '장수도'로 명명했다.
이미 제주도 소유로 돼 있었던 사수도에 대해 '미등록 섬'으로 오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어쨌든 동일한 하나의 섬임에도 제주도 관할의 '사수도', 완도군 관할의 '장수도'로 등록된 것이다.
이 문제는 뒤늦게 분쟁이 커지면서 헌법적 판단에 맡겨진다. 단일 광역행정체제인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기 직전인 2005년 9월, 당시 기초자치단체인 북제주군은 완도군수에게 이 섬이 제주도 관할구역에 속하므로 임야대장을 말소해 줄 것 등을 요청했다. 하지만 완도군은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북제주군은 그해 11월30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 섬에 대한 자치권한이 북제주군에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한편, 완도군수에 대해 이 섬의 임야대장 등록말소를 구한다는 취지다. 심판 청구인은 2006년 단일광역행정체제 출범하며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된 탓에 북제주군에서 제주특별자치도로 변경됐다. 그리고 3년만에 선고가 이뤄졌다.
◇ 헌재의 '관할구역' 귀속 주체 판단은
이 사건에 대한 헌재의 판단은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이뤄졌다. 하나는 사수도 섬에 대한 관할 권한이 어느 지자체에 있는지에 대한 판단, 다른 하나는 완도군이 사수도 섬 영역의 임야대장 등록말소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대한 판단이다.
첫째, 최대 관심을 모았던 섬 관할권한 귀속 주체의 논란과 관련해서는, 재판관 전원 합의로 사수도 섬에 대한 관할권한이 제주도에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동경 126° 38', 북위 33° 55'에 위치한 섬에 대한 관할권한이 청구인에게 있음을 확인한다."라는 주문이 그것이다. "동경 126° 38', 북위 33° 55'에 위치한 섬"은 제주도의 사수도, 역으로 완도군에서 주장해온 '장수도'를 말한다. 사수도가 제주도 관할이라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지적공부상으로 이 사건 섬은 현재 청구인(제주도)과 피청구인(완도군) 모두에게 등록되어 있으나, 지방자치법 규정에 따라 1948년 8월15일 당시를 기준으로 할 경우 당시 지적공부인 임야대장과 토지등기부, 임야도에 청구인만이 이 사건 섬을 등록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최초 제주도에서만 지적공부 기재가 됐던 점을 든 것이다. 완도군의 지적공부 등록은 1979년 미등록 섬 조사 때 이뤄졌다. 제주도의 등록시점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헌재는 또 "(제주도의) 지적공부상 기재에 명백한 오류가 있거나 그 기재 내용을 신뢰하지 못할 만한 다른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이 섬에 대한 자치권한은 청구인(제주도)에게 귀속된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했다.
결국 섬의 지적공부 등록이 최초에는 제주도에만 돼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제주도의 지적공부에서 명백한 오류나 신뢰성 문제가 없어 관할구역을 바꿀만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돼, 섬에 대한 관할권한(자치권한)은 제주도에 귀속되는 것이 맞다는 결정이다.
사수도가 제주도 땅이라는 것을 헌법기관으로부터 공식 확인받은 것이다.
◇ 아쉬움 남는 권한쟁의심판 '각하', 그러나 본질적 이유는
둘째, 완도군에서 임야대장 등록말소를 하지 않은 것과 관련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대한 헌재의 판단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헌재는 관할구역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관여해 결론을 내리는 '적극(積極)' 판단을 한 반면, 등록말소 관련 권한쟁의심판 부분에서는 청구인의 적격성 문제를 따져 '소극(消極)' 판단을 하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즉, 지적공부 등록사무는 국가사무이기 때문에 권한에 속하지 않는 제주도가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인용하지 않은 것이다.
헌재는 "청구인(제주도)의 피청구인 완도군수에 대한 심판청구는 지방자치단체인 청구인이 국가사무인 지적공부의 등록사무에 관한 권한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해 국가기관의 지위에서 국가로부터 사무를 위임받은 피청구인 완도군수를 상대로 다투고 있는 것임이 분명하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는 그 다툼의 본질을 지방자치권의 침해로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청구인의 권한에 속하지 아니하는 사무에 관한 권한쟁의심판 청구로서 부적법하다"고 판시했다.
등록말소 등의 사무는 국가권한에 해당하기 때문에 지자체 간 권한쟁의심판으로 다룰 수 없다는 취지다.
사수도가 제주도 관할구역이라는 결정까지 받아놓고, 완도군으로 하여금 해당 임야대장 등록 말소로 이어지게 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이 부분 때문이다. 만약 헌재가 적극적으로 판단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면, 후속 조치로 바로 지적공부 정리가 이뤄졌을 터였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직접적 판단을 유보하는 각하 결정을 내림으로써, 등록말소 조치를 해야 할 당사자는 완도군이 아닌 국가(국토교통부)가 된 셈이다.
주목할 점은 헌재의 이 판단은 재판관 전원일치가 아니라, '반대 의견'이 있었다는 점이다. 조대현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통해 "완도군수가 청구인(제주도)의 관할권한 행사를 방해하고 있는 이상, 제주도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는 완도군수가 청구인의 관할권한을 침해하는 상태를 제거시키는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것이고, 이를 인용함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관할권한이 침해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인용해 등록말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다.
또 "(각하 결정은) 임야대장 등록권한이 완도군수에게 귀속되지 않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청구인이 내세운 것은 관할권한의 침해이지 임야대장 등록권한에 관한 다툼이 아니다"며 "그럼에도 완도군수에게 임야대장 등록권한이 없으므로 권한쟁의심판 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청구의 취지를 오해하거나 이 사건 권한분쟁의 본질을 간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심판청구는 적법하고 이유 있으므로, 각하해서는 안 되고 인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 "사수도는 제주도 관할구역"...그럼에도, 후속조치는 왜?
이러한 '반대 의견' 내용까지 종합해보면, 2008년 헌재 판결에서 중요한 것은 이 판결에서 재판관 전원 합의로 사수도 섬에 대한 관할권한이 제주도에 있음을 확인한다는 주문 결정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비록 임야대장 말소 관련 심판 청구는 각하됐지만, 이는 완도군의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다. 해당 업무 권한이 국가사무라는 점이었을 뿐, 본질적 부분은 변함이 없다. 지자체 사무가 아니라면, 국가 차원에서라도 헌재 결정을 토대로 지적공부 정리를 해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 판결이 난 후 관할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완도군의 문제제기는 사실 헌재 결정에 대해 불복하는 것에 다름없다.

물론 이 논쟁과 관련해 제주도정 및 지역정치권에도 많은 아쉬움이 있다. 중요한 헌재 결정을 받아놓고, 후속조치가 매우 미진했기 때문이다. 헌재 결정이 난지 17년이 지났음에도 중복 기재 부분에 대한 공부정리가 되지 않은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
제주도정에서는 그동안 미온적으로 대처해온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지자체간 협의를 통해 공부정리가 어렵다면, 헌재의 권한쟁의심판청구 각하 사유의 취지대로 정부(국토교통부)로 하여금 헌재 결정에 따른 후속 조치를 하도록 했어야 했다.
이미 헌재 판결이 내려진 사안이라는 주장만으로는, 그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제주도정과 지역 국회의원들이 지금이라도 하루속히 공부정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에 나서고, 조속히 이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상경계와 관련해 분쟁이 재발되지 않도록 법률적 보완도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이번 사수도 관할구역 논란이 남긴 교훈이자 과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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