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는 왜 항상 LA갈비를 먹을까?

송미정 2025. 10. 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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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래와 조리 방법 그리고 남은 재료를 활용한 요리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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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정 기자]

추석 명절이다. 올해는 연휴가 길어 마음이 한결 여유롭다. 우리집은 시아버님의 특단의 조치(?)로 작년부터 제사 준비를 하지 않는다. 대신 가족들끼리 먹을 음식만 간단히 차려놓고 편하게 명절을 보내기로 했다.

LA갈비의 유래

그렇다고 해서 명절 음식이 빠질 수는 없다. 송편, 다양한 부침개, 잡채...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게 갈비찜이다. 소불고기 말고 갈비찜이 올라와야 명절 느낌이 난다. 시댁에서는 어머님이 매년 뼈가 쏙쏙 빠지는 부드러운 갈비찜을 해주신다. 명절 상에 갈비찜이 올라와야 '아, 진짜 명절이구나' 싶은 기분이 든다.

반면 친정에서는 갈비찜 대신 늘 LA갈비가 준비돼 있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LA갈비는 '갈비뼈를 직각 방향으로 잘라서 갈비뼈가 붙어있는 형태로 양념장에 재웠다가 구운 음식'을 말한다.

엄마는 우리가 도착하면 김치통에서 재놓은 갈비를 꺼내 프라이팬에 지글지글 구워주셨다. 찜갈비도 맛있지만 양념이 잘 배어든 달큰한 LA갈비도 참 맛있다. 한창 밥을 먹고 있는데 "할머니, LA갈비가 뭐야?"라고 딸이 물었다. 엄마는 "LA갈비가 LA갈비지, 원래 이 갈비 이름이 그런 거야"라고 하셨다. 그 순간 문득 궁금해졌다. 도대체 왜 'LA갈비'일까? 그래서 찾아봤다.

첫째, 미국에서 한국으로 쇠고기를 판매하기 위해 마케팅을 펴던 중 한국인들의 수입육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한국 사람이 가장 많이 사는 LA 지역을 거부감을 없애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둘째, LA갈비는 고기가 썰리는 방향에 의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갈비를 칼로 뼈의 방향대로 길게 써는데 미국과 호주 등에서는 절단기에 통째로 넣어 갈비의 측면을 썬다. 횡축으로 자른다는 의미의 'Lateral Axis'의 약자라는 것이다.

가장 유력한 설로 여겨지는 것은 세 번째 주장인데, 초기 LA의 한국인 이민자들이 적절한 가격에 한국식 반찬으로 먹을 수 있는 고기를 찾다가 유대인들이 전통적으로 쓰던 '프랑켄(Flanken)' 방식의 절단법을 이용한 소갈비에 주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당시 LA 한국인 이민자들의 정착지가 유대인 거주 구역과 겹쳤는데, 유대인의 '프랑켄' 방식은 소갈비를 칼 대신 절단기로 자르기 때문에 인건비가 적게 들어 합리적인 가격에 구할 수 있었다. 이러한 '프랑켄' 방식의 갈비를 한국의 방식에 맞게 양념갈비 형태로 먹으면서 이 갈비가 LA 1세대 한인들 사이에서 유행하게 되었고, 한국에 역수입되면서 'LA갈비'라고 소개되었다는 설이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LA갈비 유래 중에.

사전에 나온 대로 LA갈비는 한국 소갈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했고 정육점에서도 손쉽게 구할수 있어 큰행사나 가족 모임 때 넉넉히 준비하기 좋았다. 특히 얇게 썰려있어 양념이 금세 배고 굽기도 간편해 손님이 많이 모이는 명절이나 잔치 음식으로 제격이었다.
집에서 쉽게 만드는 LA갈비
▲ LA갈비 LA갈비 굽는 모습
ⓒ 송미정
LA갈비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집에서 손쉽게 만들수 있는 LA갈비 만드는 법을 소개하겠다. 일단 LA갈비는 설탕물에 30분에서 1시간 담궈 핏물을 제거한다. 설탕물에 넣는 이유는 고기를 더 부드럽게 하기 위함이다. 핏물이 빠지는 동안 양념장을 만들 건데 집에 있는 재료료도 만들수 있다.

과일을 믹서에 가는 과정이 없는 간단한 방법이다. 갈비 1.2킬로그램에 양파 1개, 대파 1단, 간장 한 컵, 미림 5T, 설탕 반 컵, 다진마늘 4T, 참기름, 후추, 그리고 물 대신 갈아만든 배 음료 1캔(238ML)을 넣어준다.

핏물 뺀 갈비의 물기를 빼고 김치통에 양념을 부은 뒤 갈비를 넣고 양념을 다시 붓고 갈비를 다시 올리는 방법으로 층층이 담아준다. 이렇게 해서 30분 뒤 혹은 하루~이틀 숙성해서 먹으면 정말 맛있는 LA갈비가 된다.

양념만 맛있게 만들면 끝이 아니고 잘 구워야 하는데, 양념된 고기는 금방 타버리기 쉽기 때문에
찌듯이 구워야 한다. 프라이팬에 갈비를 올리고 물을 부어서 졸이듯 구워주는 것이다. 그러면 타지 않고 촉촉한 LA갈비를 즐길 수 있다.

남은 LA갈비로 색다른 요리를

명절 음식은 남기 마련이다. LA갈비도 냉동실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활용해 보면 좋다.

1. LA갈비 된장찌개
▲ LA갈비를 넣은 된장찌개 LA갈비 된장찌개
ⓒ 송미정
명절에 남은 전으로 전찌개 많이들 만들어드시는데 LA갈비를 활용한 찌개도 있다. 된장찌개에 양념된 갈비를 넣어 끓이면 깊은 감칠맛이 더해진다. 느끼한 명절 음식에 질렸을 때 청양고추 넣어 칼칼하게 끓이면 정말 속이 풀린다.
2. LA갈비 파니니
▲ LA갈비 파니니 LA갈비 파니니 만드는 과정
ⓒ 송미정
식빵이나 치아바타 사이에 LA갈비와 양배추·사과 샐러드를 넣고 구우면 훌륭한 샌드위치가 된다. 남은 갈비를 아이들 간식이나 간단한 식사로 재탄생시키는 방법이다.

딸아이 덕분에 LA갈비의 유래를 새삼 알게 된 이번 추석. 익숙한 음식에도 낯선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곧 다가올 명절, 가족과 함께 맛있는 음식 나누며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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