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에 깔려 선원 숨졌는데...수협 "도박하러 간 건 아닌가"
다른 선박에서 넘어진 크레인에 깔려 선원이 사망한 사건에서 직무상 사고가 아니라는 이유로 유족 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이하 협동조합)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사망한 선원 A씨의 유족이 협동조합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및장례비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충남 보령에서 B씨 소유의 어선 갑판장으로 일하던 중인 2019년 11월 17일 위판장(위탁 판매가 이루어지는 시장)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해 현장에서 숨졌다. 인근 선착장 다른 선박의 선원이 카고 트레인 트럭을 운전하던 중 제한 하중을 초과한 안강망 그물을 인양하다 차체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A씨 쪽으로 넘어져서다.
이에 A씨 유족은 2022년 2월 협동조합에 어선원재해보험법을 근거로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협동조합은 2024년 1월“직무상 사고인지 입증 자료가 부족하다”며 거부했다. A씨가 선주의 지시로 선박으로 갔는지 불분명하고, 평소 도박을 즐기는 A씨가 선착장 인근에 도박하러 갔다가 우연히 사고를 당했을 수 있다는 취지에서였다.
법원에서의 쟁점도 직무상 사고 여부였다. 협동조합은 “사고 발생일은 풍랑예비특보가 발효된 상태였으므로 어선이 출항할 수 없었고 따라서 A씨에게 업무 지시를 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A씨가 당일 아침 선주와 통화한 후 바로 어선으로 향했던 점에 비춰 보면, 선주가 풍랑을 대비한 안전 점검을 지시했을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이어 사고 발생 직후 선주가 A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던 점에 대해 선주는 “현장에서 사고가 났다는 연락을 받아 전화한 것뿐”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사고가 났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A씨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시도한 것은 A씨에게 어선 점검 등을 위한 출근을 지시한 사실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아울러 선주가 재판 과정에서 “(평소) 급한 상황이 있으면 선원들에게 와서 일해야 된다고 전화로 이야기한다”고 진술했으면서도, 당일 아침 A씨에게 전화를 건 이유에 대해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 점을 들어 “‘사고 발생일에 A씨에게 출근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는 선주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또 도박하러 갔다가 우연히 사고를 당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선주의 추정에 불과하고 구체적인 근거에 기한 신빙성 있는 진술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는 진술에 기초한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은 “A씨 사망은 직무상 사망에 해당하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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