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의 공간에서 희망의 무대로... '우토로 마을'의 변신

김지운 2025. 10. 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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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토로 아트 페스티벌 2025' 유재현 예술감독

[김지운 기자]

▲ 우토로 아트 페스티벌 2025 유재현 예술감독 성균관대, 베를린 국립예술대학교를 졸업하고 2001년부터 독일 거, 뮌헨, 베를린, 서울을 중심으로 전시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독일 Art5 예술협회 공동대표이며 2024년 5·18 전야제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2025년 정의기억연대 강덕경상 수상, 주요기획으로는 '나눔·분단·통일'(2009), '금지된 그림'(2015), 'Art5-예술과 민주주의'(2002), 'Yellow Memory'(2023) 등이 있다.
ⓒ 우토로아트페스티벌2025
일본 교토 우지시에 위치한 우토로 마을은 일제강점기 말기 군 비행장 건설에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이 해방 이후에도 귀국하지 못하고 삶의 터전을 일구며 형성된 집단 거주지다. 수십 년간 철거 위기와 차별 속에서 고통을 겪었지만, 재일조선인들 그리고 일본과 한국의 시민사회와 국제적 연대의 노력으로 일부 부지가 매입되고 주민 주거가 안정되면서 보존 운동이 이어졌다. 2022년 개관한 '우토로 평화기념관'은 과거의 아픔을 기억하는 동시에,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알리는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토로 마을은 2021년에는 일본 극우 청년의 방화 사건을 비롯해 일본 내 극우 세력의 지속적인 압박과 혐오 시선에 직면해 있다. 일부 극우 세력들은 주민과 역사 기념 활동을 부정하고 공격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토로 아트 페스티벌 2025'는 우토로 마을의 아픔을 단순히 기억하는 데 머물지 않고, 예술을 통해 희망과 연대의 공간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아래는 10월 10일 '우토로 아트 페스티벌 2025'의 개막을 위해 교토에 있는 유재현 예술감독과 서면으로 나눈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이번 페스티벌이 품고 있는 메시지와 의미를 담았다.

- 이번 페스티벌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22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가 고립되어 있을 때 일본 예술가, 미술사학자, 그리고 독일·미국 연구자들과 함께 우토로를 찾았습니다. 그곳은 일본 우익 청년에 의해 불타버린 아픈 기억의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마을을 단순히 차별과 배제의 상징으로만 남겨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예술을 통해 우토로를 공생과 희망의 공간으로 다시 기억하고 싶었고, 그 의지가 이번 페스티벌로 이어졌습니다."

- 수많은 장소 중 왜 우토로였을까요?

"우토로는 한국과 일본, 나아가 세계 현대사의 모순이 응축된 장소입니다. 이곳의 역사와 공동체의 삶은 디아스포라, 차별, 저항, 회복을 모두 보여주죠. 동시에 미래적 공존을 모색할 수 있는 상징적인 무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예술이 반드시 개입해야 할 공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이번 페스티벌의 핵심 메시지를 꼽는다면요?

"세 가지입니다. 첫째, 기억의 재구성. 아픔의 장소를 희망의 공간으로 바꾸는 예술의 힘입니다. 둘째, 연대와 교차성. 재일코리안의 경험을 오늘날 전쟁, 불평등, 기후 위기와 연결시키는 것이죠. 셋째, 공존의 상상력. 서로 다른 정체성이 만나 미래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결국 이번 축제는 차별을 넘어서는 예술적 연대와 평화를 지향합니다."

- 실행위원회에는 어떤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나요?

"광주의 정현주 수석 큐레이터, 베를린의 남상화 큐레이터, 오사카의 김묘수 큐레이터, 베를린의 심향복 디자이너, 네덜란드의 박가람 디자이너, 그리고 서울의 사공미영 디자이너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모두 코리안의 배경을 가진 듯 보이지만, 사실 각기 다른 지역에서 살며 국경을 넘어 사람과 지역과 호흡하며 창조적 예술 세계를 넘나드는 '경계인'들입니다."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지속 가능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를"
 우토로아트페스티벌 2025 포스터
ⓒ 우토로아트페스티벌 2025
- '우토로 아트 페스티벌 2025'의 전체 구성은?

"우토로의 시작은 식민지 노동 이주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페스티벌은 이주라는 대주제를 현대미술을 통해 풀어내는 세계 총 12개 팀의 14개 작품 전시(10월 10일~11월 10일, 우토로평화기념관, 교토 도시샤 대학, 괴테 인스티투트 빌라카모가와)와, 우토로 마을 공동체의 삶을 집약한 극단 달오름의 마당극 '우토로' 공연(10월 10일, 우토로평화기념관), 한·일·재일동포 예술인, 조선학교 학생 등 100여 명이 함께 무대를 꾸미는 대공연 '결–이어지는 마음'(10월11일 교토 도시샤 대학 하디홀) , 그리고 국제학술심포지움 '우토로에서 본 세계' (11월 2일, 교토 도시샤 대학)로 구성됩니다.

특히 전시에서는 세 가지 작품이 주목할 만합니다. 전쟁이 빼앗은 젊음과 일상의 가능성을 섬세히 드러낸 기슬기의 '설치', 오키나와의 역사적 저항을 전통 염색으로 풀어낸 테루야 유켄의 '대작', 몸의 기억과 분단의 역사를 춤으로 엮어낸 임지애, 조혜미의 퍼포먼스입니다. 이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기억과 역사를 현재적 예술 언어로 환기시키며, 우토로의 문제의식과 강하게 공명합니다.

그리고 홍성담 작가를 필두로 한 5인의 작가팀 생명평화미술행동의 재일동포이주사를 형상화한 걸개그림 연작 '피어라! 민들레' 2점이 우토로평화기념관과 도시샤대학에 설치, 전시되는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 '결' 공연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결–이어지는 마음'은 우토로 아트 페스티벌의 핵심 무대입니다. 이번 페스티벌이 재일코리안들의 도전과 저항, 회복력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됐듯이, 이 공연은 그들의 디아스포라적 삶을 예술적으로 집약한 공동체적 잔치입니다. '결'이라는 타이틀은 억압과 차별 속에서도 뿌리를 지켜온 강인한 생명력, 그리고 일본 사회 속에서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해 온 재일코리안 공동체의 정체성을 상징합니다. 한국, 일본, 재일동포 예술가들이 하나의 무대에 서서 서로의 전통과 감각을 엮어내며, 공존의 미래적 모습을 보여주는 특별한 축제가 될 것입니다."

- 한국 공연자들이 주로 광주 출신 예술가들인 이유가 있습니까?

"광주는 한국 현대사에서 민주화와 인권, 공동체 정신을 상징하는 도시입니다. 그 지역 예술가들의 감각과 태도는 우토로의 역사와 깊이 공명합니다. 그래서 광주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웠습니다."

- 페스티벌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준비 상황은 어떤가요?

"막바지 조율 단계에 있습니다. 모든 포스터와 정보를 소책자로 묶었고, 전시 설치, 공연 준비를 위해 사전점검을 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협업이다 보니 언어적 소통이 새로운 도전입니다. 그렇지만 모든 스텝이 하나의 마음으로 조화롭게 일을 하는 것이 제일 큰 힘이 됩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이번 페스티벌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지속 가능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를 희망합니다. 이주, 차별, 공생의 문제를 예술로 사유하는 국제 교류의 장으로 확장해, 한국과 일본, 독일을 넘어 세계의 다른 지역과도 연대하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우토로 아트 페스티벌 2025'는 단지 '재일코리안의 역사'를 말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오늘날 우리 모두의 문제이자, 미래를 함께 상상하기 위한 대화의 장입니다. 관객 여러분이 우토로에서 예술을 통해 새로운 연대와 희망을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한편 이번 페스티벌은 우토로 아트페스티벌 2025 실행위원회가 주최하고 우토로평화기념관, 교토코리아학컨소시엄, 도시샤코리아연구센터가 공동주최한다. 또 괴테인스티투트 빌라카모가와, 광주문화재단, 바보의나눔, 전남대 인문학연구원, 예술경영지원센터, 문화체육관광부, 하인리히 뵐재단 동아시아사무소, 코리아 유라시아 로드 런, 독일Art5예술협회,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 지구촌동포연대, 이스크라21, 아리아리 불꽃, 시민자유대학 등이 협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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