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첫 여성 총리 다카이치 시대, 한일관계 새 국면 맞이하나

김영근 2025. 10. 4. 19: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망] 한일 협력의 새 이정표와 관계 개선 위한 미래 리스크 관리가 과제

[김영근 기자]

 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자민당 지도부 선거에서 새 총재로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가 연설을 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4일 일본 자민당 총재 결선 투표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전 일본 경제안보담당상이 185표를 획득하며 156표에 그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을 제치고 새 총재로 선출됐다. 이로써 일본은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를 맞이한다.

그러나 이 상징적 사건이 실질적 국정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치·경제·외교 전반에 걸친 복잡한 과제들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특히 한국과의 관계에 미칠 파장을 면밀히 분석하고 선제적인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선에서 다카이치가 확보한 도도부현 표 36표는 전체 47개 현 중 36곳에서 우위를 점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지지 기반을 넘어선 전략적 결집의 결과다. 이러한 지역 기반의 결집은 전통적 자민당 보수층뿐만 아니라 지난 7월 20일 치러진 제27회 참의원 선거에서 선거구 7석·비례대표 7석을 획득해 총 14석을 확보한 참정당의 영향도 결합된 것으로 해석된다. 참정당의 풀뿌리 및 생활정치 지지층이 당원투표에 조직적으로 참여하며 다카이치의 강경 보수적이면서도 지역 밀착형 메시지와 결합해 결정적 선거 동력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물가 상승·저성장·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난제에 직면해 있다. 이시바 내각이 쌀값 폭등 사태로 '생활 위기' 관리에 실패했다는 평가는 정권교체를 부추겼다. 이시바 총리가 물가대책과 사회보장 개혁을 추진했으나 자민당 내 저항과 관료조직의 비협조로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10월 15일 출범할 다카이치 정권은 공백 없이 단기적이고 명확한 정책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는 경제안보상 장관 경험을 바탕으로 구조개혁을 강조해 왔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일본경제산업연구소(RIETI)는 여성 노동참여율을 주요 7개국(G7)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국내총생산(GDP)이 약 4%p 성장하고 북유럽 수준까지 높이면 추가 4%p 성장해 최대 8%p 성장 여력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세계경제포럼(WEF) 글로벌 성 격차 지수에서 146개국 중 118위를 기록해 개선 여지가 크다. 다카이치 내각이 보육·돌봄 인프라 확충·비정규직 축소·경력단절 해소를 포함한 사회인프라 강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한다면 성장 잠재력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외교·안보 리스크와 한국에 미칠 전략적 영향

총재선거 과정에서 다카이치는 헌법 9조 개정과 집단자위권 확대를 강조해 강경 보수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2022년 강연에서 야스쿠니신사 참배 중단에 대해 "멈추면 상대가 기어오른다"라고 발언해 논란을 불러온 터라 취임 직후 한일관계가 냉각될 우려가 크다. 다카이치 내각이 역사인식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면 한국 국민 정서와 정치권 반발이 격화될 것이다.

특히 야스쿠니 신사 참배 재개 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과 안보협력 분야에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과거 한국 정부는 역사 문제로 인한 외교 마찰 시 경제·안보 협력을 유보해 왔다. 다카이치 내각이 레토릭 관리를 실패하면 한일 신뢰 회복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화해학·공생학적 관점으로 미래 리스크 관리에 협력한다면 평화적 관계 발전의 길도 열릴 수 있다.

다카이치의 2016년 방송법 4조 관련 발언은 언론자유 위축 논란을 촉발했다. 당시 국제 인권단체와 법조계가 개입 우려를 제기한 만큼 총리 취임 후 유사 언행이 반복되면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 회복은 어려워진다. 한일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양국 언론과 시민사회는 관련 정책을 면밀히 감시해야 하며, 학술·문화·미디어 교류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한국 외교 당국은 다카이치 시대 출범을 계기로 '원칙 있는 실용 외교'를 재확인해야 한다. 공식·비공식 대화 채널을 신속히 가동해 역사·안보 이슈의 급격한 레토릭 악화를 방지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경제·환경·보건 등 공동 이익 분야 협력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역사 문제에서 일본 측 태도가 후퇴 시 단계적 대응 조치를 가동해 책임성을 환기해야 한다. 또한 민간 차원의 시민사회·학술 교류를 확대해 양국 신뢰 기반을 다지는 K외교 모델을 구축하고 여성 리더십·사회 참여 경험을 공유하며 일본 여성정책 전문가와 협력 플랫폼을 형성해 한일 사회적 교류의 새 지평을 열어야 한다.

다카이치 시대 개막은 역사적 사건이지만 진정한 가치는 상징을 구체적 성과로 전환하는 데 달려 있다. 여성 대표성 확대·경제 성장·대외 신뢰 회복을 달성하려면 정치·제도·외교 전반에서 전략적 일관성과 실행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역동적 협력과 원칙적 견제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다카이치 내각과의 관계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이제 일본은 리더십 교체를 넘어 '정치(외교)경제 시스템' 자체의 재설계를 요구받고 있다. 한국과 동아시아는 이러한 변화를 단순한 혼란이 아닌, 새로운 협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과제대국' 일본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는 리더의 교체가 아니라 '구조의 변화' 및 '개혁의 지속성'에 달려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파인에도 실립니다.글쓴이 김영근은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겸 인문학과동아시아문화산업과정 교수이다. <포스트 제국주의>(공저), <한일관계사 1965-2015. II: 경제>(공저), <한일 관계의 긴장과 화해>(편저)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