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이제 저는 전설이 됩니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맞아 책, 영화, 드라마, 여행, 운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꼭 챙기면 좋은 ‘필수템’을 소개합니다. 가족·친지와 함께하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긴 연휴에 어울리는 추천 콘텐츠와 함께 더욱 풍성한 연휴 보내시기 바랍니다. <편집자말>
[정누리 기자]
|
|
| ▲ 개천절인 3일 강원 춘천시 남산면 일원에서 열린 2025 춘천연합마라톤에서 참가자들이 백양1리 마을을 달리고 있다. |
| ⓒ 연합뉴스 |
하지만 올해 추석은 조금 다르다. 이 긴 연휴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렇다고 이번에는 큰집이나 여행을 가는가. 그것은 아니다. 스케줄은 마찬가지로 텅 비었다. 하지만 딱 하나 바뀐 것이 있다. 바로 '달릴' 계획이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러너로서 2년째의 삶을 살고 있는 나. 이번 추석은 혼자 한적한 동네에서 마라톤 연습을 할 생각이다.
|
|
| ▲ 23km를 천천히 뛰고 기록 |
| ⓒ 정누리 |
추석 연휴가 달리기와 잘 어울리는 이유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풀리기 때문이다. 평소 직장인인 난 새벽 4시 30분에 일찌감치 일어나 뛰거나, 야근을 할 때면 잠깐 30분만 짧게 조깅하고 자기 일쑤였다. 러너의 성지로 불리는 한강이나 남산 공원은 평일에는 꿈도 꿀 수 없었다. 보통 동네 앞만 잠깐 뛰고 올 뿐이었다. 허나 추석에는 어떤 선택지든 가능하다. 고수 러너들이 많은 석촌호수나 몽촌토성길을 갈 수도 있고, 고향에 내려가 한적한 들판이나 마을길을 달릴 수도 있다. 나 또한 하루는 동네에서, 하루는 한강에서 조깅 훈련을 하고 올 생각이다.
훈련의 디테일도 달라진다. 추석 연휴는 러너가 새로운 장비를 시험하기에도 좋은 기회다. 나 역시 최근에 바꾼 러닝화를 신어보고, 장거리에서 발에 물집이 잡히지 않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손목에는 GPS 시계를 차고 페이스를 체크한다. 평소에는 엄두도 못 내던 30km를 달리며, 중간중간 에너지젤을 먹고 수분 보충을 하면서 실제 대회처럼 시뮬레이션을 해본다.
|
|
| ▲ 송편 |
| ⓒ Unsplash |
실제로 많은 러너들이 마라톤 대회 전에 탄수화물을 조금 더 섭취하는 '카보로딩' 기간을 가진다. 물론 그렇다고 너무 과도하게 먹으면 오히려 탈이 날 수 있다. 하지만 러닝 덕분에 부담스럽던 음식들이 새로운 시선으로 보이는 것은 확실하다. 설령 과식했더라도 조깅으로 소화시키면 된다는 대범한 마음. 이것은 모두 달리기가 추석 명절을 달리 보이게 해준 효과다.
과거보다 많이 다양해진 추석 풍경, 역시 내 또래의 MZ세대들에게도 물어보면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가족들과 아이슬란드 여행을 떠나고, 또 다른 친구는 교회에서 외국인들과 함께 행사를 준비한다고 한다. 또 누군가는 고향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모두 공통적인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러닝화'를 챙겼다는 것. 아이슬란드에 가는 친구는 레이캬비크 근처의 해안도로를 뛸 생각이란다. 벌써 지도 앱으로 코스까지 미리 공부해 놓았다.
|
|
| ▲ 추석 챌린지 |
| ⓒ 정누리 |
|
|
| ▲ 러닝 기록 공유 |
| ⓒ 정누리 |
혼자 뛰든, 가족들과 뛰든, 어떤 장소에서든 우리는 연결되어있다. 러닝 앱을 통해 전국의 러너들과 '추석 챌린지'를 하는 것도 하나의 유행이다. 추석 연휴 동안 어디서 어떤 코스로 뛰었는지 공유한다. 많은 사람들이 각지로 이동하는 추석이니만큼 평소보다 더 다채로운 러닝 코스들이 나온다. 사진 밑 내용도 볼거리 중 하나다.
가족들과 함께 뛴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들도 많다. 날쌘 조카들과 스프린트를 하기도 하고, 부모님과 햇볕을 쬐며 슬로우 조깅을 하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친척들에게 달갑지 않은 잔소리를 들어 몰래 러닝화를 들고 나가기도 한다. 어느새 찜찜했던 맘은 모두 날아가고, 지금 이 순간 호흡하는 숨소리만 들린다. 매 해마다 추석을 맞이하는 우리의 모습이 다르듯, 한 바퀴 달리고 오면 출발했을 때와 도착했을 때의 내 맘도 다르다.
이번 명절에는 시간을 내어 뛰는 사람들이 꽤나 많이 보일 듯하다. 실제로 요 몇년 새 러너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국내 대표 러닝 앱인 런데이는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60만 명을 넘어섰고, 가민 커넥트가 발표한 최근 자료에서는 한국 사용자의 주간 평균 러닝 거리가 9.17km, 한 번에 달린 평균 최장 거리도 17.7km로 세계 2위를 기록했다.
러닝 인구가 늘고 있는 만큼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가족들과 함께 달린다면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다. 차도나 자전거도로가 아닌 인도를 이용하고, 한적한 시골길에서는 들개나 농기구 차량을 조심해야 한다. 긴 연휴에 모처럼 달리다 보면 과욕을 부리기 쉬운데, 무리한 페이스는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추석 음식으로 배가 부른 상태에서 바로 달리는 것도 피하는 게 좋다. 하지만 이런 점을 주의한다면, 달리기는 명절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된다.
추석은 농부에게도, 러너에게도 수확의 계절이다. 농부는 탐스러운 과일로, 러너는 신기록으로 돌려받는다. 이제 난 여름을 섭섭하지 않게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날이 더 추워진다 한들, 내 몸 안에서 열을 내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긴 추석 연휴, 아직 계획 없고 어딘가로 떠나기에도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면 신발 한 켤레만 꺼내보자. 어느새 차가워진 바람, 높아진 하늘,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수많은 러너들이 보일 것이다. 그때야말로 우리는 추석이 다가왔음을, 가을이 왔음을 실감할 수 있다. 다음 '가을의 전설'을 쓸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뼛속까지 이기적인 이진숙의 정치, 참을 수 없는 무능력자의 말로
- 한국 야구만화와 일본 야구만화의 결정적 차이, 이거 아셨나요?
- 웃기 바쁜데 웃을 수가 없다... 명절에 이 영화 어떠세요?
- 이번 추석, 알아두면 좋을 '교통 꿀팁' 모았습니다
- 목숨 걸고 살 빼는 사회... 식욕억제제의 불편한 진실
- 하늘나라로 먼저 간 아들, 할머니에겐 아니었다
- 300명이 화장실 하나로, 아프간 난민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 하마스, 트럼프 평화구상안 일부 수용... "인질 전원석방"
- 대통령실 "'국정자원 화재 때 예능 촬영' 주장은 허위사실"
- 성묘 때 흔히 쓰는 이것, 건강 위협까지... 올해는 바꿔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