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용 상장’ 아니라는 명인제약
10월 코스닥 상장을 앞둔 명인제약이 시끌시끌하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 탓이다. 1988년 설립된 명인제약은 40년 가까이 외부 투자를 받지 않고 자체 현금으로 성장했다. 갑작스러운 IPO 소식에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그중 하나가 승계용 상장이다. 명인제약이 멀티플은 낮추고 할인율을 높이는 이례적 저가 상장을 추진하며 의혹에 힘이 실렸다. 명인제약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이행명 회장은 “승계 목적 상장이 아니다”라며 “우수 인력 확보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그간 이 회장과 오너 일가가 보여준 행보 때문이다.

1949년생 76세 창업자
승계용 상장 의혹에 불이 붙은 건 저가 상장 때문이다. 멀티플과 할인율을 살펴보자.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주관사는 공모가 산정에 기업가치배수(EV/EBITDA, 잠깐용어 참조)를 활용했다. 구체적으로 비교기업군의 EV/EBITDA 멀티플 평균(7.9배)을 적용했다. 증권가에선 멀티플이 다른 제약사와 비교했을 때 과도하게 낮다고 본다. 제약사 평균 12개월 선행 EV/EBITDA를 14~15배다. 절반 수준 멀티플이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명인제약 최근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이 30%를 훌쩍 넘는다”며 “재무건전성도 우량한 편인데 멀티플은 상당히 낮았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할인율도 상당 수준으로 적용했다. 당초 주당 평가액은 8만5500원이었다. 여기에 최대 47.4% 할인율을 적용해 희망 공모가 범위 하단을 4만5000원으로 낮췄다. 상단에도 32.2% 할인율이 적용돼 5만8000원이 됐다. 2022년 이후 상장 기업 평균 할인율(19.9%~32.8%)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최종 공모가는 범위 상단인 5만8000원으로 정해졌다.
시장은 저가 상장 이유를 승계에서 찾는다. 명인제약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이행명 회장은 1949년생으로 올해 76세다. 승계를 준비 중이라면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주식 관련 상속·증여세를 부과할 때 기준이 되는 건 주식 가격이다. 비상장사의 경우 최근 주주 간 대규모 거래 기록이 있다면 해당 가격이 기준이 된다. 기록이 없을 때는 수익가치와 자산가치를 고려해 판단한다. 명인제약은 워낙 수익성이 높은 데다 올해 상반기 말 부채비율이 8.9%에 불과할 만큼 우량한 재무 건전성을 지니고 있어 상당 수준의 세금을 납부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상장을 하면 시장에서 정해진 주가에 맞춰 상속·증여세를 납부한다. 상장 이후 의도적으로 대규모 매도 물량을 푸는 형태로 주가를 누른 뒤 승계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실제 명인제약 주식의 대부분은 최대주주가 쥐고 있다. 이 회장은 회사 지분 66.3%를 들고 있다. 특수관계자를 포함한 지분율은 74%에 달한다.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회장은 반박한다. 지난 9월 15일 IPO 간담회에서 “해외에서 글로벌 라이선싱이나 신약 공동연구, 전략적 파트너십을 추진할 때마다 상장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어려움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두 딸 소유 캐시카우 재조명
이 회장의 반박에도 승계용 상장 의혹은 여전하다. 그간 이 회장이 두 딸을 위한 행보들이 재조명되면서다. 대표적인 게 두 딸 소유의 회사인 메디커뮤니케이션을 둘러싼 논란이다.
2005년 설립된 메디커뮤니케이션은 지난해 말 기준 이선영(52%), 이자영(48%) 씨가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메디커뮤니케이션은 명인제약 캡티브 마켓(계열사간 내부 거래)을 겨냥한 광고대행 계열사였다. 잇몸 질환 치료제 ‘이가탄’, 변비약 ‘메이킨’ 등의 광고대행을 맡아 수익을 창출했다.
메디커뮤니케이션은 꾸준히 명인제약 광고 물량을 받아오다 지난해 계약을 종료했다. 명인제약은 증권신고서에 “상장 준비 과정에서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해 2019년 100% 자회사 명애드컴을 설립했다”며 “2023년까지는 명애드컴과 메디커뮤니케이션이 광고대행을 진행했고, 2024년 이후에는 명애드컴이 모든 광고대행을 맡고 있다”고 밝혔다. 두 딸이 2005년부터 2023년까지 명인제약 광고비 대부분을 수령했다는 의미다.
광고대행은 끝났지만 메디커뮤니케이션은 여전히 명인제약에 업혀 있다. 메디커뮤니케이션은 2015년 서울 서초구에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빌딩(현재 명인타워)이 매물로 나오자 937억원에 사들였다. 2014년 연간 매출(31억원)의 30배에 달하는 가격이다. 일반적 거래라면 메디커뮤니케이션은 건물을 사들일 능력이 없었다. 하지만 명인제약이 개입했다. 당시 명인제약과 메디커뮤니케이션 감사보고서를 보면 메디커뮤니케이션은 시설자금 명목으로 은행권에서 약 500억원(2016년 말 기준)을 차입했다. 이때 명인제약이 수십억원 규모 부동산 담보와 약 300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섰다. 이게 끝이 아니다. 2016년 9월에는 메디커뮤니케이션이 취득한 건물 일부 지분(48%)을 명인제약이 475억원에 사버렸다. 단순 계산으로는 449억원의 가치였다. 두 딸 입장에서는 인수 비용 부담을 덜고 1년 만에 26억원의 차익과 빌딩 지분 52%를 확보한 꼴이다.
기존 임차인들의 계약 기간이 끝나자 메디커뮤니케이션은 해당 빌딩에 명인제약과 명애드컴을 입주시켰다. 이후 현재까지도 막대한 보증금과 임차료를 받고 있다. 이번 IPO 증권신고서에서도 해당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명인제약은 “명인제약과 명애드컴은 안정적인 재무 구조에 따른 여유자금 운용 측면에서 타임차인 대비 보증금을 높은 수준 지급하고 월임차료를 적게 지급하도록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임대차 계약 기간은 2024년 11월부터 2026년 10월이다. 명인제약은 소유 지분 포함 기준 보증금 350억원에 월 임차료 1억7000만원을 지급 중이다. 명애드컴도 보증금 80억원과 월임차료 1900만원을 내고 있다. 일반적인 보증금 규모가 월임차료의 10배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보증금이다. 한국거래소도 해당 내역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알려진다. 명인제약도 이를 받아들여 향후 보증금을 점차 줄이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한 상태다.
증권가는 메디커뮤니케이션이 향후 승계 과정에서 요긴하게 쓰일 것으로 내다본다. 증권 업계 한 관계자는 “보증금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월임차료를 크게 늘려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승계 작업이 본격화되면 오버행 우려가 큰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회장을 비롯한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은 73.8%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의 보호예수기간은 유가증권 시장 상장 규정이 허용하는 최소 기간인 6개월에 불과하다. 통상 오랜 업력의 기업이 상장할 경우 오너 일가의 보호예수기간이 3년으로 설정되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짧다. 6개월 뒤 시장에 대규모 매도 물량을 쏟아내 주가를 억누르고 승계 본격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잠깐용어 *EV/EBITDA EV(Enterprise Value) | EV/EBITDA EV(Enterprise Value)는 기업의 총시장가치를 의미한다. 시가총액에 부채총액을 더한 뒤 현금성 자산을 빼는 형태로 계산한다. 현금을 차감하는 이유는 단순한데, EV가 과도하게 부풀려지지 않기 위함이다. EBITDA는 이자비용과 감가상각비 등을 차감하기 전 이익이다. 즉 EV/EBITDA는 EV를 EBITDA로 채우는 데 몇 년의 기간이 걸리는지 확인하는 지표다. 예를 들어 EV가 10억원, EBITDA가 2억원인 A회사가 있다고 가정하자. EV/EBITDA 값은 5다. 즉 A회사를 10억원에 인수하면 투자금 회수 기간이 5년이라는 의미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9호·추석합본호 (2025.10.01~10.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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