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완의 시선] 부동산도 결국 ‘문재인 정부 시즌2’인가

주정완 2025. 10. 3.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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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완 논설위원

서울 부동산 시장에 급한 불이 붙었다. 이재명 정부가 벌써 두 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 공식 통계인 한국부동산원 자료부터 살펴보자. 지난달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27% 올랐다. 주간 단위로는 12주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달 첫 주부터는 부동산원이 매주 목요일 오후 통계를 발표할 때마다 집값 상승폭이 커지는 모습이다.

민간 통계는 더욱 심각한 수치를 보여준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0.34%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광진(0.96%)·송파(0.94%)·성동구(0.73%) 등 이른바 ‘한강벨트’에서 집값 급등세가 두드러졌다.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이 1%에 육박한다는 건 시장 분위기가 여간 뜨거운 게 아니란 얘기다. 특히 서울에 인접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1.16%)에선 4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1%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 규제에도 불 붙은 서울 주택시장
출범 4개월 현 정부 중대 갈림길
경직된 이념 말고 실용 선택해야

오는 4일로 출범 4개월을 맞는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서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세 번째 대책에선 더 센 규제의 칼날을 꺼내느냐, 아니면 실질적인 공급 확대로 시장의 불안을 달래느냐다. 분명한 건 ‘문재인 정부 시즌2’로 가면 안 된다는 점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5년 임기 동안 20여 차례나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집값은 껑충 뛰어올랐다. 당시 대출·세금·거래제한 등 전방위로 쏟아낸 부동산 규제는 각종 부작용을 낳았고 집값 안정이란 목표 달성은 실패했다. 결국 성난 부동산 민심은 정권 교체를 선택했다.

“민주당 정권이 지금까지 집권했을 때 집값이 올랐어요. 왜 그랬을까. 저는 생각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가격이 오른다고 굳이 그걸 압박해서, 다른 지역과 좀 괴리감이 생기더라도 서로 비싸게 사고팔겠다는 걸 굳이 압박해서 힘들여 낮출 필요가 있습니까.” 다른 사람도 아닌 이재명 대통령의 입에서 직접 나온 말이다. 시점은 대선 나흘 전인 지난 5월 29일, 장소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고속버스터미널 광장에서 열린 서초·강남 유세 현장이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그는 “세금은 국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 걷는 것”이라며 “세금은 다른 제재 수단으로 사용되면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민주당 후보가 이런 발언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환영을 받았다. 적어도 부동산 정책에선 규제 위주의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는 실용주의 접근법을 선택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대선에서 이기고 집권한 이후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취임 한 달도 안 돼 6·27대책이란 초강력 대출 규제를 선보이더니, 지난달 9·7대책에선 추가 대출 규제로 시장을 더욱 압박하고 나섰다. 반면에 공급 대책은 지지부진했다. 9·7대책에 ‘주택공급 확대방안’이란 제목이 붙긴 했지만, 실질적인 알맹이가 빠진 ‘속 빈 강정’이란 비판을 받는다. 현재 시장에선 정부가 9·7대책에서 예고한 대로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대상 지역 확대를 시간 문제로 본다. 정부가 특정 지역을 토허제로 묶으면 매수자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게 아예 불가능해진다. ‘절판 마케팅’이란 말까지 나오며 주택 매수자의 심리를 더욱 조급하게 만드는 배경이다.

이재명 정부가 세금 인상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신호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사견을 전제로 보유세 인상을 거론했다. 그는 “장관 입장이 아닌, 인간 김윤덕 입장으로 보유세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8월에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부동산 시장 안정이나 주거 복지에 필요하다면 수단이 제약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어떤 경우에도 부동산 세금을 올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언급했다.

물론 시장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정부가 부동산 세금을 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세금을 징벌적 수단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과거 정부에선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라는 기본 원칙이 있었다. 보유세는 점진적으로 올리되 거래세 부담은 덜어줘 시장에서 사고파는 걸 활성화하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집을 살 때도, 팔 때도, 보유할 때도 예외 없이 세금을 무겁게 물렸다. 그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 과거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현 정부와 여당에도 치명적이겠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도 큰 손해다. ‘벼락거지 시즌2’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부동산 정책은 경직된 이념이 아니라 실용적으로 풀어주길 바란다.

주정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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