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경의 마켓 나우] 해상풍력, 기후·에너지 아니라 안보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과거 스코틀랜드 앞바다의 해상풍력 단지를 두고 “괴물 같은 기계”라고 비난한 바 있다. 올해 미국의 조치는 단순한 개인적 혐오를 넘어선다. 1월 대통령 각서로 연방 수역 내 해상풍력 임대와 인허가가 중단됐고, 이어 세액공제 종료, 예산 삭감, 규제 강화, 수입 조사, 공사 중단이 잇따랐다. 특히 8월 상무부가 풍력 터빈과 부품을 대상으로 개시한 ‘섹션 232’ 조사로 풍력 산업을 안보 사안으로 격상했다.
유럽의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외국 보조금 규정(FSR)’을 근거로 중국계 풍력 기업 조사를 시작했고, 올해 발표된 ‘영구자석 회복력 로드맵’은 공급망 다변화를 목표로 2030년까지 비중국산 비중 30%, 2035년까지 50% 확보를 내걸었다. 미국이 ‘브레이크’를 밟았다면, 유럽은 규칙을 고쳐 자국 산업을 지키려는 방식이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은 중국의 가파른 부상이다. 전 세계 풍력 발전기의 3분의 2가 중국산이며, 기어박스·컨버터·발전기 등 핵심 부품 시장의 70~80%도 중국이 장악했다. 해상풍력 누적 설비는 2018년 5GW(기가와트)에서 올해 3월 42.7GW로 급증했다. 이제 중국은 근해를 넘어 원해로 진출한다. 하이난에서는 16~18MW(메가와트)급 부유식 발전기를 시험 중이며, 산둥성은 2030년까지 35GW 구축을 공언했다.
한국 역시 해상풍력의 지정학적 압력과 공급망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특히 인접한 서해는 민감하다.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가 확정되지 않아 잠정조치수역(PMZ)이 설정돼 있으며, 산둥 연안에서 불과 90㎞ 떨어져 있다. 풍속 조건도 유리해 중국이 원해로 확장할 유인이 크다. 실제로 노르웨이의 하이윈드 탐펜 단지는 해안에서 140㎞ 떨어진 해역에 설치됐다. 이와 유사하게 중국이 PMZ 인근까지 발전 단지를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해상풍력은 단순한 발전소에 머물지 않는다. 거대한 구조물은 회색지대에서 군사적·관할권적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2018년 PMZ에 대형 양식장과 해양 플랫폼을 설치한 바 있으며, 2025년에는 한국 조사선의 접근을 저지하거나 항공모함 훈련을 이유로 항행 금지구역을 선포했다. 해상풍력은 곧바로 안보 이슈로 비화할 수 있다.
한국은 2030년까지 14.3GW 보급을 목표로 하지만 첫 대규모 단지는 2025년에야 100MW 규모로 제주 한림에서 가동된다. 공급망은 유럽과 국내 기업이 주도하고 있으나, 중국은 해저 케이블·설치선 시장에 침투해 가격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해상풍력은 기후 대응을 넘어 국가안보 전략의 일부로 재설계돼야 한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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