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까지 안 가도 되겠네, 스크린으로 옮겨 놓은 걸작
[김형욱 기자]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이곳은 수많은 명작들을 품어왔지만, 유독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대규모 전시회는 열린 적이 없다. 그러던 지난 2023년, 미술사에 길이 남을 특별한 사건이 일어났다. '요하네스 베르메르 회고전'이 드디어 개최된 것이다.
전시회는 개막 전부터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의 기대를 모았다. 단순히 베르메르의 대표작 몇 점을 모은 게 아니라, 현존하는 그의 작품 37점 중 무려 28점을 한자리에 모았으니 말이다. 그 결과, 65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리며 '전설적인 전시회'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네덜란드까지 직접 찾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베르메르: 위대한 전시회>가 가진 특별함이 드러난다. 이 영화는 전시회를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겨와, 누구나 생생한 감동을 체험할 수 있게 한다.
기존의 미술 다큐멘터리가 주로 화가의 생애와 비극적 서사에 초점을 맞췄다면, 베르메르는 전시회 자체를 전면에 내세운다. 기획과 설치, 보존과 복원의 과정까지 섬세하게 담아내며, 마치 직접 전시장 안을 거니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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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큐멘터리 <베르메르: 위대한 전시회>의 한 장면. |
| ⓒ 영화사 빅 |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단연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다. 검은 배경 위에 선명하게 떠오르는 소녀의 시선과 반짝이는 귀고리는 단순하면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한다. 그러나 작품이 위대한 이유는 강렬함뿐만이 아니다. 빛으로 그려낸 눈썹과 코, 섬세한 색채 대비, 그리고 무엇보다 소녀의 미묘한 행복감이 보는 이를 끌어당긴다. 네덜란드인들이 이 작품을 '국보 중의 국보'라 부르며, "네덜란드와도 바꿀 수 없다"는 극찬을 하는 이유다.
또 하나의 걸작인 <우유 따르는 하녀>는 베르메르 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단순한 가사 노동의 장면이지만, 빛의 유려한 흐름과 색의 조화가 평범한 일상을 경이롭게 바꾼다. 관람자는 그 순간의 공기마저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베르메르는 일상의 사소한 장면을 영원히 기억될 순간으로 승화시킨 화가였다.
그의 작품 세계는 중산층의 일상을 담아내면서도, 그 순간을 '앞뒤의 시간이 이어질 것 같은 찰나'로 포착한다. 바로 이 점이 베르메르를 시대를 초월한 예술가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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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큐멘터리 <베르메르: 위대한 전시회>의 한 장면. |
| ⓒ 영화사 빅 |
흥미로운 점은 베르메르의 연구가 그림 속 대상에만 머무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관람자의 시선까지 철저히 계산했다. 우리가 그림을 볼 때 시선이 어디로 향할지, 무엇을 느낄지를 고민하며 작업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수백 년이 지난 지금, 지구 반대편의 우리조차 그의 작품을 보고 똑같은 감동을 느낀다. 그의 계산과 의도는 완벽하게 들어맞은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종종 예술의 효용성에 대해 질문한다. 경제가 어려우면 예술은 가장 먼저 뒷전으로 밀려나곤 한다. 하지만 베르메르의 작품은 예술이 결코 사치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의 그림은 찰나를 영원으로 바꾸는 힘을 지녔고, 그 힘이야말로 인간이 결코 놓아버릴 수 없는 '필수적 경험'이다. <베르메르: 위대한 전시회>는 그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해준다.
하여 이 영화는 단순히 미술 다큐멘터리 그 이상이다. 직접 가지 않고도 역사적인 전시회를 체험할 수 있는 귀한 기회이자, 베르메르가 남긴 빛의 유산을 고스란히 감각할 수 있는 통로다. 한 화가가 평범한 일상을 어떻게 영원으로 바꿀 수 있는지, 그리고 왜 예술이 여전히 우리 삶의 중심에 있어야 하는지를 묻게 한다. <베르메르: 위대한 전시회>는 '예술의 힘'을 믿는 모든 이에게 강력한 초대장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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